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노화로 인한 질병’, 나이 들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실은 그게 평생 살아가는 생활방식이 만들어낸 결과랍니다. 그렇다면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생활 습관이 필요할까요? 우리 안에 있는 가장 오래된 존재인 장내 미생물을 잘 돌보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랍니다. 우리 몸속에 있는 박테리아가 체중, 피부 상태, 관절염이나 암, 알츠하이머병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요.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 장수의 역설> (스티븐 R. 건드리 저/박선영 역/이용승 감수 / 브론스테인)
세계적인 심장 전문의 스티븐 건드리 박사는 장수의 비결을 찾기 위한 연구를 하다가 노화에 대한 역설을 발견합니다. 우리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인간과 관련이 없는 고대 유전자에서 나온다는 사실이지요. 건드리 박사는 장내 미생물군 유전체(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을 지적하는데요. 젊고 건강하게 잘 늙기 위해 장내 미생물을 잘 돌보고, 미생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야 합니다. 내가 아닌 장내 유익균을 위해 먹어야 합니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 시간의 간격을 두고 먹어야 합니다. 장내 유익균은 우리와 함께 수십만 년 동안 함께 진화해왔습니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식량이 부족한 추운 겨울도 견디고요, 밤에는 긴 시간 공복 상태를 견뎠어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1년 365일 낮이나 밤이나 모든 종류의 음식이 풍부해서 우리 몸을 리셋할 수 있는 자연적인 기회가 사라졌어요.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이 주기를 다시 찾아야 합니다. 전날 저녁 식사와 다음 날 아침 식사 사이의 간격을 늘려줌으로써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유전자를 활성화하여 건강 수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장내 유익균의 적이 하나 있는데요. 가슴 아프게도 바로 설탕입니다. 식사에 대해서는 이렇게 극단적인 조언까지 하네요. “맛있으면 뱉어라.” 네, 설탕은 건강과 장수에 절대적 재앙이라니까요, 뱉지는 못하더라도 좀 덜 먹으며 살아야겠어요.
나이 들어갈수록 우리 몸의 근육량은 줄어들고요, 대신 지방이 늘어납니다. 체중을 잃은 대신 탄력 없는 몸을 얻게 되지요. 근육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근육은 인슐린의 고객입니다. 인슐린은 모두가 좋아하는 ‘당분’을 집마다 팔러 다니는 방문 판매원입니다. 우리가 당분이나 단백질을 먹으면 인슐린은 근육 주위를 돌아다니며 문을 두드리고 물어 봅니다. “저기요, 혹시 배고프신 분?” 배가 고픈 근육들은 “네, 저요.”하면서 그 당분을 먹습니다. 이렇게 되면 인슐린에게는 일하기 좋은 하루지요.
근육이 배가 고프지 않으면 판매원이 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요. 그러면 인슐린은 판매를 늘려 달라고 본사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우리 몸은 재빨리 인슐린을 더 많이 만듭니다. 하지만 근육이 여전히 배가 고프지 않아 당분을 사지 않아요. 이렇게 되면 인슐린은 판매를 포기하고 하루를 마감합니다. 남은 제품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니까 근육이 언젠가 배가 고플 때를 대비해 남은 당분을 지방으로 전환합니다. 이런 과정이 몇 달, 몇 년이 계속되면 지방이 늘고 근육은 줍니다. 근감소증이 심해지면 인슐린 저항성과 장 건강이 심각해지고요.
근육을 배고프게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근육이 배고픔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운동입니다. 특히 근육량을 늘리는 근력 강화 운동이 중요합니다. 근력 운동을 하면 근육이 배고픔을 느껴서 음식을 달라고 아우성치기 시작하고요. 인슐린은 당분을 지방으로 저장할 필요가 없어지고 판매가 쉬워집니다. 인슐린을 보충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면 인슐린 수치가 떨어지고 지방도 줄어듭니다. 근육량이 많아진다는 건 인슐린이 당분을 판매할 고객이 더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몸은 인슐린 민감성이 높아지고 근육량이 많아지고 지방은 적어지는 보상을 받습니다.
운동은 적절한 스트레스로 몸이 더 강해지는 호르메시스 효과를 일으키는 완벽한 사례입니다. 운동은 병들고 오래된 세포 성분을 재활용하는 자가포식 현상과 그와 유사한 비접힘 단백질 반응을 유도합니다. 비접힘 단백질 반응이 일어나면 세포는 잘못 접힌, 즉 기능 장애가 있는 단백질 세포를 분해하여 세포의 건강을 회복시킵니다.
운동을 예찬하는 저자가 권하지 않는 운동도 있어요. 바로 마라톤입니다. 장거리 달리기는 건강에 해가 된다고 주장하네요. 원시 인류가 전력 질주를 할 때는 상처 입은 동물을 쫓거나 성난 멧돼지를 피해 가까운 나무 위로 잽싸게 도망갈 때나 유용했습니다. 느려도 꾸준히 가는 방식이 사냥에는 훨씬 유리합니다. 단거리 육상 선수들은 장수에 적합한 체형을 갖고 단단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데요, 마라톤 선수들은 암에 걸린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면역계도 좋지 않고요.
마라톤처럼 근육 손실이 많은 지구력 운동이 장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심장근육에 계속 손상을 주는 심근섬유증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심장외과 의사로서 마라톤을 하는 환자들을 많이 본 저자가 하는 말. 일시적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만 장거리 달리기는 심장에 너무 오래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고요. 마라톤을 하면 혈액이 전부 근육으로 몰려서 위장에 혈액이 부족해지는 장내 허혈이 생기고요. 장 누수로 이어져 마라톤 시합 참가자는 2주 동안 면역계가 완전히 망가집니다. 소화 기능도 엉망이 되고요. 장을 챙기기 위해서라면 마라톤 풀코스 도전은 삼가도 좋을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조금씩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노화의 과정이라 생각하기 쉬운데요. 정상은 아닙니다. 단순한 건망증에서 파킨슨병, 치매, 알츠하이머 같은 심각한 신경질환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지감퇴 현상은 신경계 염증에서 기인하고요, 염증은 장에서 시작합니다. 염증이 시작된 곳이 장이므로 염증을 막을 수 있는 곳도 장입니다. 장내 미생물과 뇌가 직접 관련된다는 증거가 많아 의학자들은 이제 장을 제2의 뇌라고 부르는데요. 저자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답니다. 장이 2위로 밀려나서 그렇다고요. 오히려 머릿속 뇌가 제2의 뇌라고 하는군요. 장이 그만큼 더 중요하다는 의미지요.
어렸을 때, 밥 먹고 한 시간 동안은 수영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밥을 먹고 나면 음식이 소화되느라 피가 모두 위로 몰려서 근육으로 갈 피가 부족해지기 때문이지요. 잠을 잘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뇌에는 글림프 시스템이라 하여 뇌척수액이 돌아다니며 뇌 속 노폐물을 씻어내는 작용이 있어요. 활발하게 일어나려면 많은 양의 혈액 공급이 필요한데요. 잠들기 직전에 무언가를 먹으면 소화하느라 혈액이 위로 쏠려 뇌가 혈액 부족에 시달리고요, 자는 시간 동안 뇌를 제대로 청소하지 못합니다.
마지막 식사 시간과 취침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늘리는 게 중요하고요. 저자는 그 간격을 4시간이라고 말합니다. 밤 11시에 잠든다면 저녁 7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거지요. ‘아침은 왕처럼 먹고 점심은 여왕처럼 먹고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는 옛말, 알고 보니 정말 지혜로운 말이네요.
장내 유익균이 가장 좋아하는 건 푸른 잎 채소입니다. 우리가 푸른 잎 채소를 즐겨 먹으면 장내 미생물은 뇌를 튼튼하게 해주는 것으로 은혜를 갚습니다. 미국의 연구진은 푸른 잎 채소를 규칙적으로 섭취한 사람이 인지적 감소율이 11년까지 늦춰진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푸른 채소를 매일 먹는 것만으로 뇌가 11년 젊어진다니, 저 요즘 이 책 읽고 난 후, 매일 아침 푸른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습니다. 장내 유익균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
장내 유익균이 좋아하는 게 또 무엇이 있을까요? 명상과 요가 등 스트레스를 줄이는 활동입니다. 쥐 실험 연구를 보면 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유익균이 감소하고 유해균이 증가해서 결과적으로 장내에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증가합니다. 명상과 요가의 최고 장점은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것인데요, 그 자체로 미생물군 유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제공하고 인지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즉 알츠하이머병도 예방하고 수명도 늘릴 수 있어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유익균의 증식을 도와주는 일입니다.
나를 살리는 길은 장내 유익균을 살리는데 있습니다. 내 입맛에 좋은 것보다 이제 저는 유익균이 좋아하는 푸른 잎 채소를 열심히 먹으려 합니다. 평생 길들인 입맛이 금세 바뀌지는 않겠지만 책을 읽고 배워 실천함으로써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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