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운입니다. 특히 날씨 운이 좋아야지요. 제가 유럽 여행을 간다니까 다들 폭염에 건강 조심하라고 하셨는데요. 사실 샤모니에서는 은근 추웠어요.
20도 언저리인데요. 사람들이 긴 팔 자켓을 입고 다닙니다.
마을 배경으로 보이는 하얀 눈이 덮인 봉우리, 바로 몽블랑입니다.
'에귀 뒤 미디'라고 하는 전망대까지 가는 케이블카가 있어요.
정상은 3842미터인데요. 제가 간 날은 바람이 심해 중간 지점까지만 운행했어요.
여기서 보는 풍광도 충분히 멋집니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로 30분 정도 걸어서 트레킹을 했습니다.
장엄한 풍광을 보며 걷다보면 마음이 겸허해집니다.
딸과 함께 인증샷을 찍고 내려옵니다.
야외 풍광이 멋진 식당을 찾아갔어요.
민지는 프랑스에서 에스까르고라는 달팽이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고 했어요.
저는 92년에 처음 먹어본 치즈 퐁뒤를 주문했습니다. 아웅, 이 맛이지요. 느끼하니 짭쪼름한 맛~^^
샤모니는 유럽의 최고봉, 몽블랑이 있는 고장이고요. 트레킹 코스가 곳곳에 있습니다.
등산 장비를 가지고 가도 되지만, 그냥 가볍게 산책을 즐겨도 좋아요. 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예쁜 풍광을 만납니다.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3가지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완벽한 여행'이라는 환상을 버립니다.
샤모니에 가면 해발 3842미터 몽블랑 정상까지 가는 게 목표였는데요. 첫날엔 비가 내렸고, 둘째날에도 날이 궂어 케이블카 정상 운행이 힘들었어요. 30년을 별러서 온 곳인데, 제대로 보지 못한 거죠. 괜찮아요. 그게 인생이에요. 뜻대로 다 되지는 않는 것.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다, 생각하고요.
2. '눈앞의 쾌락' 보다 '최선의 고통'을 찾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부슬부슬 비가 내릴 때도 밖으로 나가 우산을 받치고 걷습니다. 걷다 보면 운동화가 젖어 불쌍한 발가락들이 익사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그냥 숙소로 돌아가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넷플릭스나 볼까? 라는 유혹을 견디며 걷습니다. 쾌락의 끝에는 허무가 있고요, 고통의 끝에는 보람이 있습니다. 힘들어도 걸으며 내가 감내할 수 있는 불편을 참고 견뎌봅니다. 그럼 그날의 끝에 꿀같은 휴식을 맛보며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게 됩니다.
3. 과거를 돌아보며, 지금 이순간을 긍정합니다.
아름다운 샤모니 풍광을 보며, '내가 어쩌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알게 되었지?' 20대의 호기심 많은 민식이 덕분이에요. 당시 저는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을 만나면 물어봤어요. "어디가 제일 좋아요?" 그들의 답변에서 나의 미래를 꿈꾸어보았답니다. 과거의 나의 삶, 하루하루가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 매일 부지런하게 읽고 걷고 쓰는 지금의 내가 80의 노후를 만들거라 믿습니다.
샤모니에서 묵은 숙소입니다. Arveyron Open House.
앞에 실개천이 흐르는 집인데요.
딸이랑 방을 각각 하나씩 잡았는데요. 이번 유럽 여행 다니며 제일 많은 예산을 쓴 건 숙박비였어요. 20대에 혼자 배낭여행 왔을 땐, 무조건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서 잤거든요? 이번에 보니까 도미토리 8인실 침대 하나도 1박에 7~8만원씩 하는 거예요. 둘이니까 그냥 방을 잡지 뭐, 했는데.... 음... 대학생 딸이랑 트윈을 쓰는 건 좀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숙박비가 조금이라도 저렴한 숙소를 찾으면 방을 두 개 잡았어요.
2박 3일, 방 2개 숙박비는 75만원. 방 하나 1박에 12만5천원 정도이네요.
이제는 인터라켄으로 갑니다. 다음 여행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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