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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근육의 가치는 얼마인가?

by 김민식pd 2023. 6. 2.

제가 요즘 건강과 노화에 관련한 책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고 있습니다. 나이 50이 넘어가니 여기저기 아픈 곳이 늘어나는데요. 만성질환은 평생 축적된 노화의 결과입니다. 나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통증의 패턴을 만들고 건강수명에도 큰 영향을 끼쳐요. 오랫동안 허리 통증에 시달린 건 의자에 앉아 장시간 일하던 습관 탓이고요. 지방간이 사라지지 않았던 건 밤샘 촬영할 때 졸음을 쫓느라 달고 기름진 간식을 입에 달고 살았기 때문이지요. 젊은 시절부터 평생 유지해온 나쁜 습관, 지금이라도 고치면 덜 아픈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그 답을 주는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정희원 저 / 더 퀘스트)

서울아산병원 노년 내과 정희원 교수님은 행복한 노화를 위해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할 네 가지 기둥과 습관들을 소개합니다. 100세 시대에는 7,80에도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요. 오래 일하기 위해 필요한 건 건강입니다. 정희원 교수님은 본인의 진료경험뿐 아니라 임상연구, 과학, 인문학, 경제학 등을 넘나들며 지속 가능한 노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모아 4M 건강법을 소개합니다. 신체기능을 되돌려주는 ‘이동성’mobility, 인지기능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마음 건강’mentation, 건강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아주는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 등 건강하고 성공적인 나이 듦을 결정하는 중요한 네 가지 요소가 있어요. 

현재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나 복지제도를 살펴봤을 때 건강은 최고의 재테크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이 가장 이른 때입니다. 특히 중년분들! 이제 아픈 곳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젊어서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 운동을 제대로 배워놓는 것은 매우 수익률이 좋은 투자입니다.

사람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근육량이 감소하는데요. 평생 한국 사람들이 가장 건강했을 때의 평균 근육량에서 남성은 약 15 킬로그램, 여성은 약 10 킬로그램 정도를 잃으면 여생을 누워서 살아야 합니다. 근감소증이 지속되는 경우, 동년배에 비해 3년에서 5년 일찍 사망할 가능성과 요양시설에 입소할 가능성이 2배에서 5배 증가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인 사람은 사망 전 요양병원에서 460일, 요양원에서 904일, 평균 707일 약 2년을 기거합니다. 장기요양시설에 입소했을 때 삶의 질 감소는 둘째치고, 직접적인 경제적 부담을 연간 3,000만 원 정도라고 계산하면, 근육량 1킬로그램 감소는 400만 원에서 600만 원의 경제적 손실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2년 동안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삶의 질 저하에 따른 개인적 손실을 더해볼까요? 기대 생존 기간을 2주 정도 늘리는 항암제에 많은 사람이 수천만 원을 선뜻 지출합니다. 그렇다면 2년을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의 가치는 적어도 1억 원이 넘지 않을까요? 결국, 근육량 1킬로그램은 1,400만 원에서 1,600만 원의 가치가 있습니다. 

저요, 이 책 읽고 근력운동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나이 70, 80에 돈을 벌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나이 50에 근육에 투자하면 적어도 나이 70, 80에 쓰게 될 요양비용을 수천만 원씩 아낄 수 있지는 않을까요? 무엇보다 근손실을 막아야 노후의 삶의 질이 좋아집니다. 근력운동, 힘들어요. 그냥 편안하게 누워서 쉬고 싶어요. 이 유혹을 이겨내야 합니다. 우리는 편안함을 쫓다가 가속 노화의 악셀 페달을 밟거든요.

몸과 마음에는 탄성이 있기 때문에 한두 번 균형을 잃는다고 해서 건강이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방향으로 치우쳐서 생긴 긴장과 비틀림을 20년, 30년, 40년 유지하면 그대로 굳어버립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건 힘이 드니, 약이나 건강식품, 마사지 등으로 손쉽게 덮으려 합니다. 그럴수록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큰 불편으로 달려갑니다. 



얼마 전에 버스에서 초등학생 아이가 무척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스마트폰을 하는 걸 봤어요. 바르게 앉으라고 하면 바로 꼰대가 되는 거지요. “아, 힘들어요, 그냥 편하게 앉을래요.” 할거예요. 하지만 당장 편한 자세를 유지하면 미래에는 제대로 앉을 수 없게 될뿐더러 오랫동안 온몸의 통증을 느끼며 살아야 합니다.

고통과 불편이 줄어들수록 좋다는 자본주의의 전제가 옳다면 지금쯤 모두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야 합니다. 운동을 하는 건 불편하지요.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건 즐겁고요. 전 국민 단위로 관찰했을 때 신체활동량은 점점 줄어들고 복부비만의 정도는 빠르게 늘고 있어요. 보상을 주는 자극을 끊임없이 쫓다가 화난 중년이 되고요. 그다음에 남는 건 오래 아픈 노년입니다.

2021년 1월에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1.8퍼센트던 성인 남성 비만 유병률이 2020년에 48퍼센트까지 높아졌습니다. 같은 해 30대와 40대 각각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각각 58.2퍼센트, 50.7퍼센트로, 바로 한 해 전인 46.4퍼센트, 45퍼센트에 비해 눈에 띄게 상승했어요. 지금의 3,40대는 그 부모 세대보다 기대수명이 짧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6개월 동안 체중이 5킬로그램이 늘었어요. 키 170에 73킬로그램. 평생 처음 체중 앞에 7자를 달았는데요. 그때 저는 노화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던 거예요. 재택근무하며 어디 안 나가고 냉장고 속 간식만 줄기차게 먹으며 지냈거든요. 간헐적 단식으로 그나마 브레이크를 밟은 겁니다. 한 달 전 제가 인바디 검사를 받았는데요. 체중 63킬로 BMI는 표준인데, 체지방률은 아직도 표준이상이에요. 왜 그런가 보니 골격근량은 적고, 체지방량이 많아서 그렇더라고요. 이제 매일 근력운동 하려고요. 근력운동 습관을 형성하는 초기에는 쉬고 있던 신경근접합부를 활성화해서 근육을 효율적으로 바로잡기 때문에, 매일 하는 것이 좋답니다.

저자는 명상 수련을 하십니다. 병원 진료하고 연구하느라 바쁜 노년 내과 교수님이 한가롭게 마음 챙김을 한다? 마음 건강이야말로 노화 지연 생활습관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탐욕, 분노, 어리석음에 사로잡혀 마음 챙김에서 멀어지면 어느 순간 가속 노화 생활습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거든요. 

치매 발병 위험과 관련된 연구를 종합해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체 치매 환자의 발병 원인 중 40퍼센트 정도는 예방 가능한 요인들입니다. 치매를 부르는 5대 요인은 청력저하 (8퍼센트), 불충분한 교육 (7퍼센트), 흡연 (5퍼센트), 우울 (4퍼센트), 사회적 고립 (4퍼센트)입니다. 담배를 끊으면 치매 발병 확률이 5퍼센트 줄어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전체 치매 환자의 5퍼센트는 흡연 습관 때문에 치매가 생겼다는 의미로, 젊어서부터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담배를 끊으면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확 낮출 수 있다는 뜻이지요. 

이 책은 노화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주시지만,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철학적 인문학적 가르침까지 주십니다. 책에서 배운 여러 가르침 중에서 제가 새롭게 실천하는 것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건강을 위한 단 하나의 원칙, 운동과 이동을 분리하지 말 것.’


첫째, 우리 몸은 생각보다 더 많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루 20킬로미터를 걷고 뛰는 정도까지는 끄떡없어요. 뛰면 무릎 연골이 닳아서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물론 적절한 근골격계 내재역량을 갖추지 않고 몸이 가분수인 상태, 즉 근육은 부족하고 체중이 과도한 상태에서 견딜 수 없는 부하가 걸리면 관절이 손상됩니다. 하지만 올바른 자세로 적절하게 달리면, 오히려 무릎 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강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관절의 마모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둘째, 더 편하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예컨대 더 비싼 의자를 사서 오래 앉아 있거나 가까운 곳도 차량을 타고 이동하려고 할수록 미래에 더 많은 고통을 얻습니다. 매우 비싼 의자를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기업의 의도는 건전하지 않아요. 몸이 망가질지언정 비싸고 편안한 의자에 더 오래 앉아 일을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기 때문이지요.


이 두 가지를 뒤집으면, 단 하나의 원칙이 나옵니다. 운동과 이동을 굳이 분리하지 않는 거지요. 요즘 저는 지하철에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같이 있는 곳에서는 계단을 걸어서 올라갑니다. 버스 한두 정거장 거리는 차를 타지 않고 그냥 걸어갑니다. 이동이 곧 운동입니다.

여러분의 일상에 건강과 웃음이 늘 함께 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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