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여행 첫 날, 아침에 일어나 왕궁에 갑니다. 태국은 아직 왕정 국가에요. 거리 곳곳에 왕의 초상화 사진이 걸려있고요. 지폐에도 전부 왕의 얼굴이 있어요. 배낭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숙소가 몰려있는 카오산로드에서 왕궁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걸립니다.
아침 8시에 왕궁에 도착했는데요. 세상에 줄이 왜 이렇게 긴 거죠?
30분을 서 있어도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아요. 왜 그렇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은 하필 12월 5일. 현재 태국의 왕인 라마 9세의 탄생일이었어요. 생일을 축하하려고 국민들이 몰려들었군요. 이럴 땐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왕궁 바로 옆에 있는 왓포. 불교사원인데요. 줄이 없어, 바로 들어갑니다. 입장권이 200바트 (8천원)이거든요. 입장료가 비싸 내국인은 없고요. 외국 패키지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요.
2001년 뉴논스톱 연출할 때, 촬영을 겸한 포상 휴가로 온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촬영팀 이끄느라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지만, 스태프들이 좋아했지요. 어린 스태프 중에는 그 출장이 첫 해외 여행이었던 친구도 있었고요.
그땐 한국인 단체 관광객으로 엄청 붐볐던 기억이 나는데요. 아직 코로나 여파 탓인지 한적하네요. 낮잠자는 고양이만 무수한 불상을 지킵니다.
'왓 포'는 아유타야 양식으로 지은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입니다. 대법전의 외벽을 따라 전시되어 있는 394개의 황동불상이 인상적입니다.
도자기 조각을 붙여 만든 불탑 앞에서 셀카 한 장~
방콕 여행 가보신 분은 이 와불상을 기억하실 듯 합니다. 45m 길이의 불상인데요. 한번에 다 볼 수 없어 불상 주위를 한바퀴 돌며 머리에서 발바닥 부분, 뒷모습을 보게 되지요.
사람들에게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예술품의 특징은 무엇일까? 스케일과 디테일의 합작이라 생각합니다. 처음 보면 스케일에 압도당하고, 자세히 뜯어보면 디테일에 감탄합니다.
저는 스케일과 디테일을 겸비한 삶을 살고싶어요. 젊어서 일할 땐 스케일이 중요하죠. 큰 회사에서 큰 일을 맡는 게 목표고요. 은퇴 후엔 디테일을 살립니다. 하루하루 소소한 즐거움의 디테일이 있는 삶. 인생에서 스케일과 디테일은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스케일을 키운다고, 너무 일만 벌이다보면 속 빈 강정이 되기 쉽고, 디테일에만 집착하면 삶의 영역이 좁아듭니다. 둘 다 잘 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노력은 하고 싶어요. 스케일과 디테일이 있는 삶.
태국의 사원, 스케일도 크고, 디테일도 화려합니다.
이제 발걸음을 옮겨 다시 왕궁으로 갑니다. 걸어서 3분 거리~ 바로 옆에 있거든요.
태국 사람들은 왕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대단합니다. 국왕 생일이라고 이렇게 찾아온 사람이 많네요.
'수코타이~아유타야~톤부리~현재의 차크리 왕조로 이어지는 태국의 역사 속에서 이 왕궁은 방콕으로 수도를 이전한 라마 1세가 세운 짜끄리 왕조의 궁이다. 그 뒤로 후대의 왕들이 즉위할 때마다 새로운 사원과 건물을 짓고 확장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었다. 왕궁 안에는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비취색의 불상이 모셔진 왓 프라깨우를 비롯해 르네상스 양식과 태국의 전통양식이 어우러진 차크리 궁전, 그리고 역대 왕들의 대관식이 행해지는 두시트마하 프라사드 궁전이 자리해 있다. 또에메랄드 사원 안에 있는 부처의 갈비뼈를 보관하고 있는 범종 모양의 탑 '프라시 라타나 체디'와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왕실 도서관도 빼놓을 수없다. 왕궁은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출입이 허용되는 곳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방콕 홀리데이 (2018-2019 개정판)> (이동미)
예스24 북클럽에서 찾은 전자책 덕분에 혼자 다니면서도 충실한 가이드와 함께 걷는 기분입니다.
매번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예전에 간 곳을 가고 또 가고 그럽니다. 한번 가서 좋은 곳은 두번 가도 좋거든요. 방콕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도 너처럼 살고 싶구나. 한번 보면 또 보고 싶은 사람~^^
이제 파타야로 이동한 후, 꼬란섬(산호섬)으로 갑니다. 다음 여행기로 또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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