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피디로 살면서, 평생 노는 데는 진심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을까?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 놀이공원이었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에버랜드 연간 이용권을 끊어서 다녔어요. 하도 자주 갔더니 아이들이 지겨워할 정도로... 이상했어요. 어떻게 놀이 공원이 지겨울 수 있지? 저는 갈 때마다 즐거웠거든요. 은퇴하면 제일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는 올랜도 디즈니월드였어요. 코로나가 잠잠해지길 기다려 지난 1월에 다녀왔어요. 뉴욕에서 뮤지컬 보고 걷기 여행한 후, 올랜도로 이동했어요.
숙소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엡콧으로 갑니다. 모노레일 타고 매직 킹덤 입구에 오니 9시. 줄을 서서 입장하니 디즈니 영화 로고에 나오는 성이 나타나네요. 숙소에서 출발해서 1시간 반이나 걸립니다.
1월인데 여기 북반구 맞나요? 꽤 덥습니다. 다들 반바지에 반팔 차림이에요. 겨울방학에 올랜도 놀러가시는 분들, 여름옷 챙겨가셔야 합니다.
가장 먼저 무엇을 탈까? 백설공주에 나오는 <일곱난쟁이의 광산 열차>라는 놀이기구, 대기 시간이 90분이라고 뜨네요.
얼른 줄을 섭니다. 입장하자마자 벌써 대기시간 90분이라니, 갈수록 저 줄은 더 길어집니다. 지금이 가장 빠른 거죠.
민서 초등학교 졸업 기념 여행으로 일본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갔을 때, <플라잉 다이노서-날으는 공룡> 놀이기구를 탔는데요. 줄을 섰을 땐 대기시간이 90분인데, 내리고 나니 120분이 되더군요.
줄이 긴 놀이기구일수록 대기시간이 점점 더 늘어납니다. 희귀재가 사치재가 되는 이유 아닐까요? 남들이 줄을 서니, 나도 일단 선다. 난쟁이의 광산열차, 생각보다 심심했어요. 다만 중간에 난쟁이들이 <하이 호 Heigh Ho> 노래를 하는데, 반가웠어요. 딸만 둘이라 공주 영화를 많이 틀어줬고요. 그때 친근해진 노래거든요. 난쟁이들의 노동요.
<필하매직> 필하모니 + 매직 쇼?
디즈니 만화영화는 기본적으로 뮤지컬이에요. 그래서 좋은 노래가 많죠. 그걸 모아 콘서트 형식으로 보여주는 쇼입니다.
<필하매직>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재미있게 봤기에 또 봤는데요. 그새 새로운 노래가 추가되었네요. 영화 <코코>에 나온 노래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영화 영상 그대로 트는 것이 아니라 테마파크 용으로 따로 제작된 영상입니다. 역시 디즈니 영화는 노래가 참 좋아요.
오래된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티키티키티키티키 티키룸~ 이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공연으로 보니 더 반갑네요. 온갖 열대 새들이 노래하는 <티키 룸>
<It's a small world> 그냥 배타고 인형들 보는 라이드인데, 여기도 대기 시간 45분.
'세상 참 좁네요.' 라는 표현을 가지고 세계일주 라이드를 만들었어요. 아기자기한 인형들의 공연을 보는 재미가 있지요. 도쿄 디즈니랜드에서는 민서랑 나라 이름 맞추기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들은 다 크고, 이제 철없는 아빠 혼자 온 놀이동산.
가장 인기있는 어트랙션 중 하나인 <빅 썬더 마운틴> 대기시간이 무조건 1시간 넘어가는데요. 저는 <라이트닝 레인> 서비스를 추가로 구매한 덕분에 땡볕 아래 기다리는 수고를 덜었습니다. 하루 공원 입장료 160불, 20만원이 넘어가는데, 거기에 또 추가 서비스까지 구매해야 하자니, 돈이 아깝긴 해요. 그래도 지릅니다. 젊어선 몸으로 때웠는데, 이젠 돈으로 때웁니다. 이젠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곳을 언제 다시 오겠어요.
점심은 <트리오 플래터 더하기 콜라> 20불. 양이 너무 많아 남겼어요.
<투모로우랜드 스피드웨이> 아이들이 직접 운전하는 것 같은 스릴을 느끼게 하는 놀이기구입니다. 범퍼카랑은 좀 달라요. 정해진 트랙을 달리거든요.
<진보의 회전목마>라는 어트랙션입니다.
20세기, 한 세기 동안 계속 발전을 거듭한 미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전시물입니다. 100년의 시간을 빠르게 패스트 포워드 하는 기분입니다. (참 요즘 아이들은 패스트 포워드라는 말을 모른다고 하더군요. 비디어 플레이어 세대만 아는 단어. ^^) 이제 퍼레이드 시간이네요.
디즈니 만화 주인공들 총출동!
백설공주와 난쟁이들도 나오고요.
디즈니 캐슬 배경으로 퍼레이드 동선이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언제봐도 즐거운 놀이공원의 퍼레이드~
1월 말, 한창 디즈니월드 여행중일 때, 유튜브에 미리 찍어둔 <지식인사이드> 영상이 나갔어요. 저녁에 쉬면서 영상을 보다 깨달은 점. 아, 나는 천상 예능피디로구나. 예능 피디는 잘 노는 사람이에요. 국민을 상대로 놀아드리는 게 예능 피디의 직업입니다. 잘 놀아보고 그렇게 발견한 재미를 사람들과 나누는 사람입니다.
<지식인사이드> 1편에서 한 얘기 중, 많은 건 탁구장에서 놀면서 배웠거든요. 매트와 폼롤러가 그래요. 열심히 탁구를 치니까 아프더라고요. 근막통증이 왔어요. 재밌는데 아프네, 어쩌지? 아픈 데 풀어주려고 폼롤러 스트레칭을 배웠고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라켓 스포츠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근력 운동을 통해 온 몸의 근육을 키우고 있어요.
즉, 저는 은퇴 후에도 여전히 예능 피디입니다. 잘 놀고, 그렇게 깨달은 노후의 즐거움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 그게 나의 일이라는 걸 놀이공원에 와서 다시금 확인하고 갑니다.
뉴욕에서 플로리다를 거쳐 이제 쿠바로 날아갑니다. 다음 여행기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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