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근처에 있는 서점, 북살롱 텍스트북에 놀러갔다가 산 책입니다.
<에이징 솔로>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저자의 전작, <이상한 정상가족>을 재미나게 읽었고요.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라는 부제를 보고 골랐습니다. <외로움 수업>을 내고 여기저기 강의를 다니는데요. 공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100세 시대는 모두가 외로워지는 시대입니다. 이제 1인 가구(2021년 기준 전체 가구의 33.4%)는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29.3%)보다 많아요. “청년은 미혼, 중년은 이혼, 노년은 사별”. 여기에 일찍이 ‘혼자’를 선택해 20년 이상 스스로 삶을 꾸려온 비혼 중년의 이야기는 없는데요. 저자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 들어 홀로 나이 들어갈 40·50대 ‘에이징 솔로Aging Solo’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자는 마흔두 살이 되던 해, 18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둡니다. 그때 한 선배가 불러요.
"네 나이에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으면서, 회사까지 그만두면 어쩌려고 그래. 인생 망칠 작정이야?"
남들이 어떻게 보든지 말든지 저자는 남편도 자식도 없고, 직장에 묶이지 않았던 덕에 홀로 긴 여행을 여러번 떠나고요.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등 책을 펴냅니다.
'이혼한 뒤 내가 오래 속했던 제도와 그 안에서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주류에서 벗어난 삶, 사회적 소수자의 삶에 근거 없는 낙인을 찍는 행위의 부당함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겉모습으로 단정 짓지 않고 남의 속내를 쉽게 넘겨짚지 않으려 노력하는 자세도 배웠다.'
맞아요. 사람은 자신이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도 있어요. 저는 뼈저리게 외로운 지경에 처하고 나니까, 비로소 사람이 때로는 서로에게 얼마나 상처주는 존재인지 알게 되었고요. 역설적으로 그렇게 외로울 때 내 옆을 지켜주는 인연의 소중함도 배웠어요. 겪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쉽지는 않지요. 그렇기에 저는 겪는 대신 책으로 공부하려 합니다.
요즘 비혼을 선택하는 젊은 세대가 점점 늘어나는데요. 이는 세계적인 추세랍니다. 독신을 연구하는 이스라엘의 사회학자는 "오늘날 독신은 많은 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등장하는 인구 형태"라고 합니다. 미국의 어느 사회학자는 "인류가 집단생활을 해온 지는 20만 년에 달하는 데 반해, 수많은 사람이 혼자 살기에 도전한 기간은 아직 50년에서 60년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혼자 사는 사람이 급증한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가 <외로움 수업>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세계화, 정보화, 고령화의 3가지 압박은 이제 직장이 아니라 혼자서 일하는 풍조를 낳고요, 나이 들어 혼자 살아야하는 시대로 이전하게 됩니다. 이런 시대에 외로움을 괴로움이라 여기면 개인으로는 고통이요, 국가적으로는 손해입니다. 새롭게 외로움을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자식을 낳아봐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자식을 여럿 두고도 어른이 되기는커녕 성숙한 면모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생생한 사례가 현실에 넘치도록 많아서, 나는 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자식을 낳아봐야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관계 맺을 줄 알게 될 때 어른이 되는 것이다.'
라는 말씀에 밑줄을 좍좍 긋습니다.
흔히들 결혼 출산 육아를 권하는 이유로, 그래야 노후에 외롭지 않다고 하는데요. 가장 외로운 사람은 마음이 통하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에요. 저는 그런 사례를 주위에서 여러차례 봤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 저는 정말 외로웠거든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려서 이미 깨달았어요. 저자가 만난 에이징 솔로 가운데 외로움을 심각한 문제로 꼽은 사람은 없었어요.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서가 아니다. "혼자 있을 때 가장 나 자신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외로움을 반긴다"라는 사람에서부터 "외로움은 사람이면 누구나 감당해야 하는 존재의 기본 조건"이라고 받아들이거나 "외로움이 고립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관계망에 기댈 수 있어서 괜찮다"라는 응답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했다.'
나이 들어 외롭지 않으려면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모임을 갖는 게 중요한데요. 이때 참고하면 좋을 법칙이 있어요. 영국의 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가 만든 '30분 법칙'
"어떤 사람이 당신이 사는 곳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산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중요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30분이 도보인지, 자전거나 차로 가는 시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그곳에 도착하는데 얼마나 걸리느냐에 관한 심리적 거리감이 더 중요하다."
제가 퇴직 후, 회사 동료들을 만나는 일이 급격하게 줄었어요. 후배가 점심 먹자고 하면 고민이 들어요. 밥 한 번 먹자고 왔다갔다 3시간을 써야 하나? 그 시간이면 탁구를 치거나, 줌바 댄스 수업 한 타임을 들을 수 있는데 말이지요.
월소득 200만 원이 넘으면 OECD 기준 중산층에 해당된답니다. 중위소득의 4분의 3보다 크고, 2배보다는 작은 게 중산층인데요.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중산층은 1인가구는 월 200만~540만 원, 4인 가구는 400만~1000만 원을 벌면 중산층이라고요. 연금을 포함해 개인 소득 월 200만원을 넘기는 게 노후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빅데이터 컨설팅 기업에서 '유럽과 한국의 행복 인식 데이터 분석'을 했는데요. 북유럽 사람들의 말에는 '나'와 '사람들'이 포함된 문장에서 긍정적 정서가 높은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나와 타자 대신 '가족'을 중심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요.
'북유럽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 자신이 행복하려면 다른 이들의 행복이 필수적이라고 여겼다. 그 결과 불평등 해소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사회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면모가 나타났다. 반면 한국 사람들의 사고에는 몰입의 대상인 '가족'만 있을 뿐, '나'와 '사회'가 없었다. 가족에게 매달리는 정도가 높은 만큼 가족은 교육비로 대표되는 엄청난 비용을 유발해 고통을 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한국인들은 가족을 통한 행복의 희구가 강렬한 동시에 남 눈치를 보느라 스트레스를 받지만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남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의 조건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음...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다음에는 저자의 북토크를 찾아가 더 배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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