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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라오스 여행 4. 므앙 응오이 느아

by 김민식pd 2022. 12. 7.

예전에 올린 여행기를 보며 추억을 소환하며 지냅니다. 여동생이 어느날 문자를 보냈어요. 

"그래서 라오스 여행 다음편은 언제 올라와?"

"응?"

2013년에 라오스 여행기를 연재하다 말았는데 그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죠. 

2012년 파업 후 저나 MBC 동료들이 고초를 겪던 시절입니다. 그때 혼자 놀러다니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부끄러워 블로그 여행기를 올리다 만 적이 있어요. 요즘도 가끔 고민을 합니다. 누군가 내 여행기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에 괴로워하는 사람은 없을까? 저는 술 담배 골프를 하지 않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즐기는 도락이 여행입니다. 독서는 공부와 수양의 영역이니 제외하고요. 힘들 땐 그나마 여행을 다니는 걸로 괴로움을 잊습니다.  

2013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큰 딸과 둘이 다녀온 라오스 여행, 마지막편을 올립니다. 

 

라오스를 다녀온 사람에게 물었어요. "라오스는 어디가 좋아요?" 루앙프라방과 방비엥 추천이 가장 많았는데요. "'므앙 응오이 느아'를 꼭 가보세요." 라는 말을 들었어요. 엥?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인데? 배를 타고 들어가는 오지랍니다. 전기도 안 들어와 마을에서 발전기를 돌려 저녁에 3시간만 불이 들어오고요. 전화나 TV도 안 되는 곳이래요. 마지막 여행지로 정했지요.

2013년의 므앙 응오이 느아. 마을의 중심부인데요. 그냥 흙길입니다. 저 앞에 아이들이 경운기 뒤에 타고 가는데요. 나중에 알고보니 저게 스쿨버스였어요. 마을 외곽에 있는 학교까지 아이들을 실어나릅니다. 

가끔 여행 강의를 하면, 이런 질문을 하는 학부모님이 있어요.

"중학생 아이와 유럽 여행을 갔는데 와이파이가 있는 호텔방에서 나오려고 하지를 않아요. 박물관 구경을 가자고 해도, 싫다고 혼자 그냥 호텔에서 쉬겠다고 고집을 부려요. 이럴 거면 비싼 돈들여 여기까지 뭐하러 왔나 싶어 아이랑 싸우다 오지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오스의 므앙 응오이 느아로 가세요."

여기는 전기도 안 들어오고 스마트폰도 안 되고 게임기 충전도 안 됩니다. 그냥 숙소 마당에서 아이랑 책을 읽고 보드게임을 했어요. 탁자 위에 'UNO'가 보이지요? 저는 아이들에게 다른 삶의 조건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라오스에 가면 저의 어린 시절 풍경이 남아있어 아이에게 해줄 이야기가 많아져요.

 

거리에서 놀던 아이들이 민지의 손을 잡고 따라다녔어요.

사람들이 순박해서 좋구요. 물가도 저렴해요. 노천카페에 차려진 여행자용 아침 뷔페가 10000킵, 당시 우리돈으로 천원 정도였어요. 싸고 맛있는 먹거리가 많았지요. 

테이블마다 강아지가 한마리씩 붙어있어요. 

강아지는 민지를 쳐다봅니다. 뭘 좀 얻어먹을 수 있을까 하고. 민지가 쳐다보는 건 뭘까요? 저 멀리 가게 주인이에요. 혹 남는 음식을 강아지에게 줘도 되는지 눈치를 살피는 거죠.  

빵을 주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바로 충성 맹세를 합니다. 

길 옆에 묶인 송아지랑도 친구가 되는 곳. 므앙 응오이 느아입니다. 

당시 2주간 아이랑 둘이서 여행을 다닌 총경비가 50만원 정도였어요. (코로나 이후, 항공권만해도 이 정도 가격이 훌쩍 넘어가지요... ㅠㅠ 아, 옛날이여~)  

대학생이 된 지금도 민지는 그때의 라오스 여행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 대학 3학년이 된 민지랑 둘이서 3박4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어요.

색색깔 단풍으로 물든 한라산 영실 코스를 둘이서 걸었어요.

중문 주상절리 앞에서 찍은 사진...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요? 저는 즐거운 추억이라고 믿습니다. 아이와 함께 재미난 시간을 보내는 것. 

한라산 산행중인 민지.

겨울 방학 동안 아이들과 재미난 추억 많이 만드시어요.

더 크면 부모랑 놀아주지 않는 날도 오니까요... 우리도 그랬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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