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다니는 주말 산행 모임이 있어요. 7월 1일 토요일 오전, 셋이서 인왕산에 올랐어요. 오전 7시, 사직파출소 앞에서 만나서 걷기 시작합니다.
첫번째 목적지는 수성동 계곡. 정선의 인왕제색도의 배경이 이곳이 아닐까 추측하는 곳이지요.
인왕산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
3호선 경복궁 역에서 내려 불과 10여분을 걸어 이런 풍광을 만난다는 게 참 신기해요.
여기는 1년 사시사철 언제 와도 좋아요.
무엇보다 서울 시내에 이런 곳이 있어 참 좋네요.
인왕산 숲속 쉼터입니다.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청와대 뒷산인 인왕산과 북악산에 수많은 군초소가 들어오고요. 2018년 인왕산 전면 개방에 따라 인왕3분초였던 군사 시설을 공원으로 바꾸었어요. 오픈 시간이 10시라 (저희는 오전 8시 도착...) 들어가지는 못했으나, 언젠가 한가해지면 여기에 와서 책을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중에 한양도성 성곽길도 만납니다.
여름 산행의 핵심은 이른 출발입니다. 이날도 11시가 넘어가니 찜통 더위가 시작되더군요.
여기는 기차바위. 기차길처럼 일자로 길이 난 바위 능선을 타고 갑니다.
얼마 전 인왕산에 산불이 난 적이 있는데요. 그때 화마에 상처를 입은 나무들이 보입니다. 몇년 후 다시 왔을 때는 나무들이 파릇파릇 되살아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하산길입니다. 그날의 최종 종착점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볼 수 있는 무계원입니다.
'무계원의 건물은 과거 종로구 익선동에 있었던 서울시 등록음식점 1호 오진암의 건물 자재를 사용하여 지어졌으며 무계원의 대문을 비롯해 기와, 서까래, 기둥등에 쓰였습니다.
조선말기 서화가 이병직의 집이기도 하였던 오진암은 1910년대 초 대표적인 상업용 도시한옥으로서 그 희소성과 함께 보존가치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남북 냉전체제를 대화국면으로 이끈 7.4 남북공동성명을 도출해 낸 역사적인 장소였습니다.
무계원이 위치한 무계정사지는 안평대군이 꿈을 꾼 도원과 흡사해 화가 안견에게 3일 만에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했고 정자를 지어 시를 읊으며 활을 쏘았다고 전해지는 유서깊은 장소입니다.'
(출처 : 종로문화재단)
안평대군은 세종의 셋째 아들이었지요. 시문·서·화에 모두 능해 삼절이라 불렸으며 당대 제일의 서예가로 유명했어요. 도성의 북문 밖에 무이정사를 짓고 많은 책과 서화 명적들을 수장하여 시회를 열고 서화가를 후원하는 등 당대 서화계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데요. 수양대군과 맞설 사람으로 평가받았으나 1453년 계유정난으로 측근들이 살해된 뒤 강화도로 귀양 갔다가 사약을 받았지요. 재주많고 인기많은 왕자로 태어난 것이 그의 비극이었을까요?
산행을 마치고 찾아간 곳은 <도이칠란드 박>이라는 수제 소시지 가게였어요.
그날 같이 산에 오른 친구의 단골집인데요.
음식맛이 기가 막히네요.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무릉도원, 즉 지상낙원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낙원은 특정한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있는 곳, 어디든 다 지상천국이 될 수 있어요.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면 말이지요.
7월의 토요일, 아침 7시부터 20년지기 친구들과 인왕산에 올랐고요. 맛있는 점심과 함께 수다를 떨었어요. 이런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라면, 어디든 낙원이지 않을까요?
오늘도 천국이 지상에 임하기를 소망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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