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어요. ITX 청춘이라는 기차가 있어요. 청춘이라는 이름이 참 좋지요? '청'량리에서 '춘'천 가는 기차라 '청춘'인듯한데, 이름 참 잘 지었네요. 기차 탈 때마다 청춘인양 설렙니다. 아침 8시, 왕십리역에서 자전거를 싣고 가평까지 갑니다. 코레일톡에서 예매할 때 자전거석으로 표를 끊어야합니다. 그럼 자전거를 열차에 실을 수 있어요. (편도 5900원)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춘천까지 가려면, 가는 길에 지쳐서 정작 도착해서는 제대로 구경하기 쉽지 않아요. 열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면 가서 구경 다닐 때 몸도 마음도 편하지요.
아침 9시, 가평역에 내려서 춘천 방향 북한강 자전거길을 찾아가는데요. 가는 길에 플래카드가 보여요. 자라섬 꽃 페스타 기간(2023. 5. 20~6.23)이라네요? 즉흥적으로 핸들을 꺾어 자라섬으로 갔어요.
길을 가다 예쁜 꽃을 보면, 이름을 묻고 싶지요. '넌 누구니? 누군데 이렇게 이쁘니?'
여기선 꽃들이 자기 이름을 알려줘요. 상콤발랄 미니백일홍이에요.
수국이 수북수북, 수국이에요.
안녕, 반가워. 난 서울에서 온 김민식이라고 해.
<전국축제자랑>이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을 보니, 지역 축제가 참 많더라고요. 은퇴하고 지역 축제만 찾아다녀도 1년 열두 달,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축제를 위해 공들여 꽃밭을 가꿔요. 지역 일자리 창출도 되고요.
입장료가 7000원인데요. 지역 상품권 5000원을 돌려줘요. 가평에 있는 식당이나 가게에서 쓸 수 있어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겠네요. 서울에서 벌어서 지역에서 씁니다. 이게 순환이지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춘천으로 달립니다. 아침에 일어나 춘천 여행을 검색해보니, 제이드가든이라는 여행 명소가 뜨더군요.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곳이에요. 찾아갑니다.
제이드가든. 입장료 10000원. (자라섬 꽃 페스타 입장권을 보여주면 2000원 할인, 개이득!)
야외 식물원인데요.
공간을 예쁘게 잘 꾸며두었네요.
미로 정원, 이끼 정원, 윈터 가든, 잉글리시 보더가든 등등
정원을 아기자기, 예쁘게 조성해두었고요.
데크길이 좋아 숲속을 산책하는 정취도 맛볼 수 있어요.
숲속 나무 놀이터랑
마녀의 집은 동심을 자극하고요.
제이드가든, Jade Garden, 왜 이름이 옥 정원인지 알겠어요.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공간이네요.
브런치 카페가 있는데요.
생수 (2000원) 하나 마시며 책 읽으며 잠시 쉬었다 갑니다.
인터넷 검색 덕분에 보물을 건졌네요.
다시 자전거를 타고 북한강변을 달려요. 곳곳에 꽃이 만발했어요.
강촌에 있는 풍경밥집에 들러 제육백반을 시켜요. (12000원)
혼자 먹기에는 엄청 푸짐한 상차림이네요. 자전거 여행할 때는 잘 먹어야 해요. 그래야 잘 달려요.
의암댐입니다. 여기를 지나면 소양호지요.
소양호 스카이워크.
배가 부르니 슬슬 졸리네요. 전망 좋은 곳에 자전거를 대고, 잠시 쉬어갑니다. 언제 어디서든 머리를 대기만 하면 바로 낮잠 모드~^^
의암호 순환 자전거길, 자전거 타기 정말 좋은 길이에요.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
의암호 전망을 즐길 수 있는 KT&G 춘천 상상마당 2층 테라스.
1층 '댄싱 카페인'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티 한 잔 합니다. 예전에는 이 전망 좋은 카페를 그냥 지나치기만 했어요. 직장인 시절, 어렵게 하루 휴가를 냈을 땐, 자전거를 타고 더 멀리 더 빨리 가고 싶었어요. '잠깐 앉았다 다시 달릴건데 굳이 5천원씩 내고 커피 마실 이유가 있나?' 그때는 돈이 아까웠고 시간도 아까웠지요. 그래서 그냥 지나치기만 했는데, 지금은 그냥 즐겨요. 예전에는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기를 쓰고 달렸다면, 이젠 가평까지 기차로 가고요. 가평에서 춘천까지 잠깐 자전거를 타고는, 춘천에서 기차타고 집으로 갑니다. 쉬엄쉬엄 달려요. 느리게 느긋하게 삽니다. 은퇴 후의 삶은 내가 나 자신에게 준 선물이니까요.
그날 아침 유튜브를 보다, 전자책으로 구매한 책입니다. <내면 소통>.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산길을 걷는데 커다란 돌덩어리가 하나 나타났다고 하자. 그 돌은 무거운가? 그 돌을 굳이 들어 올리려 한다면 엄청 무거울 것이다. 그러나 그 돌을 들어 올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전혀 무거운 돌이 아니다. 돌을 들고 있으면서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에게만 돌은 무거움의 고통을 준다.
내면소통 명상은 “나는 왜 지금 이 무거운 돌을 들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악착같이 이 돌을 들고 있어야겠다는 집착은 어디서 왔는가? 이 돌을 내려놓는 것이 마치 삶이 끝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두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인가? 나는 ‘당연히’ 이 돌을 꼭 들어야만 한다는 당연함은 어디서 왔는가? 사회적 통념? 주변의 시선? 무거운 돌을 들고 있겠다는 집착을 내려놓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돌을 내려놓는 힘이 곧 마음근력이다. 명상은 집착을 내려놓는 훈련이다.'
<내면소통 :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 (김주환 / 인플루엔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회사에서 핍박 받으며 유배지를 떠돌 때, 틈만 나면 자전거를 끌고 북한강 자전거길을 달렸어요. 이 길을 달리며 저는 힘든 시절 버텼습니다. 자전거 타기도 일종의 명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자신과 대화를 나눠요.
'이 괴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경영진을 미워한다고 괴로움이 사라지는가? 지금 이 순간, 즐겁게 사는 것 말고 답이 있는가?'
책을 읽고, 길을 걷고, 글을 쓰면서, 끊임없이 내면소통을 했어요. 그 덕분에 노후에도 심심하지는 않아요. 내 가장 좋은 친구, 나 자신이 있으니까요. 나 자신에게 매일 매일 멋진 추억을 선물해주며 살고 싶습니다.
여행 경비 총결산.
ITX청춘 왕십리 - 가평 (자전거석) 5900원
자라섬 꽃 페스타 7000원
제이드가든 10000원
생수 2000원
제육백반 12000원
아이스티 6000원
소금빵 3500원
춘천 - 왕십리 (자전거석) 8800원
55,000원 정도 썼네요. 즐거운 추억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돈은 아낌없이 쓰면서 살고 싶어요. ^^
이번 한 주도 즐겁게 시작하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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