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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나의 가장 좋은 친구는?

by 김민식pd 2023. 8. 25.

(예전에 블로그에 소개한 책을 유튜브 꼬꼬독에도 소개했어요. 꼬꼬독 원고를 다시 공유합니다.)

혼자 있을 때 잘 지내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지요. 세상에 의한 평가보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후하다는 것. 나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사람이 잘나서 그렇다기보다 그 기준이 너무 높지 않기 때문일 수 있어요. 저는 힘들 때마다 스무 살의 나를 돌아봅니다.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던 시절, 그때의 나보다 참 멀리도 왔구나. 지금 나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잘 하고 싶은 욕심도 많거든요. 지난 30년이 그랬듯, 앞으로 올 30년도 하루하루가 다 선물일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책을 읽고 배우고 성장해나갈 것이니까요. 오늘은 책을 통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볼까 합니다.

<내 안의 깊은 눈> (신은경 / 안온북스)

저자는 잡지사 기자로 일하며 각계에서 성공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했어요. 오랫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삶을 잘 지켜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같은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다시 힘을 내 일어서는데, 왜 어떤 누군가는 영혼의 어둠 속에서 헤매는 것일까?’ 삶의 축을 이끄는 그들의 내적 동기가 궁금했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며 글을 모으다 저자는 그 밑바탕에는 ‘자기연결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힘들고 외롭고 어려운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이때 필요한 건 나 자신과의 좋은 관계에요.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내 삶의 유일한 목격자인 나 자신, 그 중심에서 숨 쉬고 있는 ‘내 안의 깊은 눈’과 친밀하게 지낼 때,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 던져보면 좋을 질문이 셋 있습니다.

첫째, 모든 사람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아야 하는가?

물론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라는 생각을 전제로 하면 사는 게 힘들어집니다. 어느 그룹에 가든 그렇지 않나요? 잘해준 것도 없는데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나도 세상 모든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는 게 좋습니다. 

둘째, 모든 측면에서 유능한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저자가 유명한 마에스트로를 인터뷰하면서 그가 양말도 짝 맞춰 신지 못해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어떤 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겠어요. ‘나는 완벽한 사람이어야 한다’라는 비합리적 신념을 가지면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순간 ‘무능한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쓸데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특히 부모가 이런 신념을 갖고 있으면 자녀들은 숨 막혀 하면서 어긋나버리는 경우가 많지요. 모든 걸 다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이걸 인정해야 스스로에게도 너그러워지지 않을까요?

셋째, 모든 문제에 완벽한 해결책이 있는가?
 
“모든 문제에는 완벽한 해결책이 있다. 완벽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망한다.”라는 전제를 갖기 시작하면 상황을 경직된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요. 결과가 모 아니면 도라는 극단적 사고에 갇히기 쉽습니다. 선택을 앞두고 완벽한 답을 찾아 지나치게 망설이는 것은 내 선택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선택했으면 그에 대해 책임을 지고, 내가 얼마나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느냐에 있지, 애당초 백 퍼센트 완벽한 선택이란 없는데 말이지요.

요즘 저는 힘들 때마다 세 가지 질문을 조용히 떠올립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아야 하는가?
모든 측면에서 유능한 사람이 될 수 있는가?
모든 문제에 완벽한 해결책이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다면, 나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친절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저자가 상담을 마치고 녹취록을 풀다가 스스로에게는 해주지 못했던 말을 내담자에게는 자연스럽게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내담자에게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젠가는 다 
지나간다고 말해줍니다. 정작 스스로는 그 문제를 부여잡고 끙끙 앓으면서도요. 어떤 사람으로 인해 마음이 힘들다면 그가 그런 것일 뿐,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고 조언하지요. 막상 저자 자신의 문제가 되면 그 사람과 비슷한 사람만 봐도 화가 났대요. 우리는 신이 아니니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고 조언했지만,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뜻대로 안 되는 것이 많을까 푸념하는 날도 있었답니다. 정작 스스로에게는 못해주는 말을 내담자에게는 물 흐르듯이 꺼내놓고 있었던 거죠.

누구나 친구가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힘들어할 때는 이런저런 위로를 하고 조언도 하지만, 막상 본인이 그 입장이 되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내 일이 아닌, 가장 친한 친구에게 생긴 일이라고 가정하고 과연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매듭이 풀리기도 합니다. 자기연결감은 어쩌면 나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라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어느 날 주말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료 봉사를 하는 의사를 인터뷰합니다. “주말에는 좀 쉬고 싶을 텐데, 고단하지 않으세요?” 그러자 “오히려 평일에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고 주말 동안 힐링하고 가는걸요. 대가 없이 누군가를 돕는 게 타인을 위한 것 같아도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에요”라는 답을 들었답니다. 

규칙적인 운동보다 자원봉사가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사회적 관심과 타인에 대한 사랑을 정신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비법으로 보았고요. 세상과 타자를 사랑할 때 우울과 불안, 고독, 적개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질뿐더러 정서적 안정과 삶의 만족감도 높아졌다고요.

행동과학자인 마이클 노턴의 연구에 따르면 한 그룹에게는 영웅적인 인물을, 다른 그룹에게는 우산을 무료로 고쳐 주는 사람을 영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봉사 활동에 참여할 의사를 묻자, 후자 그룹에서 참여 의지가 더 높았습니다. 왜일까요? 사람들은 대단한 인물은 동경하는 데 그쳤지만,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높은 실천 의지를 보였던 것입니다. 

중요한 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마음만 먹어도 삶의 의욕은 더 강해졌고, 자신의 인생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 사람이 베풀면, 상대 역시 긍정적 영향을 받아 다른 이에게 베풀었고, 그 베풂을 받은 사람 역시 사회에 더 많이 공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자가 인터뷰할 때마다 느꼈던 지점이 있어요. 자신이 하는 일에 유독 배짱이 있는 이들은 “우리 같이 잘 되자.”라는 공생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사람은 호떡 하나를 팔아도, 당신의 호떡을 먹는 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기에 자신의 업에 대해 자부심과 사랑이 있고, 그러한 지점은 상황이 어떠하든 나 자신을 밑받침하는 자기연결감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마음의 면역력과 ‘자아확장성’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자아확장성이란 자아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외부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외부 존재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것이 나의 내부에 실재하게 되어 자아가 확장됩니다. 

신은경 저자는 10여 년 전, 무명의 저자이던 제게 처음으로 칼럼 원고 청탁을 주신 분이에요. ‘피디님 블로그 애독자입니다. 매일 독자들과 나누시는 이야기를 우리 잡지 구독자들과도 나눌 수 있을까요?’ 편집자와 작가로 만나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왔어요. 책을 쓴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궁금했습니다. 많은 이들을 만나 그들의 성공 비결을 인터뷰로 묻고 듣고 정리한 이가 엮어내는 인생의 깨달음은 어떤 모습일까? 

자기연결감은 나를 지키고 사랑하는 능력인데요. 모든 능력이 그렇듯, 이것도 배우고 익히면 키울 수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 책으로 배워 남은 인생 꾸준히 써먹고 싶습니다. 내가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시간, 그게 책 읽기가 주는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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