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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8년만에 찾은 뉴욕

by 김민식pd 2023. 3. 14.

1월 24일에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갔어요. 14시간 비행기타고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는데요. 입국심사를 기다리는데만 1시간 넘게 걸렸어요. 도착 5분만에 나오는 인천공항이 그립습니다. 저는 배낭여행자니까, 택시를 타거나 우버를 부르지 않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지요. 공항철도 airtrain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려다 '잠깐! 여기는 뉴욕이야, 전철역에 화장실이 없지. 미리 공항에서 일을 보는 게 좋아'라고 생각하고, 터미널로 올라갔는데요. 항공사 카운터랑 출국장이 있는 3층을 헤매고 다녀도 화장실이 없습니다. '설마 공항에도 화장실이 없는겨?' 직원에게 물어보니 1층에 있다네요. 아, 뉴욕은 정말 화장실 인심 야박해요. 벌써 한국이 그립네요.

(반나절 전, 인천 공항 풍경. 서비스 만족도에서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 생각해요.)

뉴욕 시내로 가는 공항철도 티켓을 삽니다. 12달러 (15000원). 개찰구에 아무리 넣어도 문이 안 열리네요. 투입 방향이 정해져있어 그래요. 여러차례 시도한 끝에 겨우 열었어요. 스와이프 방식으로 긁었을 때 인식 불량도 많아요. 그냥 스치기만해도 삑하고 열리는 한국 지하철이 그립습니다. '아, 안돼. 투덜거리면 안돼! 꼰대 같잖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입니다. 뉴욕 공공도서관을 찾아 가는 길에 맥도날드가 있네요.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할까? 하고 들렀는데, 빅맥 세트 하나가 14달러, 17000원... 물가가 거의 3배네요. 아, 진짜 한국이 그립습니다. 뉴욕 물가 너무 비싸요. ㅠㅠ

괜찮아요. 이 물가 비싼 뉴욕에도 공짜는 있어요. 바로 도서관! 뉴욕 공공도서관입니다.

 책벌레답게 여행의 시작은 도서관에서!

뉴욕공공도서관 1층 전시실에는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고 있는데요.

"인종차별 철폐!" 라는 구호 아래 있는 작은 책...

<그린북>! 영화에서 본 바로 그 책이네요. 영화 <그린북>은 1960년대 인종차별이 심하던 시절, 남부 연주 투어를 떠난 흑인 음악가와 백인 운전기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 시절, 미국 남부를 여행하는 흑인들은 흑인 전용 식당이나 숙소를 찾아가야지, 모르고 엉뚱한 술집에 들어갔다가는 백인들에게 봉변을 당하기 일쑤였어요. 생각해보면, 요즘처럼 여행하기 좋은 시절은 인류 역사상 처음입니다. 코로나를 겪고 나서 깨달았어요. 이 좋은 여행, 아무때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구나.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하는구나.

가이드 투어도 있어요. 슬쩍 뒤에서 귓동냥으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영어 회화 청취 공부하는 셈 치고. ^^

근처에는 뉴욕의 명소 메이시 백화점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장난감 가게 '토이저러스'가 오픈했다네요. 

아이들 다 크고, 혼자 여행 다니니 좋은 점.

이런 걸 봐도 두렵지 않아요. "아빠 나도 사줘." 가격표 들여다볼 때 얼마나 무서운데요. "응 저건 그냥 구경만 하는 거야. 파는 거 아니야." ㅋㅋㅋ


"어른이 되긴 싫어!" 딱 제 마음이에요.


이번 뉴욕 여행의 숙소는 '더 포드 호텔 39 The Pod Hotel 39'

호텔이름에 39가 있지요? 39번가에 자리잡은 숙소에요. '브로드웨이 42번가'라는 뮤지컬도 있듯이 42번가가 극장이 많은 맨하탄의 중심이거든요? 즉 위치가 좋아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주변에 위치하고 있어 뉴욕 도보 여행할 때 이동이 편하고요. 뉴욕 공공도서관에서 도보 10분거리에 있어 선택했어요.

5박 545불, 1박 109불이니 135,000원입니다. 2015년 아버지를 모시고 왔을 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브루클린에 저렴한 숙소(당시 1박 8만원)를 잡았는데요. 지하철로 밤 늦게 다니려니 살짝 신경 쓰이더라고요. 이번에는 그냥 마음 편하게 맨하탄 도심에 잡았습니다. 방은 작지만, 만족합니다.

저녁에는 타임즈 스퀘어로 갑니다.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거리.

<뉴욕 걷기 여행> (제인 에깅턴, 닉 오도넬 지음 /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을 보면 이런 글이 나와요.

'뉴욕의 맨해튼 섬은 걷기에 완벽한 곳이다. 길이 21킬로미터, 너비 3.2킬로미터인 맨해튼 섬은 주요 관광지 대부분이 몇 군데에 조밀하게 밀집해 있으며, 체계적인 격자형 도로 덕분에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더구나 지하철이 잘 발달해서 뉴욕 어디서나 걷기 코스의 출발지점까지 쉽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맞아요. 맨해튼은 온갖 자극으로 가득한 걷기 여행의 명소입니다.

타임즈스퀘어 전광판에는 각종 OTT 프로그램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어요. 이제는 미디어 콘텐츠 전쟁의 시대인가 봐요.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훌루, 파라마운트, MGM 등 다양한 OTT 서비스들이 출시되었어요. 대중 문화 산업의 최첨단을 달리는 이곳에 오면 트렌드의 흐름을 알 수 있어요. 뉴욕이 문화의 중심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인종 구성의 다양성 덕분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오는 길에 대한항공 기내에서 영화 <엘비스>를 봤어요. 극장에서 놓친 영화라 반가웠어요. 엘비스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수표 사기죄로 감옥에 갑니다. 가난한 엄마 혼자 아들을 키우느라집세가 싼 동네로 이사가는데요. 그곳은 가난한 흑인들이 모여사는 동네에요. 백인들이 드문 그곳에서 아들은 흑인들의 문화와 친숙해지지요. 어린 시절 엘비스는 흑인 가스펠 음악의 세례를 받고, 흑인들의 현란한 춤사위, 특히 골반을 흔드는 춤을 보고 자랍니다. 백인들은 저속하고 품위없다고 멀리하는 춤인데요. 나중에 무대에서 엘비스가 골반을 흔들 때마다 팬들이 자지러집니다. 전국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되고, 엘비스는 킹, 로큰롤의 제왕으로 등극하지요. 흑인 음악을 하는 백인 가수. 백인의 컨트리음악과 흑인의 리듬 앤 블루스를 섞어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 탄생합니다.

맹모삼천지교랑 정반대지요? 어릴 때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 창의성은 이질적인 요소들의 결합으로 탄생합니다. 미국의 팝 음악이 세계를 주도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흑인들의 소울이 있기 때문입니다. 흑인 음악이 없었다면 미국 문화는 지금처럼 풍성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특히 청교도 중심의 미국 문화로는 꿈도 꾸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지요. 가난을 자신의 무기삼아 성장한 엘비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영화 참 좋아요. 꼭 한번 보세요.  

앗? 타임즈스퀘어 한가운데, 라인 프렌즈 스토어가 있네요. 엄청 반갑습니다. 이제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괜히 제가 어깨를 으쓱하게 됩니다.

밤이 깊어갑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 뉴욕 공공 도서관 뒤 브라이언트 파크에 들렀어요. 야외 스케이트장이 예쁘네요.

영화와 책을 통해 본 장면들을 직접 만나는 시간, 은퇴 후의 여행은 또 어떤 느낌일까요? 다음 여행기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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