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태종대 걷기 여행

by 김민식pd 2023. 3. 28.

지난 3월 7일에 강연을 위해 김해 부산에 다녀왔어요.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갑니다. 기차 타고 가는 출장은 책읽기 딱 좋은 시간이지요. 전자책으로 구매한 2권의 책이 있어요. <아버지의 해방일지>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

전자는 편성준 저자 페이스북에서 독서평을 읽고 찜해둔 책이고요. 후자는 세바시 제작진과 대본 회의하다 구범준 대표님이 저자 강의를 소개해줘서 영상을 보다 전자책으로 구매했습니다. 부산역에서 김해까지 전철로 갑니다. 버스도 있는데요. 책을 읽기는 전철이 나아요.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다, 나도 모르게 폭소를 터뜨렸어요. 옆자리 분이 슬그머니 일어나 자리를 옮기시네요. 가끔 이렇게 미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이렇게 웃기는 소설책은 집에서 조신하게 혼자 읽어야하는데, 문제는 장거리 출장 갈 때 강의 전 긴장을 풀려고 재미난 책을 미리 준비해두거든요. 주위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끊을 수가 없네요. 너무 웃겨서.

김해경전철에서 본 풍경입니다. 서울의 지하철이랑 달리 바깥 풍경이 보이고요. 진행 방향이 보여 열차타고 여행하는 것 같아요. 강의 시간, 2시간전에 도착했어요. 네이버 지도로 근처 녹지를 찾아보니 봉황동 유적이 있네요. 1시간 걷기 딱 좋은 곳.

저는 강의하기 전 산책을 좋아합니다.

걷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긴장도 풀리거든요.

경남 매일 CEO 아카데미입니다. 벌써 세번째 왔네요. 다행히 수강생 반응이 좋은지, 매번 불러주셔서 정말 고마운 곳이지요.

퇴근하고 바로 공부하러 달려오는 CEO들을 위해 저녁 식사가 마련되는데요. 호텔 조리장님이 특별히 준비해주신 도시락이 일품입니다.

그날 강의는 기사로도 올라왔네요.

http://www.gn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514682 

 

"100세 시대 80대까지 일하려면 60대까지 공부하라" - 경남매일

지난 2002년 뉴논스톱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을 거머쥐었던 김민식 PD가 김해를 찾았다. 김 PD는 경남매일 CEO 아카데미를 위해 지난 7일 아이스퀘어 호텔 캐모마일 룸에서 `행복은 강도가

www.gnmaeil.com

강의를 마치면 밤 9시. 근처 숙소에서 쉽니다. 다음날 아침에 부산역으로 갑니다. 부산까지 내려왔다가 일만 하고 올라가면 섭섭하지요. 전철역 락커에 가방을 보관하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부산역 앞에서 태종대 가는 버스를 타니, 아침 9시 조금 넘어 감지해변에 도착합니다. 해운대나 이기대 코스도 좋지만, 부산역에서 가까워 태종대도 제가 즐겨 찾는 곳입니다. 여기서 영도대교까지 부산 갈맷길을 걷는데요. 

앗, 하필 공사중이네요. 

괜찮아요. 다음에 또 오면 되지요. 태종대 연결 해안관광도로 건설사업이라니, 아마 곧 또 멋진 바닷길이 탄생하겠지요. 

감지 해변 대신 태종대로 향합니다.

영도 등대를 찾아가요. 

카페에서 잠시 쉬어갈까 싶어 찾아갔는데, 등대 카페는 휴관중이네요.

그래도 전망은 여기가 태종대 최고입니다!

보고 또 봐도 참 예쁜 영도 등대.

조용히 책을 읽을 공간이 개방되어 있고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 꼭대기에서 이렇게 멋진 파노라마 전망을 즐기실 수 있어요.

입장료가 없어 좋은 태종대, 돈 안 받는 영도 등대! 짠돌이 여행자에겐 최고의 선택이네요.

옛날엔 공원 입장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다누비 열차 티켓으로 대신하나봐요. 다누비 열차로 오르는 것도 좋지요. 언젠가 걷는 게 불편해지면 열차를 타겠지만, 오늘 저는 걷습니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에 나오는 글. 

'단 하나의 원칙, 운동과 이동을 분리하지 말 것.
첫째, 우리 몸은 생각보다 더 많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루 20킬로미터를 걷고 뛰는 정도까지는 끄떡없다. 뛰면 무릎 연골이 닳아서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적절한 근골격계 내재역량을 갖추지 않고 몸이 가분수인(근골격계가 취약하고 체중이 과도한) 상태에서 견딜 수 없는 부하가 걸리면 관절이 손상된다. 하지만 근골격계 내재역량을 갖춘 상태에서 올바른 자세로 적절하게 달리면, 오히려 무릎 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강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관절의 마모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둘째, 더 편하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예컨대 더 비싼 의자를 사서 오래 앉아 있거나 가까운 곳도 차량을 타고 이동하려고 할수록 미래에 더 많은 고통을 얻는다. 사실 매우 비싼 의자를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기업의 의도는 건전하지 않다. 몸이 망가질지언정 비싸고 편안한 의자에 더 오래 앉아 일을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뒤집으면, 단 하나의 원칙으로 이동성 도메인의 내재역량을 보존하면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편안함을 얻기 위한 습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운동과 이동을 굳이 분리하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질 이동성 습관은 사회적,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하다.'

이 책 읽고 생긴 습관이 있어요. 전철역에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같이 있는 곳에서는 무조건 계단을 걸어오릅니다. 운동과 이동을 굳이 나누지 않고, 이동이 곧 운동이라고 생각하려고요. 

한바퀴 돌아 내려오니 자갈마당.

그날 저는 갈맷길 3코스 태종대 구간을 걸었어요.

이제 영도 다리 건너 점심 먹으러 갑니다.

남포역 근처, 부산명물횟집에서 회백밥을 먹어요. 1인분 38,000원. 해산물이나 쓰끼다시 보다는 오로지 회로 승부하는 전통의 맛집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점심을 먹었는데요. 어머니는 그날 아침밥이 소화가 잘 안 되었다며 굳이 회를 남기고 국물만 드십니다. 아들 회를 더 먹이겠다는 마음이 엿보이지만, 애써 모른 척. 그냥 열심히 제가 다 먹습니다. 예전에는 막 그랬거든요. "엄마, 아들 평소에 잘 먹어요. 그러니 내 걱정 말고 그냥 좀 많이 드이소." 음식을 놓고 티격태격했는데요. 이제는 그 또한 잔소리임을 압니다. 평소에 잘 먹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엄마 앞에서 잘 먹는 게 중요하지.

이제 강연 출장 마치고 오후 기차로 서울로 올라갑니다. 어머니가 싸주신 전복장과 영도 등대의 예쁜 추억 안고 돌아갑니다.

삶은, 하루하루가 다 선물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