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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유럽 여행의 시작, 파리

by 김민식pd 2023. 8. 30.

지난 1992년 유럽 여행은 런던 도착, 파리 출발 항공편이었는데요. 이번에는 파리 도착편으로 예약했어요. 딸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도시는 파리였거든요.

전철을 타고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갑니다. 대화재로 복구 공사가 한창이네요.

걸어서 세느 강을 건너요. 1992년에는 <퐁네프의 연인들>이란 영화 덕분에 이곳 퐁네프 다리를 찾는 한국 여행객이 많았는데, 이젠 한적하더군요. 아, 세월이여~

여행을 할 때, 이렇게 지명을 알 수 있는 사진도 찍어둡니다. 그럼 나중에 여행기를 정리할 때 기억하기 쉽습니다. 저는 여행을 다닐 땐, 짐이 무거워질까봐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 오로지 스마트폰에 사진과 메모만 모으고요. 다녀온 후 정리합니다. 여행 다닐 땐, 기록보다는 경험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루브르 박물관 옆 튀르리 정원을 걷습니다.

민지가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버가 브이로그를 찍은 장소라며 반가워하더군요. 저는 영화 속 장면을 찾아다니는데,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에 나온 장소가 더 반가운 거지요.

콩코르드 광장에 있는 오벨리스크를 보고

다시 세느 강 건너 오르리 미술관으로 갑니다.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꾸민 독특한 공간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루브르보다 오르세 미술관이 더 좋았어요. 루브르는 사람이 너무 많고, 봐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살짝 지치는 느낌이라면, 오르세는 적당히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거든요. (입장료 1인당 2만원.)

물론 이곳에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유명한 작품 앞에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다고 <모나리자>처럼 줄을 서서 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점심은 오르세 미술관 근처 <카페 무하>에서 먹었어요. 무하의 그림으로 실내 장식을 한 공간인데요. 멋쟁이 파리지앵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림 보다 사람 구경하는 게 더 재밌었어요. 

그날 저는 프와그라를 시켰어요. 1995년에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소설 <거위의 간>을 번역한 적이 있는데요. 프랑스 요리 최고의 미식 중 하나라고 소개하는데, 한번도 먹어본 적도 없고, 당시 한국에선 낯선 요리라 번역하면서 그 맛을 상상만 했어요. 이번에 가서 먹어보니 우리나라 순대에 나오는 돼지 간과 비슷한 맛이네요. ^^ (가격은 엄청 차이가 납니다.) (위 사진 속 삼각형 토스트 옆에 있는 커다란 버터처럼 생긴 요리)

닭요리 + 파스타 + 프와그라 = 76000원.

에펠탑에 갔어요. 

유시민 작가님은 책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에펠탑은 세 가지 측면에서 파리가 지구촌의 문화수도가 될 자격이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에펠탑은 과학혁명의 산물이다. 세계박람회장 관문을 만들기 위한 건축 공모를 할 때 프랑스 정부는 ‘기술적 진보와 산업 발전을 상징할 기념물’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에펠탑은 금속 7천300톤을 포함해 전체 무게가 1만 톤이 넘으며, 자체 하중과 바람의 압력을 거뜬하게 견뎌낸다.

  둘째, 에펠탑은 공화정이라는 프랑스 정치제도의 특징을 체현하고 있다. 왕이나 교황이 취향 따라 만든 게 아니라 공모 절차와 전문적 평가를 통해 디자인을 결정했으며 전문가와 비평가들이 아니라 대중이 좋아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에펠탑은 민주주의 시대 도시의 주인은 권력자가 아니라 시민이며, 시민이 선출한 정부가 합당한 과정을 거쳐 중대사를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에펠탑은 자유와 평등, 인권의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고대와 중세의 왕궁이나 교회와 달리 에펠탑은 개인이 디자인한 예술품이며 노예 노동이나 강제 노동 없이 축조했다. 디자인을 설계한 에펠은 물론이요 과학자, 수학자, 엔지니어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위험이 따르는 작업을 수행한 노동자들도 저마다의 권리를 누리면서 일했고, 당국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의 안전 조처를 했다. 자본주의는 격차와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지만 적어도 공공연한 강제 노동이 없다는 점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질서임이 분명하다.'

<유럽 도시 기행 1 :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편> (유시민/생각의길)

예전에 읽은 책을 이번에 유럽 여행 하면서 다시 읽었어요. 저처럼 자유여행 다니는 사람은 가이드가 필요해요. 그런 점에서 유시민 작가님은 최고의 길잡이지요.

개선문을 지나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퐁피두 센터로 갑니다.

파리 시청인데요. 파리 올림픽 준비로 다들 바쁘겠네요. 

퐁피두 센터입니다. 92년에 왔을 때, 제가 가장 좋아한 곳이었어요. 이 앞에서 많은 버스킹 공연이 있었고요. 인상적인 공연팀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 버스킹 문화가 줄었을까요? 그날은 한 팀도 없어서 좀 서운했어요. 

여행 가이드북에서는 파리 2박 3일 추천 일정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1일차
노트르담 대성당 → (파리 시청사) → 퐁피두센터 → 루브르 박물관 → 샹젤리제 → 개선문 → 에펠탑 → 바토무슈 탑승(야경)

2일차  
오르세 미술관 → 생제르맹데프레 지구 → 뤽상부르 정원 → 라틴 구역 → 몽마르트르 → 몽파르나스 타워(야경)

3일차  
베르사유 궁전 → 자유 시간 → 루브르 박물관(야경)

<파리 홀리데이 (2019-2020 개정판)> (정승원/꿈의지도)

저는 어느 도시든 가이드북의 추천 일정을 기초로 여행 코스를 짭니다. 그래야 최적의 동선이 나옵니다. 다만 다 보려고 들지는 않고요. 그중에서 몇 개만 추려 하루에 적게 다니고 한곳에서 오래 보는 편을 선호합니다. 이건 50대의 여행법입니다. 20대에는 가이드북에 나온 명소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엄청 빨빨거리고 다녔거든요. <파리 홀리데이>, 전자책으로도 나와 있어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 가이드북으로 참 좋아요. 

이번 여행, 저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다녀왔어요. (앗싸! 개이득! ^^) 파리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다른 자리에 앉은 민지에게 문자가 왔어요.

'아빠 비행기 영화에 <애프터 썬> 있다. 안봤으면 봐봐. 아빠랑 딸이 튀르키예 여행하는건데 평도 좋고 예술영화 느낌인데 보기 좋아.'

기내 영화를 보니, 첫 장면에서 12살난 딸이 아빠에게 질문을 하네요. 
"아빠는 내 나이 때 무슨 생각했어?"

문득 지금의 민지가 같은 질문을 내게 던진다면 뭐라고 답할까 고민해봤어요.

"아빠는 네 나이인 1992년 유럽 배낭 여행 다니며 그런 생각했어. 언젠가 이 멋진 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오고싶다고. 그게 너일 줄은 몰랐지. 그땐 네가 태어나기 전이었으니까..."

간지러워서 딸에게 직접 얘기하진 못하고요. 이렇게 블로그에 남깁니다. ^^

50대의 유럽 일주 여행기,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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