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5 뉴욕 여행기 1일차.
아침에 일어나 센트럴 파크까지 걸어갑니다.
센트럴 파크를 걸을 때 항상 감탄합니다. 뉴욕의 맨해튼 섬 한가운데 공원을 조성해둔 건 신의 한 수였어요. 그 덕분에 뉴욕이라는 분주한 도시, 마천루의 도시에서도 푸른 숲을 걷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너른 들판이 있는데요.
안내문에 양들의 목초지Sheep Meadow라고 적혀 있어요. 오래전엔 이곳에서 양치기들이 양떼를 몰고 다녔다는군요. 마치 양재동 말죽거리가 한때 말들에게 죽을 먹이던 거리였다는 것처럼요. 지금은 말도, 양떼도 사라지고 이름만 남았어요.
아침 나절 공원 산책.
어디를 가든 오전 반나절은 걷기 여행을 다닙니다. 뉴욕은 센트럴 파크가 있어 걷기 여행하기 참 좋아요.
오늘의 목적지 : 자연사 박물관에 도착했어요. 티켓 사는데 기다리는데만 15분 정도 걸립니다. 자동발매기를 도입하면 더 빨라질텐데... 한국에서 살면서 너무 편리한데 익숙해지니, 해외 여행 다닐때 외려 불편해요. 우리 나라는 정말 정보화의 최첨단을 달리는 듯. 입장료는 28불, 우리돈 35,000원입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인류의 역사를 봅니다. 미국은 역사가 짧은 나라이기에 오히려 자연사 박물관에서 볼 게 더 많아요.
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무대가 된 곳.
수십만년 동안 수렵채집으로 살아온 인류의 역사를 보며 굶주림의 고통을 모르는 현대인은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반가운 장면이 있어요.
한국을 unique culture라고 소개하네요. 그렇지요. 이웃한 중국 일본과도 또다른 모습을 하고 살아온 나라.
지금도 그렇지요.
단체관람 온 초등생들이 많아요. 세상 걱정 하나 없을 때지요. 나도 그래요. 은퇴자는 걱정이 없습니다. 내 몸만 잘 챙기면 되니까요.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도 있는데요. 육식공룡의 화석을 관찰해보면 전투로 입은 상흔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갈비뼈가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흔적도 있고요. 사냥에서 얻은 상처지요. 자연의 세계,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살기 위해 죽기로 싸웁니다. 잡아먹느냐, 먹히느냐. 코끼리는 죽도록 먹어서 덩치를 키웠고요. 치타는 죽도록 달리려고 살을 뺐어요. 각자 다양한 생존 전략을 채택하지요. 나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잠시 고민해봅니다.
공룡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덩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했어요. 덩치 큰 초식 공룡은 육식 공룡이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고요. 같은 육식 공룡이라도 더 큰 놈이 작은 놈을 잡아먹었겠지요. 그렇게 서로 몸통을 키웠는데 갑자기 환경에 급작스러운 변화가 닥칩니다. 덩치가 큰 공룡은 멸종하고요. 작은 설치류가 살아남아, 훗날 포유류로 진화합니다.
공룡의 가계도입니다.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종이 하나씩 생겨나고요.
덩치 큰 모든 공룡이 멸종했지만, 오늘날 유일하게 살아남은 공룡의 후손은 현재의 작은 새들입니다. 새가 포식자를 피하는 방법? 몸을 가볍게 하여 하늘로 날아오르는 거지요.
곳곳에서 영상 전시도 하는데요.
척추 동물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과학 다큐멘터리입니다. 나레이션을 하는 성우의 목소리가 귀에 익다 싶었는데...
배우 메릴 스트립이 녹음했군요.
이 영상을 보고, 전시실을 둘러보면 진화라는 과정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팬데믹과 인류 사회의 진화>라는 참 시의적절한 다큐도 있어요.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가 등장하면서 팬데믹은 그 위력이 더 강해집니다. 코로나도 뉴욕 같은 대도시가 그 피해가 컸지요. 다행스러운 건 공중 위생의 개선과 백신 개발 덕분에 예전의 팬데믹보다 희생자의 수는 갈수록 줄고 있어요.
고대 인류 화석을 설명하던 가이드가 질문을 던집니다.
"1974년에 발견된 이 원인 화석의 이름이 왜 루시Lucy일까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기에 옆에서 지나가던 제가 그냥 답을 했어요.
"Was it a Beatles song?"
이 화석을 발굴한 고고학자들이 당시 듣고 있던 비틀즈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왔거든요. <절멸의 인류사>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오래 전 책에서 읽은 정보가 이렇게 불쑥 출력되는 게 재미있습니다. 30년 전에 독학으로 공부한 영어가, 10년 전에 책에서 읽은 내용이, 불쑥 불쑥 튀어나와 저의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나이 쉰 다섯에 저는 여행을 하며, 내가 살아온 모든 순간을 긍정하게 됩니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 정말 좋아요. 2015년에 아버지를 모시고 3주간 뉴욕 여행할 때, 여기에 왔는데요. 입장료가 1인당 3만원이라는 얘기에 아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냥 발길을 돌리셨어요. '돈 내는 데는 안 간다!' '팁주는 식당은 안 간다.' 그때 눈물을 머금으며 속으로 다짐했어요. '언젠가 혼자 다시 와야지. 그땐 가고 싶은데는 다 가보고, 먹고 싶은 건 다 먹어봐야지.'
그런데 그날 정작 제가 먹은 건 2달러짜리 핫도그였어요. ㅋㅋㅋㅋㅋ
구글 지도에서 음식점을 찾는데요.
Billy’s Hot Dog Cart 라고 뜨는데 한글 리뷰가 달렸더군요.
'진짜 여기 꼭 드셔야해요.. 뉴욕에서 가장 깨끗하고 친절하고 맛있는 길거리 핫도그!! 다른 길거리 핫도그와 정말 다릅니다.. 믿고 먹는 빌리!'
핫도그 하나에 2달러에요. 아마도 뉴욕에서 가장 저렴한 한 끼가 아닐까 싶네요. 주인장이 유쾌해서 더 좋아요.
박물관 입장료 34,000원
숙박 135,000원
점심 11,000원
저녁 13,000원
아무리 아껴도 뉴욕 여행 하루 경비는 20만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다음 여행기로 뵐게요~
(당분간 블로그는 매일 업로드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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