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사회가 겪는 가장 큰 변화 세 가지가 있다면, 세계화, 정보화, 고령화입니다. 세계화의 시대,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우리네 경제에 바로 영향이 오고요. 정보화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할 정보의 양은 갈수록 늘어납니다. 개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세 번째 고령화라는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평균수명 60이던 시절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건 100세 시대에는 조금 위험한 일입니다.
건강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라고 하는데요. 어렸을 때는 잘 먹어야 한다, 고기를 먹는 게 남는 거다, 이렇게 믿고 살았는데, 막상 나이 들어 채소를 가까이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평생 이어온 입맛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으니까요. 이럴 때는 책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오늘은 채소의 매력과 미덕을 칭송하는 책 한 권 소개합니다.
<초록 식탁> (홍성란 지음 / 샘터)
<굿라이프>에서 <홍성란의 채소 습관>을 진행하시는 채소 소믈리에 홍성란 선생님이 내신 책입니다. <굿라이프> 구독자라면 채소의 정보와 가치를 전달하고 채소의 활용법을 소개하시는 영상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책의 목차만 읽어봐도 채소와 친해지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채소들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든요.
양이 많아 슬픈 양배추, 세상 곳곳에 고수의 고수, 나리나리 미나리 향이 피어오를 때, 지극히 평범하고 수수한 옥수수. 제가 좋아하는 채소가 하나 나오네요. 바로 상추입니다. 아, 솔직히 말씀드리면 상추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상추 속 고기를 좋아합니다. 상추를 보면 기뻐요. 늘 옆에 고기를 끼고 나오니까요.
홍성란 선생님은 상추를 마구마구 추켜세워주십니다. 상추의 장점이 무척 많다고요. 저렴하고 양이 많고요, 가깝고 작은 마트에서도 무조건 만날 수 있고요, 영양이 많고 효능도 좋고요, 맛이 강하지 않아 먹기 무난하다고요. 제가 상추를 좋아하는 이유, 고기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아요. 상추는 순한 성격에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착한 채소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채소를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을 소개해주시는데요. 3가지가 있어요. 채소 밥, 채소 물, 채소 구이.
첫 번째, 채소 밥.
아이에게 몸에 좋은 채소를 더 많이 먹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홍성란 선생님이 개발한 요리가 바로 채소 밥입니다. 밥물은 미리 만들어둔 채수나 육수, 해수를 이용합니다. 그래야 영양도 더하고 감칠맛도 더해진다고요. 밥물의 양을 잘 맞춘 쌀 위에 채소를 큼직큼직하게 얹어줍니다. 고구마, 무, 버섯, 단호박, 옥수수, 감자부터 양파, 시금치, 당근까지, 그때그때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이용하면 된다고요. 밥이 완성되면 무른 재료들은 밥과 함께 자연스럽게 뭉개지며 섞이고요. 형체가 남아 있는 재료들은 가위로 잘게 잘라 밥과 섞습니다. 이렇게 밥 만이라도 채소의 영양을 갖추고 있으면 아이에게 채소 반찬 먹이느라 씨름하지 않아도 좋다는군요.
두 번째, 채소 물.
물에 생채소를 잘게 조각내어 채즙이 우러나도록 물에 담가 마십니다. 홍성란 선생님이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선보이신 적이 있지요. 저자가 가장 애정하는 채소 물은 미나리와 사과 그리고 레몬의 조합으로 만든 물이에요. 미나리의 효능처럼 내 몸의 독소를 쫙쫙 빼주는 디톡스 워터의 역할을 합니다. 저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네요. 채소 물 만들기.
세 번째, 채소 구이.
채소를 편식하거나 의식적으로 잘 먹지 않는 사람들에게 작가님이 권하는 방법이랍니다. 채소를 구워 먹는 거죠. 고기를 먹을 때 고구마 양파 버섯을 구워서 먹잖아요. 여기에 더 나아가서 미나리, 꽈리고추, 마늘종, 애호박, 파프리카, 가지까지 구워 먹습니다. 애호박, 당근, 고구마 같은 건 소시지를 썰 듯이 얇게 슬라이스해서 구운 다음 접시에 담아 놓아도 충분히 좋은 요리고요. 아주 손쉬운 조리 방법입니다.
채소를 구울 때 요령이 있어요. 재료를 팬에 펼쳐놓고 진득하게 기다리는 거죠. 처음부터 기름을 두를 필요도 없어요. 채소 자체의 수분이 있어 기름이 없다고 금방 눌러붙거나 타지는 않아요. 처음부터 기름을 넣고 구우면 익어가는 과정에서 채소가 기름을 많이 흡수해서 담백한 채소구이와는 멀어질 수 있습니다. 센 불에 마른 팬을 놓고 채소를 펼칩니다. 윗면에 송골송골 땀 맺히듯 수분감이 올라오면 야채를 뒤집습니다. 마무리로 기름을 살짝 둘러 소금과 후추 또는 허브 가루 솔솔 뿌려주면 끝.
제가 이 책 읽고 아침을 이렇게 간단하게 채소구이로 먹었는데요. 간단한 건강식으로 딱이에요. <초록 식탁> 읽고 채소랑 친하게 지내다 살이 너무 빠져서요. 요즘은 다시 고기도 잘 챙겨 먹습니다. 다이어트 하실 분들은 한번 도전해보세요.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구워 먹으면 채소만으로 일품요리가 나옵니다.
다이어트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채소도 있습니다. 바로 감자지요. 감자는 기름을 잘 먹는 채소 중 하나인데요. 홍성란 선생님이 이걸 알게 된 건 함박스테이크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던 20대 시절이었답니다. 접시에 함박스테이크와 샐러드, 밥, 감자튀김을 담아서 내놓는데요. 사이드 음식에 속하는 감자튀김은 미리 만들어 항상 준비해 두고 있었대요.
그 시절의 저자는 어렸고, 그래서 늘 배가 고팠고, 감자튀김을 좋아할 나이였다고요. 심심하거나 출출할 때마다 집어먹었더니 2주쯤 되었을 때 몸에서 반응이 느껴지더랍니다. 감자튀김은 다이어트에 최악이라는 걸 깨달은 거죠.
살찌는 주범인 탄수화물이 많은 감자, 거기에 기름까지 더해진 감자튀김은 셀룰라이트를 선사해 줍니다. 울퉁불퉁 옆구리 모양새가 달라지는데요. 그렇게 찐 살은 운동밖에는 답이 없대요. 지금도 햄버거를 먹을 때는 감자튀김과 콜라가 포함된 세트보다는 단품을 시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는다고요. 음... 후렌치후라이를 좋아하는 저도 참고해야겠어요.
책을 읽다보니 상추, 셀러리, 양파, 당근 모든 채소가 다 매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제는 식당에 가면 나오는 채소를 다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는 고기만 골라 먹었거든요. 중국집 가서 짜장면 시킬 때 나오는 양파도 다 먹고요. 베트남 음식점에 가면 쌀국수 옆에 채소가 나오는데요. 남김없이 다 넣어서 먹어요. 누군가의 장점이나 매력에 대해 더 잘 알수록 그 사람과 친해지기 쉽잖아요? 채소들에 대한 홍성란 선생님의 애정 어린 찬사를 듣다 보면 채소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제가요, 이 책 읽고, 아침에는 당근이나 고구마를 구워먹는 채소구이나 방울 토마토나 샐러드로 먹었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책 소개를 하려면 제가 먼저 실천을 해봐야 하니까요. 간헐적 단식으로 몸무게를 줄인 상태에서 채식까지 겸하니까 체중이 너무 빠지더군요. 피티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이 저더러 살이 너무 빠진다며,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잘 먹으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다시 고기를 가까이 하고 있어요. 채식, 체중을 줄이는 데 확실한 효과가 있어요.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다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에요. 실용적인 정보가 가득하고요. 또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채소 중심 식단 짜는 방법을 쉽게 알려주십니다.
우리가 평소 채소를 접하는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활용 범위를 넓혀서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렇게 발견한 좋은 레시피를 책에 가득 실었습니다. 채소를 귀하게 대하시는 작가님의 책을 읽다 보면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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