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났습니다. 배달 오토바이와 부딪혀 다쳤어요. 한 달 가까이 다리를 절며 다녔어요. 혹 이러다 걸음걸이가 영영 불편해지는 건 아닌가 걱정도 했는데요. 다행히 이젠 다 나았습니다. 사고가 나니 자전거를 타는 게 슬슬 겁이 나더군요.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오토바이까지 피하기는 쉽지 않은가? 고민하다, 제가 타던 자전거를 폐기 처분했습니다. 20년도 넘은 산악용 자전거인데요. 바퀴가 크고, 안장이 높아요. 그러다보니 속도가 잘 나지요. 시내에서 이걸 타고 다니는 건 이제 힘들 것 같아요. 바퀴가 작고 느리지만 더 안전한 자전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자전거를 새로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전에 제가 타던 2대의 자전거는 다 다른 사람이 타다 기종 변경하느라 버리는 걸 얻었거든요. 평생 짠돌이로 살았다면, 이제 나 자신을 위해 쓰기도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러던 중에 마음에 끌리는 자전거가 있었어요. 바로 브롬톤! 영국에서 만든 접이식 자전거인데요. 아주 깔끔하게 잘 접혀서 지하철 타고 자전거 여행 갈 때 딱 좋겠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가격을 검색해보니 300만원이 훌쩍 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자전거 한 대에 300만원은 좀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자동차가 비싼 건 이해해요. 좋은 엔진을 쓰니까 그렇겠지요. 자전거의 엔진은 내 두 다리거든요? 저렴한 자전거를 타더라도 근력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지요. 그러다 문득... 브롬톤의 디자인으로 만든 중국제 저가형 자전거도 있지 않을까? 검색해봤습니다. 의외로 많네요. 여러 구매 후기를 읽다 저는 '썬리문'이라는 70만원대 자전거를 주문했어요.
작년 겨울에 중국에서 배타고 온 자전거를 보니 예쁘장하니 참 마음에 들더군요. '조금만 기다려! 봄이 되면 너를 데리고 팔당 가는 자전거 길을 달릴게!' 지난 5월 1일 노동절 아침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양재천으로 나갔습니다.
7시 20분에 출발, 8시에 한강 잠실 지구를 지나고요.
오전 9시 하남에서 강변 쉼터에서 잠시 멈추고 쉽니다. 50분 주행, 10분 휴식.
주말이나 휴일에 자전거를 탈 때는 아침 일찍 서울을 벗어나는 편을 선호합니다.
낮에 한강 시민 공원에는 가족 나들이 나온 이들이 많아 자전거를 타기 쉽지 않거든요.
서울만 벗어나도 한적한 꽃길이 있고~
숲길도 있어요.
아웅, 간만에 자전거 여행, 좋으네요.
팔당대교를 지나
오전 10시. 팔당댐에 도착했습니다.
썬리문 자전거, 바퀴도 작고 덩치는 작지만, 장거리도 은근 잘 달리네요.
능내역을 지나~
양수대교를 지나갑니다. 왼편으로 열차가 달려요. 제천에 있는 세명대 강의 갈 때, KTX 타고 저 길을 달려요. 그때마다 한강 두물머리 풍광을 보며, 아웅, 자전거로 또 와야하는데, 했지요.
자전거 여행의 보람은, 오로지 내 힘으로 먼 거리를 간다는 거죠. 집에서 출발해 양수리까지 자전거로 달렸어요.
오전 11시, 3시간 반의 라이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전철에 탈 때는 접어서 들고 탑니다.
처음엔 이 자전거에 별명을 붙여주고 싶었어요. 브롬톤 짝퉁이니까 브롬'퉁'이라고 부를까? 아니면 보급형 브롬톤이니까 '보'롬톤? 양수리 자전거 여행을 다녀오고 마음을 바꿨어요. 이 친구는 그냥 '썬리문'이에요.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져도 좋을 그런 친구.
앞으로도 오래오래 느리게 천천히 멀리멀리 같이 여행 다니고 싶은 친구입니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사고가 날 수도 있어요. 사고가 났다고 아예 그만두지는 않아요. 다시 방법을 찾아봅니다. 좀 더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다시 도전합니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요? 한번 실패했다고 그만두기 보다, 새롭게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이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소망합니다.
#썬리문 #내돈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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