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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by 김민식pd 2023. 5. 5.

정신분석의 선구자인 프로이트는 정상의 기준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약간의 히스테리,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 즉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의 문제는 다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늘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그것을 고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훨씬 더 건강하게 삽니다. 잘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며 내일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어떻게든 성장해 나갈 테니까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어떻게 살까? 반성하며 성장을 꿈꾸는 여러분께 권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김혜남 저/ 메이븐)

김혜남 선생님은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2001년 마흔세 살에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나서 인생이 확 바뀝니다. 병으로 밤에 혼자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힘들어지니 비로소 깨닫습니다. 내 역할을 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나 자신을 닦달하며 살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너무 많이 놓쳐 버렸구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하신 내용을 책으로 나눠주십니다. 

사람이 갑자기 아프잖아요? 그럼 막 세상 사람들이 원망스럽고요, 너무 억울합니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남들한테 그렇게 잘 했는데, 왜 내가 몹쓸 병에 걸린 걸까? 여러분,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이 찾아올 때가 있어요. 파킨슨병에 걸린 저자는 너무 억울하고, 사람들이 밉고, 세상이 원망스러워 아무것도 안 하고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천장만 보고 살았는데요. 어느 날 문득 깨달아요. 아직 죽은 것도 아니고, 누워 있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네? 병이 초기 단계라 아직 할 수 있는 일들도 많고. 일어나서 하루를 살고, 또 다음 날을 살아요. 이제는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지만 계속 미뤄 둔 일들을 먼저 하기 시작했어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어떻게 할까? 제가 책을 보고 결심한 게 다섯 가지 있습니다.

첫째, 제발 모든 것을 ‘상처’라고 말하지 말자.

살다 보면 갑자기 징검다리를 만나기도 하고 가시덤불과 마주치기도 합니다. 그것은 상처가 아닙니다. 누구나 겪는 삶의 한 과정이지요. 상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피하려고만 하는데요. 징검다리는 건너면 되고, 가시덤불은 조심조심 헤쳐서 나아가면 됩니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야단을 맞았어요. 업무상 실수에 대한 지적을 한 것인데 그것을 상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상처가 아니에요. 지적을 받았으면 고치면 되고,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소한 마찰과 갈등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아주 사소한 일까지 모두 상처라고 말하면 우리 삶은 문제덩어리가 되어 버립니다. 왜냐하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누가 나에게 어떤 위해를 가했다는 뜻이잖아요. 즉 상대방을 가해자로, 나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립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절실히 원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상처를 받습니다. 먼저 내가 원하는 게 정말 합당한 것인지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누군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금방 안 온다는 이유만으로 ‘나 상처 입었다’고 말하는 건 나쁜 습관입니다. 상대에겐 그 나름의 사정이 있을 수 있거든요. 제발 모든 것을 상처라고 말하지 말자. 첫 번째 깨달음이고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어떻게 살까? 두 번째, 사랑하는 사람을 함부로 치유하려 들지 말자.

재투성이 소녀를 더러운 부엌에서 구해 내어 예쁜 공주로 탈바꿈시키는 멋진 왕자가 되고 싶은 환상. 괴물로 변한 왕자를 지고지순한 사랑을 통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 착하고 예쁜 여자가 되고픈 환상. 누구나 한 번쯤 꾸는 꿈이지요. 심리학에서는 이걸 ‘구원 환상’이라 부르는데요. 구원 환상은 누군가 자신을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구원해 주기를 바라는 소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즉 구원받고 싶은 욕망을 다른 사람을 구원함으로써 충족시키는 것이지요. 구원 환상은 특히 사랑하는 사이에서 나타날 확률이 높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고 그에게 감사와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보니 구원 환상까지 갖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여러분! 사랑하는 사람을 구원하려 하거나 치유하려 들면 안 됩니다. 그러는 순간 그 관계는 깨어지게 되어 있어요. 만일 사랑하는 사람이 오래된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 보라고 권하는 게 좋습니다. 상담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겠지요. 그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합니다.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서 말이지요.

만일 당신이 상대를 치유하려 들면 어느새 당신은 상대를 지배하려 할 것이고, 상대는 자신을 통제하려는 당신에게 엄청난 분노를 쏟아 낼 것입니다. 서로의 감정이 통제되지 않은 채 복잡하게 얽히면 문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지요. 서로 상처투성이가 된 채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은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이건 부모 자식 사이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세 번째, 좋은 부모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 

좋은 부모란 아이의 필요를 언제 어디서나 항상 충족시켜 주는 부모가 아닙니다. 사람이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결핍과 좌절을 경험해야 합니다. 결핍되고 상실한 것을 스스로 찾아 메우려는 노력이 바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부모가 모든 것을 다 충족시켜 주면 아이는 성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또 부모가 아무리 아이에게 모든 인생을 바쳐도 그 결과가 전적으로 부모의 통제 안에 있을 수는 없지요. 집 밖의 세계에서 부모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줄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을 주는 것이고요.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선에서는 아이에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 스무 살이 넘어 부모의 곁을 떠나갈 때 잘 떠나 보내주는 거죠. 그러니 좋은 부모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자신의 삶을 더 충실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네 번째, 나는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 겁니다. 
 
세상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참 많습니다. 회사에 갈 때 즐겁고 재미있으면 입장료를 낼 겁니다. 입장료를 내는 대신 월급을 받지요. 그 대가로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 회사에 다니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면 일의 주인이 되는 게 아니라 일에 질질 끌려다니는 피해자가 되고 맙니다. 하지만 ‘내가 해 주는 거다’라고 마음먹고 하기 싫은 일을 빨리 해치우면 나머지 시간에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원하는 여행을 갈 수 있고, 원하는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에겐 워라밸이 중요합니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 일과 삶의 조화. 아버지 세대가 일만 하고 살았다면 지금의 세대는 일도 중요하지만, 여가를 누리는 것도 중요하고, 자신의 삶을 사는 것도 소중합니다. 전 일만 한 우리 세대보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더 현명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닮아갔으면 좋겠어요. 가정 내 부모로서의 역할, 회사 내 관리자로서의 역할만 너무 고민하지 말고,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 수 있으니까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마지막으로, 나는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며 사는 삶은 괴로운 삶입니다. 용서란 내 마음에서 분노와 미움을 떠나보내는 작업인데요. 용서는 다른 사람을 향해서만 베푸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용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남을 용서할 줄은 알아도 자신을 용서하는 법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너그러워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외로운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을 용서하는 겁니다. 나를 용서해야 나를 좋아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좋아해야 남도 나를 존중할 수 있고요. 

예전에 제가 40대일 때 읽은 책입니다. 이번에 10만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 나와 다시 읽었는데요. 좋은 책은 다시 읽어도 새롭게 깨닫게 되는 점이 많네요. 책에 나오는 마흔두 가지 이야기 중에 다섯 개 정도만 간략하게 추려봤어요. 남은 이야기는 책으로 만나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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