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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나가사키 여행기 2탄 데지마

by 김민식pd 2023. 6. 21.

지난 4월에 다녀온 규슈 여행기 이어서 올립니다. 나가사키에 도착한 날, 오전에는 구라바엔을 다녀왔고요. 점심에 나가사키 짬뽕 한 그릇 먹고 데지마로 갔어요.

데지마 입장료 520엔. (5200원)

데지마 出島는 1636년 에도막부가 포르투갈인들의 기독교 포교를 봉쇄하기 위해 축조한 인공섬입니다. 외지인을 본토에 들이지는 않겠다는 막부의 명령에 살짝 편법을 써서 자유 무역항을 만든 거죠. 

데지마는 서양에 열렸던 유일한 창구로서 무역과 문화의 거점 역할을 했고요. 1859년 개항이 이뤄지자 데지마 주변 바다가 점차 매립되기 시작했고, 완전히 내륙으로 변하게 됐습니다.

네덜란드 상인이 거주하던 카피탄 주택을 비롯한 옛 건물들을 거의 복원했고요.

실내를 둘러보며 그 시절의 생활상을 볼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한 곳은, 데지마의 미니어처 정원.

마치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세트장 같았거든요. 

데지마는 그 시절, 난학의 산실입니다. 난학이란, 화란, 즉 네덜란드를 배우자는 학문이지요. 김시덕 선생님의 책  <일본인 이야기 1 : 전쟁과 바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일본의 새로운 패권자로 부상하던 이에야스로서도, 당시 세계 최강국이던 스페인의 식민지 무역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톨릭 신부들의 포교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초기에는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에야스 역시 머지않아 히데요시와 같은 입장이 됩니다. 상업적 이익을 위해 가톨릭 세력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것을 계속 허용하다가는, 자신의 권위에 복종하지 않고 바다 건너 로마의 권위에 복종하는 피지배민 집단이 점점 더 세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아마 조선시대에 가톨릭 포교를 보는 왕과 선비들의 생각도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새로운 믿음과 신념은 항상 기득권에게 위협이 됩니다. 

데지마를 둘러본 후, 근처에 있는 시립미술관에 갔습니다. 관람료 1000엔, 우리 돈 만원이네요. 나가사키는 은근히 입장료가 비싼 편입니다. 

미술관 입장 대신 근처 나가사키 수변공원을 산책합니다. 봄볕이 좋네요. 햇살과 초목은 공짜에요. ^^ 

걷다가 지치면 숙소로 돌아가 잠시 낮잠을 청합니다. 퍼스트 캐빈 나가사키, 캡슐텔인데요. 1박에 5만원. 숙박비가 비싼 나가사키에서 나름 가성비가 좋은 곳이라 묵었어요. 

저녁엔 뭘 먹을까,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도 가보고

데지마 부둣가 관광 식당가도 둘러봤는데요. 가격이 너무 세고, 또 혼자 먹기는 살짝 부담스러워요.

지도에서 시장 근처 맛집 검색하니, 간코도리 시장의 욧소가 뜹니다. 리뷰가 좋은 식당이네요.

차완무시라는 일본식 계란찜으로 유명한 집인데요. 계란찜 9000원. 지라시스시 13000원.


붐비는 맛집을 혼자 찾았을 때는, 메뉴를 2개 시킵니다. 그래야 좀 덜 미안해요. 오늘은 많이 걸었으니 제대로 한번 먹어보는 걸로~ 22000원에 아주 훌륭한 일본 요리를 맛보았네요. 욧소, 맛있고 친절해서 다음에도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나가사키의 명물 메가네바시(안경 다리)입니다. 1632년 중국에서 건너온 묵자 선사가 1634년에 지은 다리인데요. 승려이자 돌다리 놓는 기술자였답니다. 나가사키는 오래전부터 동북아 교류의 중심지였군요. 

규슈 여행을 하다보면, 한반도와 가까운 이 지역의 다이묘들이 예전 임진왜란에서 선봉장이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오래된 옛일이지만, 우리 선조들에게 가슴 아픈 과거니까요. 김시덕 선생님은 앞서 소개한 책에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공격 타깃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의 다이묘부터 차례로 선봉에 설 것을 명하는 것이 히데요시의 출진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임진왜란 때에도 규슈 지역의 히데요시 측근들이 선봉에 선 것입니다. 최근 한국 일각에서는 히데요시가 정권 안정을 위해 유력 다이묘들을 제거하려고 조선에 먼저 보냈다는 말을 하는데, 그렇게 생각할 근거는 없습니다.'

길을 걸으며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을 해봅니다. 위기란 어떤 모습으로 닥치는가?

규슈 여행, 다음에는 가라쓰 올레길을 걸으며 임진왜란의 전초기지를 둘러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은퇴자의 여행,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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