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막바지에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질까요? 아마도 ‘나는 왜 아플까?’ 아닐까요? 그럴 때 내가 내린 답변이, ‘아, 그때 의사가 담배를 끊으라고 할 때 말을 들을걸.’ ‘건강검진에서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할 때 신경을 쓸걸.’ 이럴 수도 있지요. 저의 소망은, ‘응, 나이가 들어서 자연스레 찾아오는 노화의 과정이지, 뭐.’하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걸 위해 오늘도 저는 책을 읽고 공부합니다.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 있어요.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저자는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100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을 찾아 전 세계를 다닙니다. 유기농 식단으로 상을 차리고, 남편에게는 단식을 권하고, 헬스장 가서 운동하라고 들볶아요. 본인은 하프마라톤을 하고 윗몸일으키기를 수천 번 했다고요. 그런데 막상 조사를 해보니, 장수의 비결은 규칙적 운동, 절제된 식습관, 장수 유전자가 아니었어요. 차라리 이웃을 돕는 일이 헬스장 다니는 것보다 건강에 더 좋고, 친구와 함께하는 조깅이 혼자 달리는 것보다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답니다.
바쁜 현대인들은 채소와 과일을 몇 그램 먹는지, 비타민 함유량이 얼마인지, 하루에 몇 킬로미터를 뛰는지,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건강법을 선호하는데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보면, 덜 걱정하고, 가족이나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웃에게 더 친절하고, 더 많이 웃는 것처럼 측정되지 않는 것들의 효과가 더 크다고 말합니다.
본인이 100세까지 장수하거나, 자녀가 100세까지 살기를 바란다면, 무슨 일을 더 하기보다 덜 하는 게 중요합니다. 노후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건 마음 건강이랍니다. 장수의 비밀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믿을 게 못 된다네요. 유전자로 수명을 예측하는 검사나 줄기세포를 보관하는 서비스에 돈을 쓰지 말라고요. 아직 뚜렷하게 입증된 효과가 없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기적의 장수 약 같은 건 없습니다. 영양제를 과다 복용하면 오히려 간 손상이 있고요. 비타민 C도 너무 많이 복용하면 신장 부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래 살고 싶다면 영양제를 사 먹는 대신, 연애 상대를 찾거나 친구를 사귀랍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사망 위험도를 49퍼센트까지 낮출 수 있고요. 자원봉사는 약 22퍼센트까지 사망 위험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옥시토신이나 세로토닌 같은 사회성 호르몬을 늘리고 싶다면, 신체 접촉을 많이 하는 게 좋다네요. 파트너에게 입을 맞추고, 아이의 손을 잡고, 친구를 보면 반갑게 껴안아 주라고요. 서로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옥시토신의 수치를 높일 수 있답니다. 상대가 개라도 효과가 있어요. 반려동물과의 스킨십은 노후의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
사회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장수에 도움이 된다면, 반대로 외로움은 수명 연장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은 왜 외로움을 느낄까요? 원래 고독감은 우리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진화한 감정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허기나 갈증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굳이 음식을 찾아 먹지 않고 수분 보충을 게을리해서 위험에 빠지기 쉽겠지요?
인류는 수십만 년 동안 수렵채집을 하며 살았어요. 사냥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야생 열매를 찾지 못하는 날도 있겠지요. 그럴 때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다른 사람에게 식량을 얻는 게 생존에 유리했을 거예요. 즉 외로운 수렵채집인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보다 수명이 짧았을 겁니다. 수십 만 년 동안 그렇게 살았기에 외로움은 우리에게 배고픔이나 갈증처럼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배고픔이나 갈증과 마찬가지로, 고독감은 삶에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빨리 뭔가를 바꿔야 한다고 말해주는 신호입니다. 배가 고프면 먹을 걸 찾아야 하고, 고독하면 다른 사람들과 연결을 꾀해야 합니다.
수면 부족은 심장병, 당뇨병, 암을 유발해 결국 수명 단축으로 이어지는 요인입니다. 현대인들이 잠을 충분히 잘 수 없는 두 가지 이유로 과도한 업무와 스마트폰을 지목하는데요. 전염병처럼 퍼지는 외로움이 수면 장애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수십 만 년 동안 인간은 아프리카초원에서 살았어요. 그 시절, 우리가 잠든 곳에 배고픈 사자가 몰래 다가온다면 위험하겠지요. 혼자 잘 때, 사람은 예민해지고 쉽게 잠들 수 없답니다. 도시의 안전한 아파트에서 잠을 자면서도 수십 만 년 동안 초원에서 그랬듯 우리의 몸은 생존 모드가 되기 때문에 혼자서는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요.
고독감은 생존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생물학적 반응입니다. 고독감을 줄이려고 파티를 찾아다니거나 SNS에서 좋아요를 기대하며 글을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비난을 멈추는 일입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지극히 정상인 상태입니다. 부정적 생각을 의식적으로 멈춰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게 정말로 사실일까?” “그래, 내가 사회성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모두가 날 미워하는 건 아니야.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이 있거든.” 이렇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오래 살려면 든든한 사회적 관계가 필요합니다. 헌신적인 반려자, 몇 명의 절친한 친구, 돌봐주는 이웃이 있으면 좋지요. 이런 관계를 맺는 일에는 운이 따라야 하는데요. 공감 능력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키울 수 있어요. 적어도 하루에 한 번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계를 보려고 노력하는 거죠. 다른 사람들의 얼굴 표정과 신체 언어를 살피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보는 겁니다. 우리와 많이 다른 사람일수록 더 좋아요.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계를 잘 묘사하는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겁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한가지 동작을 하는 게 건강에 좋답니다. 합창단에 가입하거나, 가족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거죠. 운동을 해도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하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배가됩니다. 책을 읽고 나니 줌바 댄스를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어요. 여럿이 함께 노래에 맞추고 박자에 따라 같은 동작을 하는 게 건강에 좋은 이유가 있네요.
건강하게 나이 드는 습관 중 하나는 봉사 활동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돌보도록 진화했어요. 젖먹이를 잘 돌보고 다른 사람들을 열심히 도운 조상들이 자신의 유전자를 전할 가능성이 높았거든요. 자연은 우리에게 기부를 독려하는 체제를 장착했어요. 다른 사람을 도우면, 스트레스를 줄여 돌봄을 더 수월하게 하고,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줄여 그 결과 수명을 늘려줍니다. 자원봉사, 조건 없는 친절, 금전적 기부, 돌봄, 이 모두가 운동과 영양이 풍부한 식단만큼이나 우리의 수명을 늘려줍니다.
저자는 운동을 자원봉사와 결합한 활동으로 만들라고 조언하는데요. 제가 매일 1시간 반씩 탁구를 하는데요. 가끔 탁구장에 신입 회원이 옵니다. 탁구는 조금 더 능숙한 사람이 공을 받아줘야 연습이 되는 운동이에요. 걷기나 자전거 타기와 달리, 혼자서 연습하기 어렵죠. 저는 신입 회원이 오면, 20분 정도는 시간을 내어 그분과 함께 랠리 연습을 합니다. 저도 신입 시절에 고수들이 제 공을 받아주며 도와주셨거든요. 그 덕분에 제가 탁구의 즐거움에 빠져들 수 있었고요. 이제 운동하는 곳에서 운동이 서툰 초보를 보면, 가서 도와주세요. 운동과 자원봉사를 결합한 활동은 수명 연장에 정말 최고랍니다.
슈퍼푸드나 영양제에 집착하고 있다면, 그만하셔도 됩니다. 건강 측정기로 매일 걸음 수를 세고 다닌다면, 쉬어도 좋아요. 체중이 조금 늘었다고 기겁하지는 마세요. 건강 걱정만 하느니 가족과 보드게임을 하거나 배우자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게 훨씬 더 낫습니다. 단식 캠프를 찾는 대신 인생에서 내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거나 그냥 마음을 챙기면서 사는 게 더 나아요. 삶을 최대한 즐기고, 낙천성을 가지려 노력하는 게 장수의 가능성을 더 높입니다.
건강 걱정은 조금 내려놓고 다들 즐겁게 사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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