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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by 김민식pd 2023. 7. 21.

저는 유튜브로 강연 영상을 즐겨봅니다. 책으로 배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말씀을 통해 배우기도 하거든요. 제가 즐겨 찾는 연사는 심리학자 김경일 선생님인데요. 자신의 전공인 인지심리학을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해주는 학문’이라고 하십니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한데요. 책에서 한번 배워볼까요?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김경일 / 저녁달)

인생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불행해지는 방법 중 하나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을 가장 허망하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가 ‘바꿀 수 있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책에서 이 말씀을 보는 순간, 이마를 탁 쳤습니다. 저는 자기계발 중독자입니다. 20대부터 매년 200권 이상의 책을 읽어 나를 바꾸려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피디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강사가 될 수 있을까?

세상을 바꾸는 건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거든요.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내 마음은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바꿀 수 있잖아요. 하기 싫어도 영어 문장을 외우고, 귀찮아도 책을 읽고, 힘들어도 글을 씁니다. 그 덕분에 저는 통역사, 피디, 작가의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역시 남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는 게 훨씬 쉽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굉장히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며 사는데요. <행복의 기원>을 쓰신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도구예요. 행복이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나 생을 마감하는 어느 순간에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상태가 아니라 오늘 하루하루에도 마땅히 느껴야 하는 겁니다.”

행복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행복은 달려가면서 인고해야 하는, 그래서 끝내 어느 순간에 만나야 하는 목표가 아니에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커다란 목표를 성취하는 순간 느끼는 한 방의 커다란 행복보다 더 중요한 건 목표를 좇는 과정에서 매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주변에 작은 행복을 주는 사람들은 창의성 또한 뛰어나답니다. 장기나 바둑을 둬 본 분은 아실 거예요. 내가 둘 때는 좋은 수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 훈수 둘 때는 신의 한 수가 떠오릅니다. 관계주의가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창의적인 것 좀 갖고 와봐” 이러면 못 가져오는데 “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좀 도와줘”라고 하면 그때 어마어마하게 창의적으로 변합니다. 누군가의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은? 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남을 돕는 것, 이타성이 창의성을 발현시키는 요소가 됩니다. 이타성은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어떤 일에 참여할 여지를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접근 방식을 바꾸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능력이 길러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타적인 사람,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더 창의적인 겁니다.’

이 세상은 검투사가 승리하는 곳이 아니에요. 검투사가 아무리 강해도, 더 강한 다른 검투사의 칼에 맞습니다. 진짜 후손을 많이 남긴, 끝까지 살아남은 강자들은 그 검투사에게 박수를 쳐준 원형 경기장의 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이타적인 사람이요. 이기적인 사람에게는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지만, 이타적인 사람에게는 두 번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거든요. 



이타적인 사람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욕구를 가지고 있어요.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면, 행복해집니다. 우리가 남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감탄입니다. 순수한 감탄. 우와, 대단해요! 멋져요! 최고예요!

이런 감탄, 누가 나한테 자꾸 해주면 참 좋겠지요. 남이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나 자신에게 해주면 어떨까요? 저는 글을 쓰고 나서 혼자 읽으면서 제 머리를 제가 막 쓰다듬습니다. 참, 잘 썼네. 꼬꼬독 보면서 스스로에게 감탄을 합니다. 아이구, 저렇게 좋은 책은 또 어떻게 찾았대? 내가 나 자신에게 감탄하지 않으면, 남도 나에게 감탄하지 않아요.

나에게 감탄하는 비결은? 본업과 무관한 문화 활동을 하면서 성장하는 경험을 해보는 겁니다. 글쓰기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스포츠든 취미활동을 하면서 성취 경험을 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 감탄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입니다. 드라마 피디로 일하며 다섯 권의 책을 썼습니다. 본업이 아니니까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내가 작가도 아닌데 글을 좀 못 쓰면 어때?’ 본업과 무관한, 재미 삼아 하는 일을 늘려보세요. 행복의 빈도가 높아집니다. 

여러분, ‘낙천적’인 성격과 ‘낙관적’인 성격의 차이를 아시나요? ‘낙천적’이라는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격입니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사람이지요. ‘낙관적’이라는 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좋은 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을 잃지 않는 겁니다. 낙관성은 후천적인 노력과 연습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흔히 낙천적인 성격이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연구 결과를 보면 낙천적인 사람보다 낙관적인 사람이 더 오래 살아요.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이 오래 사는 게 아니에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잘될 거야”라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거죠. 제 생각에 이건 호르메시스와도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무조건 피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아도 낙관적인 생각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일기예보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 있지요. “내일은 전국에 비가 내리겠습니다.” 이거 실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예보랍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처럼 큰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이런 소식 들으면 깜짝 놀랄 거예요. 미국 전역에 비가 내리면 기후 대재앙이고요, 중국 전국이 추우면 빙하기가 온 겁니다. 그 나라 사람들은 한 번도 같은 날씨를 동시에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관점이 다양하다는 것을 쉽게 인정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우 동질적이라서 저 사람이 나랑 다른 행동을 하면 관점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못해요. 그냥 이해가 안 되니까 성격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지요. 물론 이런 집단의 강점은 단결을 잘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는 데 있습니다. 이게 경제 성장기에서는 먹혔어요. 미국이나 일본의 산업 경쟁력을 보고, 열심히 따라 하면 되었거든요. 이제는 우리도 세계 10대 선진국입니다. 따라 할 나라가 없어요. 우리가 창의적인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입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는 겁니다. 관점이 다른 사람을 설득해서 같은 생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고 이용해야 한다는 거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더 지혜로운 리더가 될 수 있어요. 오늘부터 나와 다른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나와 성격이 안 맞는’ 게 아니라 이 순간에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지혜로운 인간 관계 속에서 행복과 성공이 함께 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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