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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호메시스를 아시나요?

by 김민식pd 2023. 7. 7.

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을 읽는 이유, 그래야 독서가 더 쉽고 즐거워지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노화의 종말>이란 책을 통해 간헐적 단식이란 개념을 처음 알았다면, 다음에는 간헐적 단식을 다룬 책을 찾아봅니다. 하나의 주제를 다룬 책을 이어서 읽다 보면 익숙한 용어가 나오고 개념 정리가 쉽게 되어 어려운 책도 읽기 수월해집니다. 간헐적 단식을 다룬 책에서 호르메시스라는 개념을 자주 봤는데요.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이라고 소개되었는데, 마침 국내에도 호메시스를 제대로 다룬 책이 있기에 찾아 읽었습니다.

<호메시스 : 건강과 질병의 블랙박스> (이덕희 지음 / MID)

호메시스란 우리 몸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것이 낮은 농도, 또는 약한 정도에서는 오히려 몸에 유익하게 작용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간헐적 단식이 호메시스의 좋은 예입니다. 우리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식사를 멈추는 단식은 분명 건강에 해롭습니다. 그런데 그런 단식을 시간을 정해두고 간헐적으로 하는 것은 노화를 늦추고 장수에 도움이 됩니다.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인 저자는 환경오염물질에 대해 공부를 계속합니다. 그러다 팝스 POPs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즉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과 관련된 실험 데이터 가운데 해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발견합니다. 팝스의 농도가 아주 낮은 범위에서는 체내 농도가 높아질수록 질병 발생 위험도 높아지는데요. 오염물질, 즉 팝스의 농도가 이보다 더 높을 때는 위험이 더이상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든다는 실험결과들이 여럿 나온 거죠. 물론 농도가 아주 높으면 치명적이 됩니다. 

독성물질이 적당히 있는 게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 연구자로서는 이해하기 참 어려운 결과인데요. 이걸 설명할 수 있는 게 바로 호메시스입니다. 몸에 가해지는 적은 스트레스는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는 뜻이거든요. 그럼 호메시스를 작동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적게 먹기
칼로리를 제한하는 것이 호메시스 반응을 체내에서 유도할 수 있는데요. 특히 3대 영양소 중 탄수화물을 제한할 때 호메시스 반응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우리 몸의 생존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의 공급이 부족해지면 우리 세포는 그 안에 존재하는 부속품들, 특히 망가진 부속품들을 신속히 분해해서 에너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자가포식을 통해 세포 청소가 이루어지니 호메시스에 있어 중요한 과정입니다. 젊어서부터 소식을 생활화하는 건 좋은데요, 노인이 되어 체중감소를 목표로 갑자기 소식을 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간헐적 단식.
간헐적 단식은 구석기 시대 원시인들의 식습관 패턴과 닮았어요.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시대에는 먹을 수 있을 때 양껏 먹고 다음 먹을거리가 구해질 때까지는 공복으로 지낼 수 밖에 없었죠. 저자는 일상생활 속에서 소식과 간헐적 단식 중 하나를 고르라면 간헐적 단식을 추천한답니다. 식이섬유가 팝스라는 유해 물질을 잡기 위해서는 일단 담즘이 원활하게 잘 나와야 하는데 담즙이 가장 효과적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을 모아놓았다가 일시에 확 나오도록 만드는 게 제일 좋거든요. 호메시스의 관점에서도 팝스 배출의 관점에서도 간헐적 단식이 더 좋습니다.

셋째, 운동.
운동은 호메시스를 자극하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방법입니다. 운동을 하는 동안, 우리 인체가 느끼는 것은 여러 가지 형태의 스트레스입니다. 체온 상승으로 인한 스트레스, 대사로 인한 스트레스, 활성산소로 인한 스트레스, 근육이 경험하는 물리적 스트레스 등을 동시 다발로 경험하고요, 그 스트레스들이 우리 세포의 호메시스를 자극하게 됩니다. 게다가 운동은 혈액과 림프의 순환을 적극적으로 도와 화학물질의 배출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힘들어도 운동을 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었네요. 

넷째, 파이토케미칼.
포도주가 몸에 좋은 이유는? 레스베라트롤. 토마토가 몸에 좋은 이유는? 리코펜. 마늘이 몸에 좋은 이유는? 알리신. 당근이 몸에 좋은 이유는? 베타카로틴. 카레가 몸에 좋은 이유는? 컬큐민.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식물성 식품들은 각자의 명성에 맞는 유명한 성분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성분들을 통틀어 파이토케미컬이라고 부릅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의 대표적 예지요. 우리가 먹는 파이토케미컬은 실은 인체에서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킴으로써 호메시스 반응을 일으킵니다. 식물이 파이토케미컬을 만드는 이유는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이고요, 우리 몸은 이러한 외부물질을 스트레스로 인식합니다. 파이토케미컬은 열매의 껍질, 잎, 뿌리에 집중되어 있으니 껍질째, 통째로 식물성 식품을 먹는 게 좋습니다.

다섯째, 햇빛. 
자외선이 피부 노화와 더 나아가 피부암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언젠가부터 자외선은 피하면 피할수록 좋은 것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지요. 하지만 햇빛은 호메시스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스트레스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비타민 D 합성에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요.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파이토케미칼은 자외선으로부터 우리의 피부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파이토케미칼이 듬뿍 포함된 식물성 식품을 많이 먹으면서 야외 활동을 즐기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여섯째, 더위와 추위.
동물에게 환경의 변화는 스트레스로 작용하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기온의 변화지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1년 365일 기온의 변화가 없는 나라보다 호메시스를 작동시키기에 더 적합한 환경입니다. 그러니 여름에 과한 냉방이나 겨울에 과도한 난방을 하는 대신, 추위나 더위 같은 기온의 변화를 우리 몸이 스트레스로 느낄 정도로 두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환경보호도 도움이 되고, 경비 절감도 되는데, 심지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니, 과도한 냉난방은 삼가도 좋을 것 같아요. 
 
일곱째, 때밀기, 마사지, 사우나.
피부과에서는 때를 미는 행위를 피부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로 봅니다. 이태리 타월로 밀어서 나오는 것이 때가 아니라 세포라면서 세포 자극을 주는 건 좋지 않다고요. 그러나 호메시스의 기본이 자극입니다. 적절한 외부 스트레스를 피부에 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호메시스 자극방법이 될 수 있고요. 피부 마사지를 적당한 압력으로 하면 림프 흐름을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 읽고 요즘 목욕탕에 가면 냉탕 열탕 오가면서 피부에 적당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고요. 그런 다음 세신사 선생님께 제 몸을 맡깁니다.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읽어 보면, 독살로 추측되는 죽음이 꽤 있어요. 독살이 흔했던 시절, 왕들이 독살을 피하기 위해 했던 방법 중 하나는 평소에 치사량에 못 미치는 극소량의 독극물을 일부러 먹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양의 독극물로 호메시스를 활성화시켜 놓으면 나중에 치사량에 가까운 독극물이 들어와도 죽지 않고 버틸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은 제가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갔어요. 예전에 읽은 다른 책에서도 접했던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후반부에는 제게 생소한 개념이 나옵니다. 비만의 원인이 화학물질의 노출 때문일 수도 있다고요. 비만의 역설, 들어보셨나요? 뚱뚱한 사람일수록 각종 질병의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그래서 국가에서는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일단 환자가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예후를 보면 뚱뚱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삽니다. 뚱뚱한 사람들이 병은 잘 걸리는데 일단 걸리면 더 오래 산다? 이게 바로 비만의 역설입니다.

우리 몸의 비만 조직에는 인체로 들어와 체외로 배출되지 못한 수많은 지용성 화학물질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살을 빼면 지방세포가 줄어들면서 그 안에 저장된 화학물질이 혈액 내로 흘러나오게 됩니다. 이는 건강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살을 빼라는 거냐, 마라는 거냐, 저자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젊은 사람들은 살을 뺐을 때의 장점이 더 큽니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체중을 서서히 줄여야 하고요. 요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 팝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제일 나쁜 시나리오가 살빼기와 살찌기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요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살빼는 방법으로는 운동과 현미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많아지면 체중을 줄였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점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살을 빼 지방조직에 있던 팝스가 혈중으로 흘러나오면 젊을 때처럼 빨리빨리 처리해내지 못하거든요. 노년기에 접어들면 굳이 살 빼는 일에는 집착하지 마시고요. 다만 운동은 열심히 하세요. 열심히 걷고, 스트레칭 하고, 근력운동도 매일 하시고요. 노인이 되면 식사량을 줄이는 것보다 움직임을 늘려 나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이 책은 온 나라가 메르스로 난리가 났던 2015년에 나왔습니다. 책에서 이덕희 저자는 이렇게 쓰셨어요. 
‘메르스 때문에 고생하셨나요? 그러나 메르스건 코르스건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환경의 파괴, 기후의 변화, 항생제의 남용이 몰고 오는 새로운 감염성 질병들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겁니다.’
저 이 대목 읽고 서늘해졌어요. 앞으로도 코로나 같은 병은 계속 나타난다는 거잖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면역력을 키우는 건데요. 평소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호메시스를 자극시켜 주고 화학물질의 배출에 노력해야 합니다. 팝스와 같은 화학물질들은 우리의 면역체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호메시스는 면역세포를 건강하게 만들어줍니다. 파이토케미칼이 풍부하게 든 식물성 먹거리로 식단을 꾸미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 이게 바로 면역력 강화를 위한 최고의 대비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일상 생활 속에서 햇빛쬐기입니다. 햇빛의 자외선이 자연스럽게 자극을 주어 비타민 D를 생성하도록 하는 겁니다. 실내에만 머물지 마시고 밖으로 나가 햇빛을 받으며 몸을 움직이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스트레스,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적절한 양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것이니까요. 현명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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