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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건강한 뇌를 위한 생활습관

by 김민식pd 2023. 5. 19.

자동차 시합 장면을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 있어요. 카 레이스에서 이기려면 무엇이 더 중요할까? 고성능 엔진? 아니면 운전 기술이 뛰어난 드라이버? 노후의 건강을 생각할 때, 우리의 몸은 자동차 엔진이고요, 머리는 몸을 조종하는 운전자입니다. 고령화 시대에는 육체 건강 못지않게 뇌 건강도 필수입니다. 아무리 몸이 튼튼해도 뇌의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면, 고성능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를 무면허 초보 운전자가 타고 달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치매, 고령화 시대에 가장 두려운 병 중 하나가 아닐까요? 오래 살면 살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은 높아집니다. 장수할수록 걸리는 병이라니, 아이러니지요? 치매가 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치매를 가져오는 세포 변화는 뇌가 노화하기 시작하는 30대, 40대부터 일어날 수 있거든요. 여러분이 몇 살이든 간에, 향후 치매 진단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뇌 건강 습관을 바꿔야 할 적기라는 거죠. 두뇌 건강 어떻게 해야 유지할 수 있을까? 오늘은 그걸 도와주는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브레인 리부트> (크리스틴 윌르마이어 지음 / 김나연 옮김 / 부키)

신경 생리학으로 석사, 신경 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치매나 알츠하이머병 등 정신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클리닉에서 의사들과 함께 환자를 돕는 일을 하십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베트남전에서 전투 헬기 조종사였고, 전역 후 747 항공기 조종사로 전 세계를 날아다닌 분이에요. 그런 분이 노후에 파킨슨병에 걸려 똑바로 걷지도 못하고, 숟가락도 제대로 못 들어요. 마침 저자의 박사 학위 주제가 파킨슨병이었어요. 저자는 자신이 배운 뇌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아버지를 돌봅니다. 

제가 예전에 식당에서 어떤 노인을 봤는데요. 바지 지퍼를 올리지 않아 무척 민망한 자세로 앉아계셨어요. 처음에는 저분이 혹시 치매라 지퍼 올리는 걸 잊어버리신 걸까 싶었는데요. 나중에 보니 손 떨림이 심해 무언가를 집는 동작이 어렵더라고요. 신경학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노후에 품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게 힘들어집니다. 

뇌를 건강하게 바꾸는 데 있어 꼭 알아두어야 할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뇌세포를 배양할 수 있다.
노화로 인해 매일 수천 개의 뇌세포가 사라지는데요. 우리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 즉 뇌세포가 있고요. 60대가 넘어 심지어 80대에도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둘째, 혈류가 전부다.
뇌는 체중의 2퍼센트 밖에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몸 전체 혈액 공급량의 15~20퍼센트를 필요로 합니다. 뇌는 근육보다 산소를 세 배나 더 소비하고요. 혈액은 산소를 운반해 주는 유일한 길이지요. 혈류가 흐르지 않으면 뇌세포는 죽기 시작합니다. 뇌세포가 연료로 쓰는 건 포도당인데요. 근육과 달리 뇌는 포도당을 저장할 수 없기에 뇌에 혈액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뇌조직은 말 그대로 굶게 됩니다. 뇌로 가는 양분과 산소 공급이 줄면 인지 기능이 감퇴합니다. 뇌건강에 있어 핵심은 혈류입니다.

셋째, 교감 신경계 안정만으로도 단숨에 뇌가 변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생명 유지에 요구되는 정상적인 심리적, 육체적 반응입니다. 스트레스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아니라 건강상 이점까지 있어요. 다만 과도한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 되면 뇌에 해롭습니다. 동맥을 좁히고 뇌혈관을 수축시켜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육, 특히 목 근육이 긴장되어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합니다. 평소 뇌 건강을 위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10분 만에 스트레스를 관리해서 뇌를 바꾸는 가장 간단한 방법, 세 가지를 알려드릴게요. 

첫째, 산책.
짧은 시간 걸어도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대뇌 혈류량이 증가합니다. 창의성과 아이디어 발상 기능이 향상됩니다. 일하다 안 풀리면 잠시 일어나 사무실 주변을 산책해보세요.

둘째, 똑바로 앉기
어깨를 펴고 목을 길게 세운 채 똑바로 앉으면 뇌로 가는 혈류가 즉시 증가합니다. 장시간 거북목을 하고 웅크리고 앉아 작업하는 분이라면 잠깐씩 스트레칭을 하며 자세를 바로 펴주면 좋습니다.

셋째, 하루 10분 멍하니 있기
휴대폰이나 TV를 보지 않고 그냥 눈을 뜨거나 감은 채 10분 정도 명상을 합니다. 그냥 호흡만 하셔도 좋고요. 교감 신경계를 진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요. 

제가 팥빙수를 좋아하는데요. 가끔 차가운 빙수를 먹다 보면 갑자기 찌르는 듯한 두통이 오지요. 뇌 주변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생기는데요. 뇌세포에 손상이 일어나는 건 아니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이런 두통은 오히려 좋은 기능을 해요. 차가운 음식을 너무 빨리 섭취하지 않도록 신호를 발생시켜, 궁극적으로는 뇌 내부의 온도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요.

나이 들어 깜빡깜빡 건망증이 옵니다. 매일 보는 사람인데 갑자기 그 사람 이름이 생각이 안 나요. 건망증이 있다고 ‘혹 치매 초기인가?’ 하고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오래 살다 보면 뇌도 적응해야 해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오래되고 낡은 데이터 용량을 뇌가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컴퓨터가 느려질 때, 안 쓰는 파일 정리하면 속도가 빨라지지요? 가벼운 건망증은 그렇게 뇌가 안 쓰는 메모리를 정리하는 과정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뇌 인지 기능 개선 클리닉에서 일하는 저자가 환자를 관리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체중 감소랍니다. 과도한 체지방은 뇌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요. 책에서 간헐적 단식을 소개하는 걸 보고 간헐적 단식 예찬론자로서 엄청 반가웠어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간헐적 단식은 새로운 유행이 아니라, 우리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똑똑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잘 연구된 생활 방식이다. 뇌와 관련하여 간헐적인 단식은 기억력, 집중력, 학습 기능을 향상시키고, 산화 스트레스와 인지 염증을 없애고, 신경 생성을 유발하며, 신경 가소성 또는 뇌의 변화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다만 임산부나 제1형 당뇨병, 암, 섭식 장애가 있는 분들은 간헐적 단식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니까요. 의사와 먼저 상의하는 편을 권합니다.

클리닉에서 일하면서 수백 건의 뇌 스캔을 보며 저자가 가장 놀란 점. 운동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뇌 순환의 차이였어요. 운동을 한 사람은 뇌로 가는 혈류가 더 많았고, 그 결과 뇌 손상은 적어요. 인간의 뇌에는 고작 1200 세제곱센티미터에 불과한 공간에 무려 약 600 킬로미터 길이에 해당하는 혈관이 들어차 있어요. 뇌혈관망 깊숙이 혈액을 공급하려면 심장이 튼튼해야 하고 동맥과 정맥이 열려 있어야 피가 흐를 수 있지요. 심혈관 건강을 증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을 통해 심장을 훈련시켜 혈관을 매끄럽고 넓고 빠른 고속 도로로 바꾸는 것입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노인들은 그들 나이 절반의 사람만큼이나 젊고 건강한 혈관을 가지고 있다고요. 

신체의 꼭대기로 더 많은 피를 펌프질할수록, 뇌는 더 많은 산소와 당, 그리고 영양분을 공급받고요, 뇌순환이 확대되면 뇌 용적이 증가하고,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며, 단백질과 호르몬의 생산에 도움이 되고,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독소를 제거하고, 새로운 뇌세포를 성장시킵니다. 

뇌 혈류 개선을 위한 최고의 운동은 무엇일까요? 달리기, 자전거, 수영처럼 일정 기간 심박수를 높여주는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이 가장 유익하고요. 저항성 운동에도 근육량을 늘려 팔다리의 순환을 증진시킨다는 장점이 있어요. 근육이 많아질수록 우리 몸이 피를 뽑아낼 수 있는 곳이 많아져 결과적으로 동맥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들거든요. 걷기 또한 뇌 혈류를 증가시키는데, 심장 박동수를 올릴 만큼 충분히 빨리 걸을수록 좋습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최고의 운동은 무엇일까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어떤 움직임이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운동, 추천을 받았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운동은 하지 마세요. 좋아하지 않는 운동을 억지로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오히려 늘고 운동의 이점은 누릴 수 없어요.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요.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하는 운동이 스트레스를 더 줄여줍니다. 아, 그리고 텃밭을 가꾸는 것처럼 몸을 움직이는 활동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뇌 건강을 위해 어떤 영양제를 먹으면 좋은지, 수분 보충이 왜 필요한지, 충분한 수면이 인지 기능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책을 보면 각각 하나의 장을 할애해 설명합니다. 저자의 조언을 종합해보면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물을 마시고 운동하라. 그런데요, 저자는 뇌 건강을 위해 하나 더 필요한 게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긍정적인 사고방식. 낙천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뇌 인지 기능이 훨씬 더 건강하다고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3가지 활동이 있습니다. 자신을 성찰하고, 매사에 감사하고, 친절한 행동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명상, 요가, 심호흡 등을 통해 성찰의 시간을 갖고요, 감사일기를 쓰며 나와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고맙고 소중함을 자주 느껴보고요, 이웃에게 친절한 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봉사하면 뇌의 보상 체계를 활성화시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뇌과학과 뇌 인지 건강 분야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과학입니다. 수명이 늘수록 점점 더 중요해지는 분야이지요. 오래도록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바란다면 꼭 공부해두면 좋을 분야입니다. <브레인 리부트>, 뇌과학이 밝혀낸 최신 의학 정보를 집대성한 책입니다. 두뇌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나의 머릿속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한다는 기분으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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