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에 다녀온 뮌헨 여행기입니다.
뮌헨 여행은 중앙역에서 출발합니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명소들이 다 있어요.
중앙역(관광안내소) ⇢ 카를 광장 ⇢ 성 미하엘 교회 ⇢ 프라우엔 교회 ⇢ 마리엔 광장(신시청사) ⇢ 레지덴츠
성 미하엘 교회입니다.
웅장한 내부. 2차 대전에 폭격으로 무너진 성당을 재건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절은 속세를 떠나 산속에 위치한 경우가 많지요. 유럽의 교회나 성당은 시내 한복판에 있어요. 중세는 종교와 정치가 하나처럼 기능한 사회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기에 유럽에서는 종교를 이유로 전쟁도 많이 했어요. 어떤 신앙을 믿느냐가 곧 권력의 핵심이니까요. 우리의 경우, 불교, 유교, 도교가 차례대로 들어왔지만, 종교 전쟁은 없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여기는 레지덴츠. 영어로는 레지던스 정도 되겠지요? 왕의 처소입니다. 내부는 이제 박물관으로 기능을 하기에, 입장료를 내는데요.
전 그냥 무료 입장이 가능한 정원에서 쉬었다 갑니다. 도보 여행자는 공원 산책이 좋아요.
시내 순찰 중인 기마 경찰을 봤는데요.
여성 경관의 늠름한 모습이 멋있어요.
여기는 뮌헨 시청사입니다.
시계탑을 보러 오는 곳이지요. 오전 11시 정각이 되면 인형극이 시작됩니다.
글로켄슈필 시계
'1908년부터 매일 진행되는 시청사 첨탑의 시계인형극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볼거리다.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사람 크기의 인형들이 16세기의 이야기를 주제로 극을 펼친다. 위층은 빌헬름 5세의 결혼식을 축하 하는 내용이고 아래층은 당시 전염 병을 극복한 기쁨과 두려움을 표현한 쿠퍼 Cooper 들의 춤을 보여준다. 매일 오전 11시, 12시 오후 5시(3~10월만 진행)에 약 10분에 걸쳐 인형극이 펼쳐진다.'
<독일 셀프트래블(2022-2023)> (김주희 저)
같이 여행 온 딸이 뮌헨 오는 기차안에서 물었어요.
"아빠, 뮌헨 온 적 있어?"
"글쎄? 온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나."
그런데 시계탑의 인형극을 보니 기억이 납니다! 1992년에 여기 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왜 뮌헨은 기억에 없을까요? 이 도시의 주요 볼거리는 중앙역 근처에 다 있어요. 그러니 낮에 당일치기로 보고 밤 기차로 다른 도시로 이동했나봐요. 그래서 기억이 안 나는 거죠. 요즘 저는 여행을 가면 한 도시에서 3박 4일은 머무르려고 해요. 그래야 그 곳의 인상이 온전하게 만들어지더라고요. 20대에는 욕심꾸러기로 살았다면, 50대에는 나무늘보처럼 살고 싶어요. ^^
중세에도 역병은 공동체에 있어 최고의 도전이었나봐요. 전염병이 끝나면 축제를 하고, 그 장면을 인형극으로 만든 걸 보면. 그 인형극을 이제 2023년 전세계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이 함께 봅니다. 그래요, 이것도 축하공연입니다. 코로나 19의 끝에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고 여행이 재개된 데 대한.
피나코테크 Pinakothek입니다. 피나코테크는 ‘미술관’이라는 뜻으로 그리스 어에서 유래했다고요. <독일 셀프트래블>에 이런 글이 나오더군요.
'일요일은 박물관 데이!
뮌헨의 일정을 정할 때 가능하면 일요일을 포함시키자! 3곳의 피나코테크를 비롯한 주요 미술관을 €1에 입장할 수 있다.'
보통 유럽의 미술관은 입장료가 2~3만원 정도 하는데 단돈 1500원에 볼 수 있다고? 달려갔어요.
와, 진짜 일요일에는 단 돈 1유로네요!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Weaver 직물짜는 사람>. 일하는 사람에 대한 고흐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네요. 고흐는 노동화가에요. 노동자의 모습을, 자신도 노동하듯 성실하게 그린 화가.
폴 고갱의 그림도 있어요. 한때 친분을 나누고 또 다투기도 했던 두 화가의 작품이 나란히 걸려 있어요.
고흐의 말년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 <러빙 빈센트>의 배경으로도 쓰인 그림을 여기서 만나네요.
뮌헨 피나코테크, 한국인이 가장 좋아할 만한 시대와 화가들의 명작들이 많아요. 고흐, 마네, 모네, 르누아르, 마티스, 클림트 등을 만날 수 있고요.
전세계 다섯장 밖에 없다는 고흐의 <해바라기> 중 하나가 이곳에 있습니다.
열광적인 미술수집가였던 루트비히 1세의 명으로 19 세기에 지어진 이곳에 왕가의 소장품이 가득합니다.
그 시대 왕들은 왜 그림을 저렇게 많이 모았을까요? 당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거든요.
중세 미술은 스케일과 디테일로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최고의 볼거리였어요. 현대는 어떨까요? 영화, 뮤지컬, 콘서트 등이지요. 중세 시대 대가의 작품은 그림을 소장한 소수의 권력자들만 즐겼다면, 요즘은 디지털 복제 기술 덕분에 모두가 공평하게 시대의 문화와 예술을 즐깁니다. 이제는 돈이 없어 못 즐기는 게 아니라 시간이 없어 못 즐기고요. 소유보다 중요한 건 경험입니다. 그러기에 현대에 와서 돈보다 더 소중한 자원은 시간입니다. 넷플릭스에 아무리 걸작이 많아도, 시간이 없으면 즐길 수가 없어요.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컵이 없으면 못 마십니데이~)
미술관 나들이를 마치고 다시 뮌헨 시내 구경을 다녀요. 길을 걷다 맞은 편에 오는 동양인 여행자를 보며 생각했어요. '야, MBC 후배 준배랑 엄청 닮은 사람이 다 있네? 어? 그런데 옆에는 형민이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는데?' 그 둘도 나를 빤히 보더니,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짓습니다. "형이 여기 웬일이세요?" 뭐야, 뮌헨 시내에서 아는 사람 우연히 만난 거야?
잘츠부르크 음악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왔다가 뮌헨에 들른 최준배 감독과 김형민 감독. 여러분 세상이 이렇게 좁아요. 착하게 살아야해요. ^^ 유럽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니 정말 반갑더군요.
숙소에 들러 잠시 쉬었다가 해질 무렵, 영국 정원에 갑니다.
1789년 선제후 카를 테오도르에 의해 이자르 강을 따라 조성된 영국식 정원. 푸른 녹지와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 뮌헨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 저는 어느 도시든,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공원을 걸으며 그 도시만의 분위기를 맛봅니다.
영국정원의 명소는 독일식 소시지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비어가르텐! 술을 즐기지는 않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맥주 한 잔은 해야지요.
뮌헨,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멋진 도시가 기억에는 없을까요? 1992년 대학 4학년 배낭여행을 왔을 때, 런던, 파리를 보고 온 탓일 수 있어요. 당시 런던과 파리에서 저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거리마다 펼쳐지는 다양한 버스킹 공연을 보며, '와, 유럽에는 잘 노는 딴따라들이 정말 많네?' 싶었거든요. 그런데 당시 막 통일을 한 독일의 분위기는 근면성실한 회사원 느낌. 열심히 숙제하느라 바쁜 모범생처럼 보였어요. 이번 유럽 여행하며 독일에 대해서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은 나라로.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등 여행을 다니며 느낀 점이 많거든요. 그 이야기는 다시 다음편에서 이어집니다.
20대에 딴따라의 삶을 동경했다면, 50대에 저는 다시 모범생의 삶을 꿈꿉니다.
이것도 나이들어가는 과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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