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일에 다녀온 잘츠부르크 여행기입니다.
독일 뮌헨에서 11시 28분 기차를 탔는데, 오후 1시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도착했어요. 진짜 가깝네요. 점심을 먹고 중앙역 발매기를 찾아가려고 하는데, 큰 딸 민지가 앱으로 데이 티켓 사는 법을 알려줬습니다. 큰딸이랑 같이 유럽 여행 다니면서 많이 배웁니다. 90년대 배낭여행자는 몸으로 다 때웠는데, (어지간한 거리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서 다녔지요.) 21세기 여행자는 스마트폰이 온갖 수고를 다 덜어주네요.
기차역 근처에서 같이 점심을 먹었고요. 숙소에 도착한 후에는 따로 다닙니다. 성인 자녀와 여행하는 부모의 자세. “돈은 대고 시간은 뺏지 않는다.” 이게 제 다짐이에요. 각자 자신이 보고 싶은 걸 보러 다닙니다. ^^
저 멀리 보이는 호헨잘츠부르크성으로 먼저 갑니다.
꽤 높은 곳에 있어, 한참 걸어올라갑니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잘츠부르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인증샷 찍기 딱 좋은 곳~^^ 성 내부 관람은 유료 입장이라 그냥 패스~^^
배낭여행을 할 때는 돈 안 드는 거리 구경이 최고의 낙입니다.
이제 게트라이데 거리를 찾아갑니다
다양한 상점 간판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여긴 맥도날드.
게트라이데 거리 Getreidegasse ┃게트라이데가세
상점보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간판. 우산, 열쇠, 장갑, 신발 등가게의 특징을 표현한 철제 수공 간판들이 걸려 있다. 중세시대 문맹인들을 위한 것이었다. 수공업 도시였던 잘츠부르크의 센스 돋는 배려가 게트라이데 거리를 아름다운 쇼핑 거리로 만들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한몫했다. 1745년 그녀가 도시건축물 보존을 명령 했고, 1923년에는 법령이 되었다.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엄격한 규제와 관리를 해온 것이다. 250m 길이의 이 거리에는 루이비통, 토즈, 발리 같은 세계적 브랜드부터 전통의상, 장식품을 살 수 있는 기념품 가게가 빼곡하다. 전 세계 체인 중 가장 예쁜 간판을 가지고 있는 맥도날드, 노르트제, 모차르트 카페 등 먹거리도 넘친다. 쇼핑하다 출출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이 거리 끝자락에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다.
오스트리아 홀리데이 (2023-2024 최신개정판) | 김나성,우지경 공저
참고로 이 거리에는 명품숍이 많은데요. 단 한 군데도 들어간 적이 없어요. 저는 명품 보기를, 드라큐라가 마늘 보듯 합니다. 제 평생의 지침은 단 하나, 소유보다 존재에 더 많은 돈을 쓴다. 무언가 하나 더 가지려고 하는 대신, 하나 더 경험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여행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지만, 명품 소비는 일절 사절이에요. 그냥 이게 제 스타일이에요.
자, 한참 걸었더니 배가 고프네요. 어디에 가서 뭘 먹을까? 유명한 보스나 그릴을 찾아갑니다.
보스나 그릴 Bosna Grill
한마디로 제일 맛있는 핫도그 집이다. 보스나 그릴이라 불리는이 핫도그는 돼지 소시지에 양파, 파슬리, 비밀 향신료 가루를 뿌려 준다. 불가리아가 고향이고, 발칸 그릴이라고도 한다. 1950 년부터 명성을 이어온 이곳은 커리 가루가 포인트. 살짝 구워 겉은 바삭, 안은 폭신한 빵에 넉넉한 소시지.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조그마한 창문으로 주문하면 뜨끈한 보스나 그릴을 준다. 앉을 자리 없이 작지만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맛집이요, 잘츠부르크 최고의 간식거리다.
4.9유로(7천원)하는 소시지 빵을 들고 거리의 벤치에 앉아 식사를 해결합니다. 물은 숙소에서 가져온 걸로. ^^ 유럽의 물가는 엄청 비싸요. 혼자 레스토랑 가서 자리잡고 식사 하면 4,5만원 훌쩍 넘어갑니다. 저는 길거리 음식이 편해요. 보스나그릴, 맛있어서 잘츠부르크에 있는 동안 매일 한번씩 갔어요.
자, 이제 배를 채웠으니 다시 걷습니다. 강을 건너갑니다. 92년에 처음 왔을 때, 잘츠부르크에 오고 싶었으나 일정이 안 되어 못왔어요. 그때 이 도시에 왔던 친구들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장소에 가봤다고 자랑할 때, 그렇게 부러웠어요.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지요. 미라벨 정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컬을 좋아하는 저의 최애 영화 중 하나고요.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페가 수스 청동상이 있는 분수. 마리아와 아이들이 이 분수를 뱅글뱅글 돌며 도레미 송을 불렀지요.
유튜브로 전날 밤에 다시 본 그 장소에 직접 오니 감개무량하네요.
미라벨 정원 Mirabellgarten ┃미라벨가르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르던 곳. 1606년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연인 살로메 알트Slome Alt를 위해 지었으며, 당시는 그녀의 이름을 따알테나우Altenau라 불렀다. 이후 마르쿠스 시티쿠스 대주교가 미라벨 정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런데, 어떻게 대주교에게 애인이 있지? 라고 의문을 품었다면 당신은 눈치 백단. 대주교는 살로메와 연인 관계가 밝혀져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그 후로 둘은 15명의 아이를 낳고 오래오래 살았단다. 시작은 금지된 사랑이었으나 결말은 해피엔딩.
오스트리아 홀리데이 (2023-2024 최신개정판) | 김나성,우지경 공저
현지에서 전자책 가이드북을 불러내어 읽습니다. 그럼 또 느낌이 다르고요. 전속 가이드가 옆에 앉아 조근조근 설명해주는 기분이에요.
유럽 여행하며, 재미나게 읽은 책.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입니다.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1938년, 히틀러는 당시 오스트리아 총리에게 ‘합병’을 제안했어요. 실제 자신의 고향이기도 하고 같은 독일어를 쓰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이제 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같은 언어를 쓰더라도, 각각 분명히 다른 나라잖아요. 말이 합병이지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너희 나라 내놔라’는 식의 날강도 같은 요구였지요. 그래서 독일과 합병에 주저하던 오스트리아 총리는 ‘일단 국민투표를 해서 국민의 뜻을 묻겠다’라고 합니다. 이 일이 히틀러를 격분시켰습니다. 좋게 합병해주려고 제안했건만, 말이 통하지 않자 무력 점령을 시도합니다.
1938년 3월 12일, 히틀러의 명령을 받은 독일군은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습니다. 무력침공이지요. 그런데 최소한의 반격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오히려 히틀러의 나치 독일군을 열렬히 환영해주었습니다. 특히 수도 빈에 들어가서 보니 오스트리아군 모두가 그들의 본래 군복을 벗고 나치 군복을 입고는 히틀러를 환영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히틀러는 3월 15일 빈 수도 광장에 모인 수십 만의 오스트리아 국민들 앞에서 연설했어요. ‘저는 이 자리에 독일 총통 자격으로 섰습니다. 오늘부로 나의 조국 오스트리아는 독일의 품에 안겼음을 선포합니다!’라고 말이지요. 히틀러가 고국 오스트리아를 피 한방울 안 흘리고 차지한 순간이었어요. 당시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꿀꺽하는 과정에서 혼돈에 빠진 오스트리아군 수뇌부의 갈등을 그린 영화가 바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1965)입니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다시 보면 도움이 되겠죠?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썬킴/지식의숲)
아, 이 책을 읽고 나니 영화의 줄거리가 이해가 갑니다. 엄격한 폰 트랩 대령의 집안에 가정교사로 들어간 견습 수녀 마리아는 어머니를 잃은 후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아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래 레슨을 시작하지요. 아이들을 호루라기로 단련시키는 아버지를 보고 허걱하지만, 곧 아이들과 친해집니다. 영화 후반부의 긴장은 폰 트랩 대령이 연회장에 설치된 나치 깃발을 끌어내리면서 고조되기 시작하고요. 나치 점령이 시작된 모국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제야 이 영화가 미국에서 왜 그리 인기였는지 알겠네요. 아름다운 오스트리아 시골마을에서 살던 가족이 고향을 탈출해 가고자 하는 낙원이 바로 미국이었으니까요. ^^
여행과 독서의 궁합은 이렇게 잘 맞아요. 책을 읽으며 여행을 다니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다시 소환해봅니다.
다음편에서는 모차르트와 잘츠부르크 이야기를 해볼게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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