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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치매에 잘 걸리는 사람의 특징

by 김민식pd 2022. 12. 2.

우리는 지금 참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왕들은 평균 46세까지 살았고, 불로장생을 꿈꾸던 중국의 진시황도 50세에 생을 마쳤는데,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빛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움이 있는 것처럼, 100세 시대에는 뇌세포와 뇌혈관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치매라는 병이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이 병 앞에서 ‘나는 절대 안 걸릴 거야’라고 자신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어요. 오히려 ‘내가 만일 치매라면 어떻게 살아갈까?’, ‘우리 가족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치매 예방법부터 치매에 걸려도 잘 사는 방법, 치매 환자와 잘 지내는 방법을 미리 알아 두는 것이 치매에 걸리지 않는 지름길입니다. 굿라이프에서 오랜 시간 치매에 대해 알려주신 이은아 박사님의 책을 소개합니다.

<이은아 박사의 치매를 부탁해> (이은아 / 이덴슬립웰)

나이가 들수록, 즉 노인이 될수록 더 많이 걸리는 병이 바로 치매입니다. 뇌세포와 뇌혈관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입니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고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로 유명한 로빈 윌리엄스도 치매를 앓았어요. 

로빈 윌리엄스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은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고인의 코미디 영화를 즐겨봤거든요. 영화에서는 늘 밝고 명랑한 분이었잖아요. 사후 부검 결과 자살 2년 전부터 루이소체 치매를 앓으셨대요. 안타까운 사실은 정작 로빈 윌리엄스 자신은 자기가 치매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거죠. 대사를 외워야 하는 배우가 기억력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고 그게 자살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은데요. 

치매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있어요. 바로 ‘치료가 안 되는 병’이라는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이, 심지어 의사조차 “치매는 완치가 안 되잖아요. 어차피 진행하는 병인데, 애써 치료할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그럼 당뇨와 고혈압은 완치되는 병인가요?” 당뇨와 고혈압도 계속 약을 먹고 조절하며 관리하는 병입니다. 암도 5년 동안 재발이 없으면 완치라고 판정합니다. 마찬가지로 초기에 치료를 잘 하면 완치되는 치매도 있으며, 가족과 함께 지내는 데 큰 문제가 없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치매는 치료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세상에 퍼뜨린 것은 바로 의사들입니다. 1901년에 독일의 알츠하이머 박사가 처음으로 치매 환자를 진료하면서 “나는 이 병을 치료할 수 없다.”라고 기록했고요. 환자가 사망하고 나서 뇌 조직 검사를 하고 병리학적 소견을 자세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알츠하이머 박사가 가장 처음 증상을 기록했기에 ‘알츠하이머 병’이라고 이름이 붙은 거죠. 

그런데요, 알츠하이머 박사가 ‘치매는 치료가 되지 않는 병’이라고 한 것은 지금부터 120년 전 이야기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사이에 의학과 약학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어요? 치매, 치료가 가능한 병이고요. 의사와 가족이 함께 도와 잘 관리하면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당신이 가장 걸리고 싶지 않은 질환이 무엇입니까?”라는 설문 조사에서 1위는 치매였습니다. 누구도 치매에 걸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선생님, 저는 차라리 암은 괜찮은데, 치매는 걸리고 싶지 않아요. 치매에 걸리기 전에 죽는 게 낫지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연 치매에 걸리기 전에 죽는 게 가능할까요?

치매는 몇 살에 걸릴까요? 치매 진단을 받은 60세 환자들의 뇌 안에서 15년에서 20년 전에 이미 병리학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니까 60세에 치매로 진단받았다면, 40세에서 45세 사이에 뇌는 치매 모드로 전환해 뇌세포가 야금야금 손상되는 병리학적 변화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의학적인 변화로 보면 “나는 치매에 걸리기 전까지만 살 거예요.”라는 소원은 40세 이전에 생을 마감해야 이루어지니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치매는 젊은 나이부터 서서히 시작되는 병입니다. “치매에 걸리지 않고 살 거예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치매에 걸려도 잘 사는 방법을 내 몸과 머리에 새길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젊어서부터 뇌 관리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치매에 잘 걸리는 유형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잘 넘어지는 사람이 치매에 걸리기 쉽습니다.
보행 중추는 뇌의 앞쪽, 즉 전두엽에 있으며 전두엽은 우리 뇌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할 만큼 큰 부위입니다. 이유 없이 자주 넘어지면, 전두엽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나이 들어 치매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사연을 귀담아들어 보면 젊어서 다른 사람보다 자주 넘어졌다는 경험이 있습니다.

둘째, 법을 잘 안 지키는 사람이 치매에 잘 걸립니다.
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외부 자극에 대해 적응하고 절제하는 것입니다. 큰 범죄는 아니더라도 작은 규칙을 살짝살짝 어기는 사람들 있죠? 사소한 규칙이나 법을 잘 안 지키는 것은 뇌의 기능이 조금씩 손상되어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작은 규범들을 어긴다면, 뇌세포 손상이 시작된 건 아닌지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합니다.

셋째,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치매에 잘 걸립니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감정 조절이 힘듭니다. 평소에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사람들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뇌 기능이 약해지면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적응하기보다는 일단 ‘욱’하고 화를 내기 쉽거든요.

“나는 성격이 불같아서 화를 못 참아요. 하지만 뒤끝이 없고 쿨한 편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쿨한 게 아니라, 치매 초기라 기억을 못하는 겁니다. 뒤끝 없다는 핑계로 시도 때도 없이 버럭버럭하는 대신, 화를 참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치매를 막는 인지 기능 훈련입니다.

치매는 인생의 거울과 같은 병입니다. 치매로 진단받았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은 내 인생의 거울처럼, 나의 삶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똑같이 치매라는 병에 걸렸어도 젊어서부터 남을 의심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긍정적인 생활 습관을 가졌던 이들은, 주위 사람들과 잘 지냅니다. ‘꽃 같은 치매’라고 하지요? 기억을 잃어갈 뿐 가족들이 돌볼 수 있는 수준의 치매, 착한 치매지요. 반면 망상과 우울로 주위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를 나쁜 치매라고 부릅니다. 젊어서부터 어떤 생활 습관을 기르느냐가 나이 들어 치매에 걸려 나타나는 증상을 결정합니다.



치매에 걸리면 3가지를 하세요

첫째, 의사와 친해져야 합니다.
치매는 감기가 아니에요. 저절로 낫는 병이 아니고,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되는 만성 질환입니다.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중요합니다. 만일 치매로 진단받았다면, 무조건 의사와 친해져야 합니다.

둘째, 메모 수첩과 일기장을 준비합니다.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머릿속에서 사라져 가는 기억들을 증거로 남기기 위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바로 메모 수첩과 일기장입니다. 예전에 탁월했던 기억력을 믿지 말고, 해야 할 일과 약속을 메모 수첩에 적는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뇌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도록 발달했습니다. 가스 불 위에 찌개 올려놓고, 세탁기 돌리고, 전화 통화도 하지요. 뇌세포들의 집중력과 기억력, 수행 능력, 일을 분류하는 기능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치매가 시작되면 이런 작업이 힘들어집니다. 꼭 해야 할 일만 남기고, 불필요한 일의 양은 줄여야 합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냄비를 태워 먹거나 실수를 하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우울감도 심해져서 병의 진행이 오히려 빨라집니다. 기억력이 줄고 있다면 그에 따라 동시에 하는 일도 줄이세요. 

가장 중요한 것!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입니다.
치매 치료제는 뇌세포에서 일어나는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정상적으로 작용하도록 돕는 약물입니다. 치료가 안 된다는 선입견으로 치료를 등한시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치매로 진단받거나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매에 걸려도 잘 사는 방법 중에 가장 기본은 치매 치료제를 잘 복용하는 것입니다.

이은아 박사님이 만난 환자 중에는 진료실에 오면, 꼭 “죽어라, 죽어!”라고 말하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치매가 심해져서 본인이나 가족 이름도 기억을 못하는 상태였는데, 유일하게 반복하는 말이 “죽어라, 죽어!”였습니다. 도대체 할머니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서 보호자인 할아버지에게 물어봤습니다. 할아버지는 “우리 할멈이 치매에 걸린 뒤로 나를 너무 힘들게 해서, 내가 화를 내며 ‘죽어라, 죽어!’라고 말하곤 했어요.”라고 했습니다. 치매를 앓게 된 할머니는 처음에 할아버지가 본인한테 한 말을 듣고 가슴 아팠을 테지요. 치매가 심해지자 다른 좋은 말은 다 잊고 유일하게 기억하는 가슴 아픈 말, 본인이 들었던 “죽어라, 죽어!”를 남편한테 똑같이 반복하는 것입니다. 치매에 걸려서도 슬프지 않게 잘 살려면 젊어서부터 좋은 기억, 기쁜 일들을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하루하루, 좋은 사람들 만나 맛난 것 먹고 좋은 경험 많이 하고요. 오래오래 좋은 기억 많이 만들며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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