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오죽하면 챗 GPT라는 대화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에게 물어봤어요. ‘책을 많이 읽는 비결은 무엇인가?’하고요. 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한 달에 몇 권, 목표량을 세워라,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들어라, 책 읽을 시간을 따로 확보하라.’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대답을 내놓더라고요. 다독의 비결을 주제로 원고 청탁을 받는다면 제가 그 정도 글을 쓰는데 최소 30분은 걸리는데요, 인공지능은 눈 깜짝할 새 그런 답을 내놓더군요. 고민이 생겼어요. 작가와 강사라는 나의 직업은 챗 GPT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이 생길 때, 저는 책을 찾아 읽습니다.
<고민이 고민입니다> (하지현 지음 / 마티스블루)
방송사에서 일할 때, 각 분야 전문가들의 특강을 청해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건국대 의대 교수님으로 일하시는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선생님의 특강을 듣고 느꼈어요. ‘아, 이 분, 배울 점이 참 많은 분이구나.’ 그런 분을 만나면 저서를 찾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습니다. 하지현 선생님의 책을 읽다 보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 나아가 행복한 삶을 위한 소중한 가르침을 얻습니다.
성공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런던의 대학교 연구진이 만 5000명의 청소년을 10년에 걸쳐 조사했어요. 그랬더니 어린 시절 느꼈던 긍정적 정서, 자기 만족감 등 ‘오늘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느끼는 정도’가 성인이 된 다음의 경제적 수입과 가장 연관성이 높았답니다. 흔히 지능, 교육 수준, 신체적 건강이 중요할 거라 생각하는데요. 청소년들에게 0점에서 5점까지 현재의 행복도를 체크하게 했는데, 22세에 매긴 행복 점수가 1점 높을수록 29세에 버는 연봉이 2000달러 더 많았다고요. 현재 행복하다고 느낄수록 낙관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을 하고요.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 하기 때문에 현재의 과업에 더 몰입할 수 있고, 그 결과 취업이나 승진 같은 직업적 성취도 더 얻을 수 있다고요.
챗 GPT가 등장하고, 정보 산업의 변화는 점점 더 가속이 붙는 것 같아요. 이럴 때 개인이 5년 후나 10년 후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래 예측은 별 의미가 없고요. 미래를 고민할수록 에너지만 축내게 됩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고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지요.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실행을 잘하기 위해서고요. 즉 고민 -> 결정 -> 실행의 순서로 이어지는데요. 문제는 고민의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겁니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고민을 오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에요. 고민하느라 에너지를 다 쓰고 지쳐버려서 정작 결정이나 실행에 힘을 쏟지를 못하게 되거든요. 고민을 줄이고요, 결정하고 실행에 들어가는 노력을 늘려야 합니다.
고민을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책 읽는 습관, 운동하는 습관, 길을 걷는 습관, 좋은 습관이 많아질수록 뇌는 편해집니다. 책을 읽을까 말까, 아침 운동을 나갈까 말까, 고민할 필요가 없이 바로 실행하게 되거든요. 뇌가 아주 적은 에너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습관적 행동에는 자극이 영향을 줍니다. 자극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이 바로 습관입니다. 한번 길이 나면 되돌리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나쁜 버릇이 들면 깨기가 쉽지 않듯이, 좋은 습관이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하게 됩니다. 일찍 일어나기, 조깅하기, 소식하기 등 몸에 익으면 저절로 하게 되고, 못하게 되면 오히려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고민하는 대신 작은 습관을 실천해봅니다. 매일 꾸준히 무언가 실행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뿌듯함과 긍지라는 보상을 줍니다.
성숙한 어른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결정하는 데 지나치게 애쓰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기분 좋은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고, 고민보다 실행에 더 많은 비중을 두며, 내가 한 일에 대해 반성은 하되 후회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 그런 어른이라면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뇌는 ‘고통’과 ‘불편’을 한 가지로 묶어서 인식합니다. 둘 다 피할 대상이고 없으면 더 좋다고 여기지요. 문제는 이런 식으로 인식하면 우리 앞에 놓인 아주 많은 것들이 다 여기에 해당한다는 거죠. 고통은 위험을 알리는 신호이고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신호입니다. 불편함은 견뎌내면 될 일이고, 불편이 지속된다고 해서 위험해지거나 생존에 위협을 줄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고민거리가 생기면 먼저 물어봐요. ‘이건 고통인가, 불편인가.; 불편은 견뎌내도 될 문제니 당장 해결할 필요가 없어요. 그걸 고민거리에서 빼고, 고통을 주는 일만 남깁니다. 몇 개 안 남지요. 집중하기 쉬워집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낯선 것을 불편하다고 여깁니다. 새로운 환경의 가치관이 기존의 가치관과 부딪히거든요. 낯선 상황을 위험 신호, 고통의 영역으로 인식하기에 앞서 일단 불편과 고통으로 나눠 구분해봅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하지현 선생님은 적응에 걸리는 시간을 3개월로 잡습니다.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거나, 새로운 동호회에 나갔는데 석 달이 지나도 낯설고 불편한 느낌이 지속된다면, 조직에 문제가 있거나, 나와 안 맞는 집단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적어도 3개월 이내라면 ‘낯설고 불편한 느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여기고 너무 고민하지 말라는 거죠.
3개월, 제 뇌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제가 정해두는 시한이 있어요. 100일 동안 영어 문장 외우기, 100일 동안 매일 아침 글쓰기 등등. 탁구장에 처음 가잖아요? 모든 게 낯설고 불편해요. 줌바 댄스도 처음부터 쉽지는 않아요. 한 석 달은 견뎌봅니다. 뇌가 적응할 시간을 주는 거지요. 석 달이 지나도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으면 나랑 안 맞는 거예요. 그건 포기합니다. 100일 만 견디면 습관이 되어 고민 안 하고 몸이 절로 움직이게 됩니다.
고민 중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지요. 3가지만 생각해봅니다.
첫째, 이 세상에서 나와 관계를 맺는 열 명이 있다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싫어하는 한 명은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이걸 인정해야 합니다.
둘째, 누군가 아무리 나를 싫어해도 ‘설마 나를 죽이기야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냥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하며 사는 겁니다.
셋째, 아무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 내가 부러워서 그러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면 고민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넷째, 아주 거슬리거나 분명히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지 않는 한, 일단은 그와 나 사이의 관계는 우호적이며 상대방은 선한 사람일 것이라는 기본 전제를 갖도록 합니다. 분명한 증거가 없는 한, 관계는 좋고 상대는 괜찮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불필요한 예민함이나 방어 심리로 인한 고민을 줄일 수 있는 길입니다.
화가 확 치밀어 오르는 것은 마치 국수 삶을 때 냄비의 물이 끓어 거품이 확 올라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럴 때 끓는 냄비에 냉수 한 컵 부으면 거품이 가라앉지요. 세 번 정도 반복하면 국수가 다 삶아집니다. 화도 마찬가지예요. 확 끓어오를 때, 세 번 심호흡합니다. 딱 3초만 기다리면, 마치 찬물을 부은 듯 화가 사그라듭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결정적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요? 감정에 따라 일의 성과가 달라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차이입니다. 아내랑 다퉜거나, 아이랑 속상한 일이 있다고 회사에서 일할 때 나의 성과물에 영향이 있다면 진정한 프로라고 하긴 어렵겠지요?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게 프로가 갖추어야 할 자세입니다. 쉽지는 않지요. 국수를 삶을 때처럼 찬물을 한 바가지씩 들이부어 봅니다.
우리는 살면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고민의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지요. 어차피 인생에 정답은 없어요. 애초부터 최선의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그보다 더 효율적인 고민의 방식은 ‘최악을 배제하기’입니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아닌 것부터 제거하는 것이 최선을 찾는 노력보다 한결 쉽고 간단하거든요.
정신과 상담을 하며 저자가 환자들에게 권하는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바꿀 수 없는 것은 바꿀 수 없습니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나와 안 맞는 것이라 그래요. 그럴 때는 멈출 줄도 알아야 합니다.
둘째, 그냥 운이 없는 날도 있습니다. 내가 완벽한 선택을 하거나 더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아, 오늘은 운이 없나 보다.’하고 넘어갈 필요도 있습니다.
셋째, 사람들은 의외로 호의적입니다. 타인을 악하고 이용하려는 존재로 생각하면 사는 게 너무 힘들고 괴롭습니다. 타인의 잠재적인 선함과 괜찮음을 인정해보세요. 도움을 청했을 때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일상의 고민을 절반으로 줄이는 뇌과학과 심리학의 힘' <고민이 고민입니다> 마음공부에 참 좋은 책인데요, 유튜브 <꼬꼬독> 영상에서 저자이신 하지현 선생님을 모시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영상을 찾아보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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