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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6월 제주 올레길 6코스

by 김민식pd 2023. 7. 12.

짝수달마다 해외여행을 다닙니다. 6월에는 코타키나발루에 가서 스노클링을 하려고 계획을 잡았어요. 항공권 예약하고 숙소까지 다 잡아뒀는데, 갑자기 급한 강연 일정이 생겼어요.

참새작은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외로움 수업>을 읽고 강연을 기획하셨어요. 항공권 취소하고 달려갔어요. 노는 걸 포기하진 않아요. 오전 10시 강의를 마치고 바로 김포공항으로 달려가 오후 3시 비행기로 제주로 갔어요. 해외여행이 취소되면, 국내여행이라도 떠납니다. 우리에겐 언제나 제주도라는 대안이 있으니까요. 

이렇게 차창밖으로 제주도가 나타나는 순간, 저는 속으로 환호를 외칩니다. 올레!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올레 6코스를 걸으러 가요. 

2021년 한 해 동안 올레코스를 완주했어요. 

그때 좋았던 구간을 다시 찾곤 합니다. 올레 6코스의 시작점인 쇠소깍이에요. 

쇠소깍에는 카약이나 투명보트를 타는 체험도 있어 가족 여행지로 딱이지요. 물론 저는 혼자 걷는 걸 더 좋아하지만~ 

6코스는 휠체어 구간이 있어요. 유모차나 휠체어를 밀면서도 제주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요.

하효항을 지나

계속 걷습니다. 정자가 보이면 꼭 올라가봅니다. 오션뷰 카페, 오션뷰 레스토랑, 오션뷰 호텔, 하나도 안 부러워요.

제게는 오션뷰 정자가 있거든요. 돈 한 푼 안들이고 누리는 바다 풍경. 

제주 바다, 부지런히 걷는 사람에게는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을 선사하는 공간이지요.

"오, 자네 또 왔는가!" 바다가 반겨줍니다.

바닥에 자전거 표시가 있지요? 제주환상자전거길 코스고요. 올레길과 겹친 구간이에요. 저는 여기를 도보로, 자전거로, 스쿠터로, 렌트카로, 몇번씩 다녔어요. 풍광이 아름다운 길은 걸어도 좋고, 달려도 좋아요.

제지기 오름 구간.

여기에 오른 건 처음이에요. 전에는 갈 길이 바빠 그냥 지나치기만 했거든요.

섶섬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요. 

여기는 보목포구입니다. 

마침 630번 버스가 있네요. 한 시간 반 정도 걸었는데, 날이 조금씩 더워집니다. 이제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제주는 6월말이면 벌써 많이 더워요.

버스 타고 쇠소깍으로 갈 때는 팟캐스트 <내가 빌린 책>을 들었어요. 내가 나오는 방송인데, 왜 이리 재미있을까요? ^^ (유튜브에도 있습니다. 매주 올라와요. 도서관에서 빌린 책 이야기.)

오는 길에는 <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저자들이 나와 책 이야기를 해요. 어떤 책을 읽을까 궁금한 제게 도움이 많이 되지요. 그날은 <교육이 없는 나라>의 저자, 이승섭 교수님 인터뷰를 들었어요.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지만, 아이들은 불행하고 부모들은 억울합니다. 학생은 학업경쟁에 치어 행복하지 않고,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으로 부모들은 억울해요. 그 돈을 들였는데 ㅠㅠ. 혹자는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에 대한 가장 큰 원인으로 과도한 사교육비를 거론하기도 하는데요. 블룸버그는 작년 기사에서 우리나라의 세계 최저 출산율의 원인으로 ‘Hagwons, 학원’, 즉 사교육을 꼽았습니다.

“공부는 언제 가장 열심히 해야 하나요?” 이승섭 교수님이 질문을 던집니다. 4개의 보기가 나오는 4지선다 객관식 퀴즈에요.

1. 중학교 2학년,

2. 고등학교 3학년,

3. 대학교 2학년,

4. 박사 과정.

여기서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해보시어요. 여러분이 택한 답은 무엇인가요?

뻔한 답은 물론 ‘고3’이지요. 고3 때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들어가니까요. 카이스트 교수인 저자가 원하는 답은 3번, 대학교 2학년입니다. 우리 사회가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사회’가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 사회’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저도 동감입니다. 변화 무쌍한 시대에 진짜 공부는 성인이 된 후에 스무살이 넘어서 시작됩니다. 저는 대학 2학년 이후,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진로를 찾을 수 있었어요. 

가장 즐거운 공부는 언제 시작될까요? 50 이후입니다. 은퇴하고 나서가 실은 공부하기 가장 좋은 때랍니다.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공부했더니, <외로움 수업>을 내게 되었고요. 책을 내니 불러주는 곳이 늘어났어요. 일이 있으면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여행을 다닙니다. 길을 걸으며 다시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그 고민은 다시 공부로 이어지지요.  

저도 퀴즈 하나 낼게요. 아이가 불행하고, 부모가 억울할 때, 이런 교육환경을 바꾸기 위해 누가 먼저 변해야 할까요?

1. 학생

2. 학부모

3. 학교 교사

4. 교육 전문가

제가 생각하는 답은 2번입니다. 부모가 바뀌면 됩니다. 부모가 행복한 삶을 살면요, 아이의 성적에 조바심내지 않아요. '언젠가 커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공부할 마음이 생기면, 그때가서 공부하겠지, 안하면, 공부말고 다른 일로 먹고 살겠지.'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교육제도나 학벌중시 문화가 바뀌긴 쉽지 않습니다. 인생은 대학 입시 한방으로 승부가 나는 게임이 아니에요. 스무살 넘어 아이가 원하는 공부를 하면 됩니다. 그때 필요한 자원은 부모의 돈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입니다. 사교육은요, 부모가 자신의 노후대비를 할 돈으로 아이에게 경쟁력을 만들어주려는 시도인데요. 부모의 돈과 자녀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입니다. 공부할 마음이 없는 게 문제지, 방법이 없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버스에서 내려 제가 향한 곳은 서귀포시 중앙도서관입니다.

20대에도 그랬고요. 50에도 저는 도서관에서 길을 찾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저멀리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라이브러리, 이렇게 '멋진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 있는데, 두려울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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