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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베트남의 경주, 후에

by 김민식pd 2023. 2. 15.

2022년 10월에 다낭 배낭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때 찾아간 후에 여행기입니다. 호이안에서 2박3일을 지낸 후, 호텔에서 예약한 버스를 타고 후에로 이동했어요. 

이렇게 전좌석이 침대칸으로 되어 있어 누워서 이동하는 베트남의 시외 버스. 재미난 경험이었어요.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6시 30분에 길을 나섭니다. 

처음 다낭 여행을 준비할 때, 인터넷 검색해보니 10월은 우기라 여행을 추천하지 않다고 했는데요. 저는 비수기라면 숙박비가 쌀 것 같아 얼씨구나! 하고 예약했어요. 우기라고 매일 비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요. 비가 와도 잠깐 오다 맙니다. 저는 운이 좋아 그런지 10월에 11일간 여행하며 비 때문에 낭패를 본 기억이 없어요.

베트남 여행할 때 비를 피하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길가에 세우고 우비를 뒤집어쓰면 얼른 근처에 비 피할 곳을 찾습니다.

이렇게 처마가 있는 건물 아래서 잠시 비를 피해요. 어차피 오래 가는 비가 아니에요. 한 20분 책을 읽다보면 그칩니다. 

부지런한 베트남 사람들은 비를 뚫고 달립니다. 베트남 여행하며 아침은 항상 베트남식 바게트샌드위치인 반미를 먹었어요.

아침 식사로 2000원 정도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어 반미는 제가 사랑하는 메뉴였어요.

후에 성 주위로는 해자가 있어 다리를 건너 성에 갈 수 있어요.

후에 성, 정문입니다. 입장료는 12000원/

각 500m 길이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정사각형의 부지에 왕궁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자금성을 모방해 건설된 것이라고요. 

궁궐의 건축양식이 중국을 닮았기에 우리에게도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며칠 전에 본 미선 유적지와는 판이하게 달라요. 이곳은 유교 문화권이거든요.

궁궐 곳곳에 한문 액자가 눈에 띕니다.

베트남도 한자 문화권인데요. 유교 국가라 지금도 집집마다 조상님의 사진을 걸어놓고 향을 피웁니다. 

 한자는 글자 하나가 각각의 뜻을 갖고있기에 전부 공부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한문은 지배계층의 언어지요. 공부하는데 오랜 시간이 들거든요. 가난한 백성은 글을 깨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겁니다.


옛날 베트남에도 자체적으로 만든 문자가 있습니다. 미선 유적지에서 만난 참파 문자. 안타까운 건 현재로서는 해독할 수 없답니다.


참파 문자는 왕족들만 썼어요. 전쟁에서 지고 나라를 잃은 왕족들이 뿔뿔이 달아나는 바람에 그 문자는 전승되지 않았어요. 우리도 옛날에 그랬지만, 문자는 원래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어요. 특히 중국의 한자는 글자의 수가 많아 배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일반 백성은 배울 기회도 없고, 배우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지요. 지배계급이 정보를 독점하기 위해 백성들을 까막눈 상태로 둔 게 아닌가 싶어요. 베트남 말은 있었으나, 글자는 없었어요. 그래서 중국의 한자를 가져와 썼지요.

그럼 지금의 베트남 문자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베트남 사람들은 예전에 중국의 한자를 활용해 말을 기록했는데(중국이 1000년에 걸쳐 베트남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한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 이후에야 자기들의 언어를 표기할 수 있었다니 듣기만 해도 성가신 일이다.

  문자 해독을 가로막는 이 다층적인 한계는 17세기에 예수회 선교사들이 베트남의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단단히 유지되었다. 선교사들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쓰도록 하는 데 열심이었고(종교를 전파하려는 목적에서) 포르투갈어에 기반을 둔 꾸옥 응으quoc ngu라는 문자 표기 체계를 개발했다. 오늘날 베트남에서 로마자로 언어를 표기하는 데는 이런 사정이 있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지로 넘겨받으면서 꾸옥 응으는 베트남 전역에 도입되었다.'

<세계를 읽다 베트남> (벤 엔겔바흐 지음)

다른 책을 보면 정확히 누가 만들었는지 이름이 나옵니다. 

'17세기에 유럽 전역에서 가톨릭 선교사들이 베트남에 들어온 이후 그들의 종교 사상을 현지인에게 전달할 언어 수단이 필요해졌다. 프랑스 예수회 소속 선교사이자 학자였던 알렉상드르 드 로드 신부는 12년간의 연구를 통해 베트남어를 로마자로 표기한 일명 ‘꾸옥 응으(국어)’를 개발했다. 1649년, 로드 신부는 베트남어-포르투갈어-라틴어로 병기한 사전을 완성했다. 꾸옥 응으는 1920년 마침내 베트남의 공식 국어로 인정되었고 1945년부터는 모든 초등학교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세계 문화 여행 - 베트남> (제프리 머레이 저/정용숙 역) 중에서...

선교의 목적으로 만든 게 베트남식 로마자 표기에요. 문득 세종대왕님이 무척 존경스럽습니다. 정보 독점을 통해 권력을 독점하려는 게 수천년 간 지배계층들의 생각이었는데, 문득 백성들도 읽고 쓸 수 있도록 쉬운 문자 체계를 만들어야겠다는 거... 이거 정말 쉽지 않은 결단이거든요.

이제는 아무도 그 뜻을 알 수 없다는 참파족의 문자 체계를 보며 한글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정보든 권력이든 나눠야해요. 혼자 독점한 힘은 쉽게 무너지고 사라집니다.

베트남의 옛날 왕족과 귀족들은 한자를 공부했지만 일반 백성들은 글을 몰랐어요. 그래서 프랑스에서 온 선교사들이 베트남 말을 글자로 표현하기 위한 표기체계를 만든 겁니다. 성경을 베트남 어로 번역해서 읽히면 개종이 쉬워지니까요. 역시 백성들의 생각을 지배하려면 말과 글을 바꿔야 합니다. 

Thai binh pavilion 한자로 태평루라는 건물입니다. Royal Reading place of extreme peace.


궁궐 내에 따로 위치한 서재입니다. 왕이 글을 읽은 곳이지요. 무수한 외교문서와 보고서를 읽을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겠지요. 예전에는 글을 읽는 것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향유하던 도락이었어요. 이제는 누구나 글을 읽습니다. 하지만 왕의 서재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은 없어요. 조용한 이곳에 경비원이 보는 유튜브 소리만 낭랑하게 울려퍼집니다.  

궁중 정원 Thiệu Phương Garden 책을 읽던 왕이, 잠시 머리를 식히며 걸었던 정원일까요?

참 좋습니다. 연못이랑 분재를 동원한 조경도 좋고, 정자식 복도 배치도 좋아요. 이른 아침 아무도 없어 혼자 거닐고 있자니 왕이 된 기분입니다. 지금 시간은 오전 8시 50분, 아마 조금 있으면 다낭에서 버스를 대절해 오는 단체 여행자들로 붐비겠지요?

아오자이 차려입은 아주머니들을 만났어요. 서로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주기에 "투게더?" 하고 물어보니 "땡큐!"를 연발하십니다. 당신이 잡아놓은 앵글대로 한번 찍고요. 구도를 바꿔서 한 장 더 찍어드렸어요. 제가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드나봐요. 엄지손가락을 척 올립니다.

'제가 이래뵈도 한국에서 온 드라마 감독이거든요? 평생 화면 구도만 고민했다고요. ^^'

참 부러워요. 나이 들어 여성들은 친구끼리 여행을 다니며 깔깔거니며 잘 노시는데, 남자들끼리 놀러다니는 건 잘 볼 수가 없어요. 노후의 삶이 즐거우니, 여성의 수명이 더 긴게 아닐까요?

사진을 찍어드리니, '고푼깝!' 하시는 걸 보니 태국 분들이시네요. 두 달 뒤에는 저도 태국을 가는데 말이지요. ^^ (태국 여행기도 차차 올리겠습니다.)

후에의 궁궐터, 걷다보면 반나절이 훌쩍 갑니다. 이제 점심 먹으러 갑니다. 

전날 구글 지도 검색에서 맛집을 찾다 Hanh Pancake 라는 식당이 있는데, 리뷰 수가 2360개가 나온 걸 보고 찜해둔 곳이 있어요. 찾아가보니 다낭 셀프트래블에서도 추천한 맛집이었어요.

'후에에서 단 한 곳밖에 들를 수 없는데 로컬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여기를 택하자. 유명한 집이라 자리가 잘 나지 않고 서빙이 서투를 때도 있지만, 노란색 부침개인 반코아이나 돼지고기 꼬치구이 넴루이를 채소와 함께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특제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다낭 셀프트래블 : 2020-2021 최신판 | 이은영

1인 세트 메뉴 135,000동 (우리돈 8천원.) 베트남 식당치곤 가격이 쎄네요. 그래도 맘껏 시킵니다. 가이드북에 나온 맛집을 원없이 다니는 호사를, 베트남이 아니면 어디서 누려보겠어요. ^^

반쎄오, 반 꼬아이 (라이스 팬케이크), 넴 루이 (돼지고기 꼬치구이), 반 꾸온 (라이스 페이퍼로 싼 바비큐), 
넴 란 (스프링롤 튀김) 등 다양한 현지음식이 차려져 나옵니다. 베트남 음식 소개는 다음 기회에 할게요.

베트남 여행기, 이제 마지막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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