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생존과 번식을 통해 진화해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위를 할 때 행복을 느낍니다. 둘 다 기쁨을 주는 행위이지만 생존과 번식이 작동하는 방향은 반대입니다. 생존에 신경 쓸 때, 번식은 뒷전이고요, 번식 행위에 집중할 때 생존은 뒷전입니다. 생존에 신경 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욕은 떨어집니다. 현대인들은 과도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다 지쳐 성기능 장애를 조금씩 겪게 됩니다.
나이 50에 고개 숙인 남자로 살다 보면 자괴감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100세 시대라는데, 길고 긴 노후를 이렇게 살다 가는 걸까? 답답한 마음에 비뇨기과를 찾아가기도 하는데요. 비뇨기과 의사로 수십 년 동안 일하며 ‘고개 숙인 남자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 고민 끝에 답을 찾은 분의 책을 소개합니다.
<남자는 어떻게 일어서는가> (고제익 / 다산북스)
네, 제일 쉬운 방법은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이지요. 그런데 비뇨기과 의사인 저자는 처방전을 받으려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달리기를 권한답니다. “아니, 비아그라 달라는데 뜬금없이 달리기라뇨!” 의사인 저자가 달리기를 권하는 것은 그 효과의 복합성과 지속성 때문입니다. 달리기는 우선 혈관을 젊게 만들고 신경 기능을 되돌려 성기능을 개선하고요, 스트레스를 줄이고 우울증을 개선합니다. 의학 논문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운동 부족과 비만, 성인병, 심혈관질환을 통해 발기부전이 발생한 남성들은 중고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40분 동안 일주일에 4번, 그리고 이 운동요법을 적어도 6개월 이상을 할 경우 발기부전이 개선된다.”
사람의 음경에는 뼈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 유인원과 많은 수의 포유류는 음경에 뼈가 있습니다. 그들은 음경의 뼈를 이용해 쉽게 교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기하지 못하고, 결국 성관계에 이르지 못합니다. 인간은 왜 음경에 뼈가 없는 상태로 진화했을까요?
진화론을 창시한 다윈은 이를 건강하지 못한 수컷이 자손을 퍼트리지 못하게 진화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는 인간들은 건강한 개체만 자손을 남길 수 있는 인간들에게 밀려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이지요. 건강한 사람만 자손을 퍼트릴 수 있도록 인류의 음경에서 뼈가 사라졌어요. 100세 시대에는 좀 잔인하게 들리지만 그게 진화가 작동하는 방식이랍니다.
옛날에 어떤 노인이 세 딸을 두었는데요. 집안이 넉넉할 때 장녀를 출가시켜 신랑의 나이는 20대였어요. 그 후 가세가 기울어져 딸 시집 보내기가 힘들어졌어요. 어찌어찌 둘째 딸은 재취 자리 신랑을 맞이하게 되니 신랑의 나이가 40이었어요. 셋째 딸은 늙은 홀아비에게 시집보내니, 신랑의 나이가 50세였습니다.
명절을 맞아 친정에 찾아온 세 딸이 방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20살짜리 젊은 신랑을 얻은 첫째 딸이 그래요. “세상에 남자의 물건에는 뼈가 있더라?" 남편이 마흔 살인 둘째 딸이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우리 신랑은 뼈는 없고, 그냥 힘줄만 있는 것 같던데." 그러자 50대 남편을 만난 셋째 딸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뼈랑 힘줄이 있다고? 그냥 가죽껍데기랑 살점만 있는 거 아냐?" 창밖에서 우연히 딸들의 대화를 들은 아버지가 장탄식을 합니다. “둘째와 셋째는 뼈 맛을 못 보았구나...”
나이 50이 넘어서 20대 시절 누렸던 그 왕성한 성기능을 발휘할 수는 없을까요? 그 답은 정력에 좋다는 음식이나 기발한 광고로 꾸며진 영양제에 있는 게 아닙니다. 남자가 잃어버린 그 녀석, 바지 한구석에서 어디로 튀어 오를지 몰라 늘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던 그 역동적인 녀석을 되찾으려면 정확한 지식과 꾸준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발기력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스트레스, 피로, 긴장, 수면 부족, 비만, 과음, 흡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통풍 그리고 섹스를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입니다. 이 열두 가지 요소들이 발기의 대표적인 방해꾼들입니다. 너무 많죠? 간단하게 줄여볼까요? 의사들이 권하는 두 가지가 있고, 금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잠을 충분히 자고 남성호르몬을 높여줄 운동을 꾸준히 할 것. 음경 혈관을 수축시키는 담배를 끊고 신경과 혈관을 동시에 망가뜨리는 비만에서 벗어날 것. 수면과 운동, 금연과 체중관리. 이게 건강한 성생활로 가는 첩경입니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나옵니다.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순간, 번식 행위는 억제됩니다. 즉, 발기가 되지 않습니다. 담배를 피우면 혈압이 올라가고 심박이 빨라지며 코르티솔이 증가합니다. 흡연은 겉으로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킵니다. 성기능을 원활하게 발휘할 수 있는 순간은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될 때입니다. 스트레스 자체만으로도 성기능이 위협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담배까지 피우면 자극 받은 교감신경과 혈관의 수축 작용으로 성기능은 더욱 위축됩니다.
저자가 일하는 병원 근처에 난임 치료 전문 산부인과가 있습니다. 그 병원은 난임 부부가 검진을 받다가 남성 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비뇨기과로 남편을 보냅니다. 10년간, 난임 전문 산부인과와 협진하고 깨달은 것, 남편이 흡연자일 경우 임신이 힘들다는 겁니다. 담배를 피우면 정자의 수, 정상 정자의 비율, 정자의 운동성 모두가 나빠집니다. 다행인 것은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고환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면 3개월 정도 이후부터 정자 상태가 호전됩니다.
성기능 회복을 바라신다면, 담배를 끊고, 달리기를 시작하세요. 규칙적인 달리기와 음식량 조절은 체중 감소로 이어집니다. 내장과 몸을 감싸던 지방질이 사라지면 숨어 있던 외적인 매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린 시절 가지고 있던 얼굴이 드러나고 날렵한 몸매가 돌아옵니다. 옷을 벗었을 때 당당한 몸은 부끄러움을 지우고 상대를 흥분시킵니다. 건강하고 날렵한 몸은 누구에게나 보기 좋기 때문이지요. 재미난 건요, 체중 감소의 효과가 생식기에도 일어난다는 겁니다.
음경해면체의 위쪽 3분의 1 지점은 현수인대라는 고정 장치에 의해 치골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음경의 뿌리가 뼈에 고정되어 있는데요. 체중이 불어나 지방조직이 늘어나면 음모 아래에 있는 지방층에도 살이 찝니다. 음경 피부에는 지방이 거의 없고 해면체의 크기는 타고나는 것이라서 주변 조직에 살이 찌면 음경이 파묻혀버립니다. 살찐 남자아이들의 음경이 살 속에 파묻혀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멀쩡한 음경을 작다고 착각해 병원에 들러 굵기와 길이를 늘이려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숨어 있는 3센티미터를 찾아드립니다’라는 남성의원 광고도 있는데요. 그 3센티미터는 과체중인 남자라면 수술이 아니라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달리기를 통해 살을 빼면요, 출렁이던 지방층이 사라지고 싱싱한 음경이 날렵한 다리 사이에서 저절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20년 전, 저자가 대학병원에 근무하던 시절,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답니다. 팔순을 앞둔 영감님이 발기부전 치료한다고 ‘음경 보형물 삽입술’을 받았답니다. 당시 수술 재료 비용만 1500만 원이 넘는 비싼 수술을 팔순에 가까운 노인이 받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요. 그래서 물어봤답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영감님 연세에 굳이 이 수술을 받으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발기 개선이 된다고 해도 얼마나 더 산다고 이렇게 비싼 수술을... 싶었겠지요. 한참을 웃던 영감님 말씀.
“할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수술을 한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누구와 몸을 섞을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나는 죽어도 남자로 죽고 싶습니다. 아니, 죽을 때까지 남자이고 싶어요. 남자에겐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난 평생을 그렇게 오랜 시간 당당하게 살아왔어요. 성생활을 한다 안 한다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아요. 오직 내가 남자로서 맞이할 가능성에 대처할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하지. 수술을 받은 지금 나는 마음이 개운합니다. 다시 남자로 설 수 있어서.”
여러분, 비싼 수술 받지 마시고요. 평소에 잠 잘 자고, 운동 열심히 하세요. 운동 중에서도 저자는 달리기를 권하는데요. 꾸준한 달리기는 성기능을 구성하는 혈관과 신경뿐만 아니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만성질환과 스트레스의 악영향을 막아내는 효과도 있습니다. 성기능에 대한 생리학과 달리기를 안전하게 해나갈 요령을 알려주는 책을 읽고, 100세 시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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