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에 다녀온 쿠바 플라야 히론 여행기입니다.
수도 아바나에서 사흘 정도 묵은 후, 플라야 히론으로 이동했어요. 여행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마을인데요. 인터넷 검색을 하다,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보고 선택했어요. 저는 스노클링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카리브해 스노클링은 어떤 경험일까요?
플라야 히론 마을에 처음 도착해서 본 풍경...
우리가 흔히 만나는 말은 레저 수단인데요. 쿠바에서는 운송 수단이에요. 너무나 가난하기에 자동차를 수입할 수 없어 말로 물건을 나릅니다.
아침에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나갑니다. 자전거 대여료 하루 5불.
쿠바 시골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날도 오는군요. 스무살에 자전거 전국일주 할 때는 이런 날이 올 줄 꿈도 못 꿨는데 말이지요. 자전거는 낡았지만 의외로 관리는 잘 되어있어 잘 나갑니다. 쿠바의 자동차도 그렇습니다. 외양은 낡았지만 은근 잘 달립니다. 부품의 부족을 사람의 수공으로 때웁니다. 문득 내 몸을 이 자전거처럼 가꾸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래 되고 낡았지만 정성껏 돌봐주고싶습니다.
이렇게 시골길을 달릴 때, 뒤에서 빠앙하는 경적이 울려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자전거를 일단 차도 옆으로 뺍니다. 잠시 후 커다란 트럭이 굉음을 울리며 지나가네요. 쿠바는 왕복 2차선 도로인데요. 교통량이 적어서 방심하기 쉬운데요. 과속으로 달리는 차는 코너를 돌기 전에 미리 빠앙 합니다. 혹 마주오는 차선에 추월차량이 있을까봐 그래요.
마을에서 자전거로 30분 거리에 푼타 페르디즈가 있습니다. 전날 차를 타고 아바나에서 오는 길에 미리 봐둔 곳이지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20불. 처음엔 쿠바 물가 치고 비싼 거 아닌가? 싶다가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는 썬베드 대여료만 10불인데, 여기 카리브 해안에서는 식사, 음료, 주류까지 무제한 제공하고 20불이니 가성비가 끝내주는 거죠.
카리브의 푸른 바다를 보며, 시원한 음료로 목을 축입니다.
스노클링을 하는 이들이 있어요. 장비 대여료가 5불입니다. 종일 대여료에요.
물이 맑아서 스노클링하는 재미가 있어요. 우와, 진짜 좋아요! 원 풀었네요. 산토리니, 다낭, 파타야에 가서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스노클링의 세계! 지구 반대편 쿠바에 와서 즐길 수 있네요.
액션캠을 가져가지 않아, 다른 사람이 찍은 영상을 공유합니다.
물밖에서 보는 것과 바닷속 세상이 이렇게 달라요. 어떻게 물이 허리까지 밖에 안오는 깊이에 손바닥만한 물고기가 살고있지? 걸어들어가자마자 색색들이 산호초도 있고 니모랑 도리 친구들이 떼지어 다닙니다.
원래 스노클링 하려면 배를 타고 깊은 바다로 나가야하는데 여기는 뭍에서 1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다 있습니다. 깊이는 허리 정도. 물론 그래도 기본적으로 수영을 할 줄 알아야해요. 갑자기 깊은 구역이 나타나기도 하거든요. 스노클링 할 때는 자유형이나 접영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평영만 배우고 오셔도 충분합니다.
이제껏 다니며 해본 스노클링 중 베스트 3는 아니라도 탑 파이브 안에는 듭니다.
참고로 저의 스노클링 경험 베스트 3는~
3위는 2016년 일본 오키나와 후루자마미섬.
2위는 2017년 탄자니아 잔지바르 블루사파리.
1위는 1995년의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리프.
95년 호주 배낭여행 갔다가 처음 해본 스노클링 덕분에, 바닷속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었지요.
아들이랑 노는 젊은 아빠에게 스노클링 너무 좋다고, 물밖에만 있지말고 바닷속 세상을 한번 꼭 보라고 침을 튀기며 권하려다... 참습니다. 전 해보고 좋으면 영어공부든, 글쓰기든, 여행이든, 사람들에게 권하는 편인데요. 직접 하는 건 참습니다. 그건 오지랖이고, 참견이고, 간섭입니다. 이 좋은 곳에 와서 물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나름의 사정이 있겠지요.
내가 살면서 배운 걸 어떤 식으로든 세상과 나누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합니다. 단 1대1로 하는 건 피합니다. 그건 꼰대의 잔소리에 불과하니까요. 가끔 제게 1대1로 만나 직접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하시는 분들, 정말 죄송하지만,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닙니다.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는 무해한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점심은 뷔페식입니다. 쿠바에서 가장 잘 먹은 날이네요. ^^
역시 돈을 들이면 여기서도 잘 먹을 수 있군요. 아마도 멕시코 칸쿤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를 모방한 시스템이라 그렇겠지요? 하루 20불에 잘 먹고 잘 쉬고 잘 마실 수 있어요. 다른 손님들은 무제한 맥주 서비스를 엄청 좋아하시던데, 저는 패스~^^
배도 부르고, 이제 누워서 책을 읽습니다. 이곳이 내게 천국의 도서관이에요. 크레마 북클럽 전자책 대여서비스 덕분에 내가 가는 곳은 어디나 도서관입니다.
덴마크에서 온 여행자 만났어요. "내가 아는 덴마크 말이 있어. '휘게'라고." 무척 반가워하더라고요. "너희 나라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며? 한국에는 책도 나와 있어. <휘게>에 대해서 쓴 책."
깜짝 놀라더군요.
"휘게를 안다고? 그건 덴마크 사람들의 비밀인데? ^^ 휘게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거야. Just relaxing."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기록한 덕분에 여행을 다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그게 독서가 주는 큰 선물 중 하나지요.
https://free2world.tistory.com/1381
2017년에 올린 블로그 글입니다. 휘게~
그의 부모님들은 태국에서 노후를 보낸답니다. 방콕과 파타야 중간 지점에 있는 어느 마을에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모여사는 실버타운이 있다고요. 덴마크에서 나오는 국민 연금이면 태국에서 럭셔리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그곳에서 추운 겨울을 난답니다. 그또한 멋진 노후가 되겠군요.
이렇게 천국에서의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쿠바 여행기, 다음엔 트리니다드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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