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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여행

by 김민식pd 2023. 11. 8.

잘츠부르크에서 4일을 머물렀는데요. 매일 혼자 걸어다니다보니, 한국인 여행자들이 보이면 반갑습니다. 그런데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긴 어려워요. 가이드 인솔하에 귀에 이어폰으로 설명을 들으며 따라다니시니 인사를 나눌 겨를은 없지요. 한 사흘 지내니 한국인 패키지 투어 동선이 보입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찍은 미라벨 정원에서 시작해서

사랑의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마르코파인골트 다리를 건너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모차르트 생가를 보고

모차르트 동상이 있는 모차르트 광장과

바로 옆에 있는 레지던츠 광장을 지나

잘츠부르크 대성당까지 갑니다. 걸어서 한 시간이면 다 볼 수 있으니 시간 대비 만족도가 뛰어난 여행지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다니며 한눈에 시내 관광을 다 할 수 있으니 잘츠부르크가 인기가 많은 것도 당연하지요. 무엇보다 모차르트라는 세대를 불문하고 인기있는 슈퍼스타가 있는 곳이니까요. 

 

"엄마가 말이야. 너 임신했을 때, 너 머리 좋아지라고 모차르트 음악을 얼마나 많이 들은 줄 아니?"

"그래서 효과가 있었나요?"

"음...... 그냥 네 머리는 아빠를 닮은 거라고 하자."

아빠, 의문의 1패. ^^

모차르트 생가에 갔어요.

 

모차르트 생가 Mozart Geburtshaus ┃
모차르트 게부어츠하우스
1756년 1월, 이곳에서 모차르트가 태어났고 그의 가족은 1747 년부터 이 건물 4층에 살았다. 1880년, 모차르트 협회Mozarteum Stiftung는 이웃집을 사들여 박물관으로 꾸몄다. 매년 약 50만 명이 방문한다.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번화한 게트라이데 거리 Getreidegasse에서도 가장 관광객이 붐비는 곳. 4층에는 모차르트가 처음 사용했다는 길이 35.7cm의 페르디난도 마이어의 바이올 린이 있다. 이 외에도 피아노, 자화상, 악보, 연인에게 보낸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3층에서는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모차르트를 만날 수 있다. 100개가 넘는 모차르트 오페라의 무대 축소판이 있다. 오페라 <마술피리>를 작곡할 때 사용했던 클라비에도 눈길을 끈다. 2층은 모차르트 특별전으로 매해 다른 전시가 열린다.

오스트리아 홀리데이 (2023-2024 최신개정판) | 김나성,우지경 공저

그 시절, 중세 유럽 사람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입장료 13.5유로, 약 2만원이네요.

모차르트 가족의 가계도입니다. 이 집에 1747년에 이사와서 26년을 살았는데요. 그동안 7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어른이 된 건 모차르트를 포함해 둘 뿐이랍니다. 300년 전의 유아사망률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지요.

모짜르트는 6살 때부터 유럽 전역으로 연주 여행을 다녔답니다.

인생의 3분의 1, 즉 3720일을 여행에 썼답니다. 모차르트는 중세 유럽의 아이돌이었어요. 전세계로 순회 공연을 다니는...

모차르트가 6살 때 연주한 어린이용 바이올린이랍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작습니다.

어릴 때부터 각나라의 궁정으로 공연을 다녔던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에 머물며 궁정음악가로 활동합니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궁정과 갈등을 일으켰고, 결국 대주교와의 불화를 계기로 1781년 빈으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콘스탄체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져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782년 결혼하게 됩니다.

연예인을 보면 그런 경우가 있어요. 아역 배우 시절 재능을 보이면, 온 가족이 붙어서 지원을 하고 매니저를 하면서 그 한 사람에게 올인합니다. 다행히 큰 성공을 거두면, 그가 벌어오는 돈으로 가족이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지요. 쉽게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가족 내에 생기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가족이 그에게 의존하게 되고요. 그의 자립을 막기 십상입니다. 독립하는 순간, 가족으로 오는 돈줄은 끊길 테니까요.

영화 <아마데우스>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모차르트의 죽음을 파고듭니다. 가족과 인연을 끊고 사는 젊은 부부는 비엔나에서 방탕한 생활을 했고요. 결국 모차르트는 가난과 빚에 시달리게 됩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오페라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고, 모차르트는 아이돌급 작곡가였어요. 그렇기에 연주 및 작곡으로 꽤 많은 수입을 얻었어요. 그런데도 말년에 그는 친지들에게 돈을 꿔 달라고 편지를 쓰는 형편에 이릅니다. 모차르트가 입은 옷은 보석들로 치장된 화려한 의상이었으며 도박으로 돈을 낭비하기도 했다고도 합니다. 수입이 아무리 많아도 지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가난해집니다. 그 즈음 읽던 <이웃집 백만장자>라는 책에도 나오는 내용이었어요.

그의 말년에 대한 기록을 읽으며 생각해봤어요. 모차르트는 음악의 천재였지만 재테크에는 관심이 없었나봐요. 많은 돈을 벌었지만 소비가 과했고, 저축한 돈이 없어 빚에 쪼들렸습니다. 결국은 금전적 스트레스가 그를 병으로 몰지 않았을까 싶네요. 요즘 제가 건강에 대한 책을 읽으며 깨달은 점.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이제 저는 돔콰르티에로 갑니다.  

DomQuartier Salzburg ┃돔콰르티에 잘츠부르크
돔콰르티에는 대주교가 머물던 궁전 레지덴츠를 중심으로 레지덴츠 광장 주변 건물들을 잇는 복합 구조 박물관이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지난 수백 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이 공간은 2014년 5월 대중에게 공개됐다. 15,000㎡의 넓은 공간에 오스트리아 1,300년의 역사, 예술, 기독교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품이 가득하다. 3층짜리 건물에 10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둘러보면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2층 레지덴츠와 대주교 접견실이 시작점. 성 베드로 박물관의 회화는 복도식 롱 갤러리까지 이어진다. 3층에 있는 성당 오르간 갤러리에서는 잘츠부르크 대성당 내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스트리아 홀리데이 (2023-2024 최신개정판) | 김나성,우지경 공저

이곳 연회장에서 열린 궁정음악회에서 6살 모차르트가 연주를 선보였답니다.

다들 음악의 신동이 나타났다고 경탄했다고요. 아이에게 값비싼 선물을 주기도 했어요. 

이곳은 대주교의 생활공간이었어요.

엄청나게 화려한 공간입니다. 중세 유럽의 주교는 정치와 종교를 다 아우르는 지도자였어요. 

시계 뒤에 거울을 배치해 뒤가 뚫린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렇게 뚫린 입구를 통해 밤에는 촛불을 갖다대었고요. 시계 표면이 실크라 초를 갖다대면 밤에도 시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귀족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지요. 

이곳에서 모차르트는 궁정음악가로 활약했어요.

여길 보고 나니 모차르트의 낭비벽도 이해가 갑니다. 어려서부터 이렇게 화려한 궁전생활을 지켜봤으니 소비 수준이 높아질 수 밖에요. 귀족들은 물려받은 재산과 영지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놀고 먹으며 살 수 있지만, 평민의 경우 노동 (즉 작곡과 연주)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사라집니다. 꾸준히 일을 해서 소비 수준을 맞춰야하니 쉽지는 않지요. 

문득 21세기에 스마트폰을 통해 부자들의 소비 생활을 구경하는 우리가 노출된 위험이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돈을 쓰기 너무 쉬운 시대고요. 빚을 내어 소비하라는 압박도 큽니다. 이런 시대, 어떻게 살아야할까, 또 고민하게 됩니다.

그 시절 궁정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는 코너가 있어요. 경복궁에서 한복 체험하는 외국인들의 마음을 알겠네요. ^^ (의상 대여는 무료입니다.)

돔콰르티에에서 보는 전망, 참 좋네요.

3층 성당 오르간 갤러리에서 본 잘츠부르크 대성당 내부.


잘츠부르크 대성당

 

잘츠부르크 최초의 천주교 성당이다. 774년 성 루페르트가 건립 했다. 이후 전쟁과 대형 화재로 수차례 재건되었고, 1628년 현재의 바로크 양식 건물 모습을 갖췄다. 구리로 만든 둥근 천장과 80m 높이의 쌍탑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돔 광장Domplatz의 얼굴이다. 파사드에는 성당의 수호성인과 베드로, 바울의 조각상이 있다. 도시 인구의 2/3인 1만 명 수용 가능한 크기, 회화와 대리석으로 장식한 천장은 그야말로 웅장하다. 화려함의 정점은 파이프 오르간. 6천 개의 파이프로 만들어졌으며, 가장 작은 것은 10cm, 가장 큰 것은 11m에 달한다. 유럽 최대다. 이곳 역시 모차르트와 인연이 깊다. 그가 이곳에서 유아세례를 받았고, 1779 년부터 3년 동안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했다. 또한 다수의 모차르트 작품이 초연됐다. 대성당 앞에서는 매년 여름 야외 공연이 진행된다.

유럽 최대 규모의 파이프 오르간이라니

문득 소리가 궁금했어요. 마침 정오에 연주회가 있는 걸 보고...

다음날 큰 딸 민지랑 다시 왔어요. 

한 도시에서 3박 4일간 머무는 자유여행은 이게 좋아요. 가보고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다음날 또 가면 되거든요. 커다란 성당 안을 가득 채우는 천상의 화음... 음... 절로 경건해지네요.

원래 잘츠부르크에 가면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를 할 생각이었어요. 1년전에는 40유로였는데, 지금은 90유로입니다. 반나절 투어에 15만원을 쓰는 건 너무 과한 것 같아 저는 그냥 시내를 걸어다니기만 했어요.

 

하고 싶다고 모든 걸 다 하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이 누렸다고 생각해요. 나의 욕망을 절제하는 연습, 살아가는 동안에는 내내 해야하는 숙제같아요.

 

다음 여행기로 또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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