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시장에 가면 약장수가 있었어요. 원숭이를 데리고 묘기도 보여주고 링으로 하는 마술도 보여주다 약을 팔았는데요. 그 약만 먹으면 어떤 병이든 다 나을 것 같았어요. 약장수, 그러면 왠지 사기꾼 같은데요. 오늘 저도 여러분께 거짓말 같은 만병통치약 하나 소개할게요. 바로 걷기입니다.
<걷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지음 / 비타북스)
걷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니, 어떤 병이 나을까요? 책의 목차를 보면요, 걷기만 해도 허리 통증을 이겨내고요. 무릎 관절을 관리하고요. 가장 효과적인 비만 탈출법이고요. 혈당도 잡고요. 성인병에서 벗어나고요. 뇌졸중 후유증도 이겨내고요. 암의 두려움에서 벗어난답니다. 이건 좀 과장이 심한데 싶은데요? 저자가 그래도 신뢰가 가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이거든요.
저도 피디지만, 저는 피디가 쓴 책을 즐겨 읽습니다. 피디가 프로그램을 만들면요, 여덟 살 난 아이부터 여든 살 노인까지 다 봅니다. 어려운 전문 지식도 알기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게 피디의 일입니다. KBS에서 만드는 <생로병사의 비밀>은 <굿라이프> 채널처럼 온 국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하는데요. TV로 방송하면 그냥 쓱 보고 지나칠 수 있어요. 영상을 볼 때는 ‘아, 걷기가 몸에 좋구나. 그래, 걸어야겠다.’하고는 지나가면 잊어버려요. 책이 좋은 건요, 책장에 꽂아놓으면 계속 나한테 말을 건다는 겁니다. ‘걷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는데, 계속 책상 앞에 앉아만 있을 거야?’ 하고요.
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25년까지 세계 인구의 60퍼센트가 만성질환을 앓게 될 것이라 합니다. 고령화 시대는 모두가 질병을 안고 오랜 시간 살아야하는 시대입니다. 만성질환 시대를 사는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 식이요법, 운동, 의학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찾지만 정작 가장 손쉬운 질병 예방법은 바로 걷기입니다.
나이가 들면 몸에서 저절로 줄어드는 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가 골량이고요, 또 하나가 근육량입니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에 뼈의 양이 급속하게 줄어듭니다. 젊은 시절에 미리 최대한의 골량을 확보해야 골다공증을 피할 수 있습니다. 평소 햇볕을 쬐며 걷는 습관은 근본적으로 골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뼈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근육량도 마찬가지입니다. 50대 이후에는 근감소증이 오는데요. 평소에 걸으면서 하체 근육을 키워둬야 나이들어 근감소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가장 근육이 많은 부위가 바로 하체, 그 중에서도 다리거든요. 특히 허벅지는 전신 근육의 3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그냥 걷는다고 허벅지 근육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게 좋지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장병철 교수님은 하루에 60층 이상의 계단을 오를 정도로 소문난 계단 마니아랍니다. “걷는 것은 다리 근육을 이용해 혈관을 짜주는 행위로 전신에 원활한 혈액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십니다.
동맥으로 흘러간 피가 하체로 가서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돌아옵니다. 그 과정에서 혈액의 흐름이 정체되면 혈전이 생기고, 이 혈전이 심장으로 들어와서 허파로 흘러가면 갑자기 사망하게 됩니다. 즉, 혈액이 정체되지 않도록 자주 걷는 것이 좋은데요. 계단을 오르면 다리 근육에 힘을 주게 되어 다리에 있는 피가 심장으로 원활하게 순환합니다.
심장 혈관 외과 선생님이 하시는 일이라면 저도 무조건 따라 합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요. 계단 오르기는 등산과 효과가 비슷한데요. 환경은 다르지만 운동적인 구성 요소는 같아요. 등산은 시간을 내서 산을 찾아야 하지만 계단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습니다. 등산은 산을 올라 갔다가 걸어서 내려와야 합니다. 무릎 관절이 안 좋은 사람은 하산하는 과정이 자칫 무리가 될 수 있어요. 반면 계단은 내려올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 무릎 관절에 무리가 되지 않습니다.
보폭을 넓게 걷는 것도 좋은 운동입니다. 평소에 걷는 것보다 보폭을 10cm 넓혀 걸으면 뇌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해 학습력, 기억력, 언어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향상된다고요. 평소보다 약간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 평소 걸음걸이보다 주먹 한 개쯤 더 들어갈 정도로 보폭을 넓혀서 걷는 것이죠. 이때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고, 몸은 꼿꼿하게 세우며, 팔은 자연스럽게 흔들고, 발은 뒤꿈치 → 발바닥 → 앞꿈치 순서대로 디디며 걸으면 됩니다.
계단을 오르거나 보폭을 넓혀 빠르게 걸으면 숨이 찹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심폐기능이 향상됩니다. 만약 감기에 걸려서 가래가 생겼는데, 그것을 제대로 뱉어내지 못하면 폐렴을 앓게 되지요. 폐기능이 약하고 근력이 없는 사람은 가래가 차도 뱉어낼 기력이 없습니다. 가래가 차면 폐렴이 되고 그게 회복이 안 되면 사망할 수도 있어요. 노인 사망 원인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폐렴입니다.
즉 그냥 걷지만 마시고, 숨을 헐떡거릴 정도로 빠르게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게 운동 효과는 더 좋습니다. 몸에만 좋은 게 아니라 머리에도 좋습니다. 걸으면 뇌에 혈류가 증가하면서 뇌세포의 활성화가 유지되기 때문에 뇌가 위축되지 않거든요. 특히 계단 오르기는 평지를 걷는 것보다 더 많은 뇌세포가 활성화되어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가 악화되는 것도 막아줍니다.
백세 시대가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절이 중요합니다. 특히 무릎, 고관절, 발목 등 하체 관절이 튼튼해야 건강을 위한 걷기가 가능하고요. 걷기를 생활화해야 질병도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관절에 무리가 되는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체중 1kg이 증가할수록 관절이 감당해야 하는 하중은 무려 4배가량 증가하기 때문이지요. 비만 환자는 체중이 정상인 사람보다 무릎 관절염에 걸릴 위험이 6.8배나 높다고요.
제가 요즘 탁구에 빠져서 사는데요. 고민이 하나 있어요. 탁구 열심히 치는 사람들 중에 의외로 아픈 사람이 많습니다. 허리가 아프거나 무릎이 아파요. 퇴행성관절염은 한국의 65세 인구 절반이 앓을 정도 흔한 질병입니다. 쪼그려 앉거나 무릎을 구부리고 오래 생활한 노인들에게 퇴행성관절염이 흔하게 찾아오지요. 운동하다가 무릎 관절에 부상이 반복되어 젊은 나이에도 퇴행성 관절염이 오기도 합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형외과 하정구 교수님은 관절염 환자들에게 3가지 운동을 권하십니다. 첫 번째는 무릎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을 강화시키는 근력 운동. 두 번째는 유연성 운동, 흔히 말하는 스트레칭 운동이지요. 세 번째는 지구력과 연관된 유산소 운동으로 걷기 운동이나 자전거 타기입니다.
평소 무릎 통증이 있는 사람은 걷기를 싫어하고 통증 때문에 움직이기를 싫어하는데요. 무릎은 체중 부하를 받는 부위로 근력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상체가 비만해지고 하체 근력은 약화되어 무릎 통증이 더욱 악화됩니다.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드는 거죠.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하체 근력 운동입니다.
계단 오르기는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과 뒤쪽에 위치한 슬굴곡근을 강화시킵니다. 반복적으로 계단을 오르면 허벅지 근육 전체가 발달하게 되고 이는 무릎이 받는 하중을 분산시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고요.
저는요, 탁구가 미치도록 재밌습니다. 이 운동을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피티 수업을 받습니다. 전신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키우고요. 줌바 댄스를 추며 온몸을 골고루 쓰는 운동도 병행합니다.
걷기만 해도 병이 낫는데요. 부지런히 걸어다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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