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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말만 바꿔도 인생이 바뀝니다

by 김민식pd 2023. 4. 14.

(예전에 소개한 강원국 선생님의 <결국은 말입니다>, 오늘은 꼬꼬독 원고로 다시 만나보시어요~)

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하는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 무서운 사람은 자칫 외로운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제가 요즘 붙들고 사는 화두는 ‘노후의 외로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외로움을 벗어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을 읽는데요. 남의 말을 잘 듣고, 내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기만 해도 외롭지 않아요.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 선생님은 글도 잘 쓰시지만, 말도 참 잘하십니다. 제가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즐겨듣고, 강연도 찾아 듣거든요. 말을 바꾸면, 삶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고 말씀하시는 강원국 저자의 새 책을 소개합니다.

<결국은 말입니다> (강원국 / 더클)

말 잘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해야 하는 말은 하고, 해선 안 되는 말은 안 하는 겁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나이 들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참는 것이 어렵습니다. 해야 할 말은 이성과 논리를 따르지만, 해선 안 되는 말은 감정과 기분에 영향을 받습니다. 해야 하는 말은 생각을 많이 하고 하지만, 안 해도 되는 말은 생각 없이 내뱉거든요. 그리고 뒤늦게 후회를 하지요. 

말하기의 최선은 해야 하는 말은 하고, 해선 안 되는 말은 안 하는 것입니다. 차선은 해야 할 말은 못 하더라도, 해선 안 되는 말이라도 안 하는 것입니다. 최악은 해야 하는 말은 못 하고, 해선 안 되는 말만 지껄이는 것이지요. 자, 여기서 좋은 상사, 나쁜 상사 구분법이 나옵니다. 좋은 상사는요. 해야 할 말만 하고, 해선 안 되는 말은 안 하는 사람입니다. 최악의 상사는요, 정작 해야 할 말은 못 하면서 해선 안 되는 말만 하는 겁니다. 

상무님이 우리 부서에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려요. 그럴 때, 부장이 나서서 “이건 저희 부서 소관이 아니라 총무과 업무인 것 같은데요?”하고 직언을 해야 하는데요. 윗사람 눈치 보느라 그 말은 못 하고 아랫사람만 갈구죠. “야, 회사에 네 일 내 일이 어디 있어? 토 달지 말고 좀 해라, 엉?” 위에다 입바른 소리를 못할지언정 아래에다 화풀이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최악의 상사가 되는 걸 피할 수 있어요.

노인 세대가 되면 크게 네 가지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질병, 빈곤, 외로움, 역할 상실. 질병과 빈곤은 의학 발전과 복지 확대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고요. 역할 상실도 노인 일자리 창출로 대처할 수 있지요. 문제는 외로움입니다. 핵가족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젊은 세대와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노인층의 소외와 고독은 갈수록 깊어집니다.

노인의 외로움을 덜기 위한 소통법, 강원국 선생님은 7가지를 알려주십니다.

첫째, 어른 세대의 말을 잘 받아주는 겁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감탄사를 남발하는 겁니다. “아!” “와~” 하고 상대 말에 감탄하는 것입니다.

둘째, 중요한 말은 복창하는 겁니다. 상대 말을 그대로 받아서 읊조리는 것이지요. “아드님이요?” “그렇게 높은 자리에 가셨어요?” 이렇게 말이죠.

셋째, 다음 말을 궁금해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이어서 빨리 듣고 싶다고 호응하는 겁니다.

넷째, 상대 의견에 동감하고 동조하는 겁니다. “지금까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그 말이 옳은 것 같네요.”

다섯째, 요점 정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다는 말씀이죠?”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주면, 잘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혹 있을지 모를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습니다.

여섯째, 상대 얘기를 듣고 나와의 공통점을 찾아서 ‘우리’로 묶기도 합니다. “얘길 들어보니 어르신 생각이 제 생각과 많이 닮았네요.” 찾아보면 공통부분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거든요.

끝으로,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감정 상태를 마음으로 듣는 일. 공감해주는 것이죠. 특히 억울하거나 슬픈 사연, 화나는 얘기에 적극적으로 반응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얼마나 화가 나셨어요, 그래? 제가 다 이렇게 열 받는데.”



강원국 선생님은 책에서 모든 사람이 노후에는 삶의 경험을 이야기로 전하는 강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제가 강의를 다니는데요, 정말 좋은 일입니다. 내 경험을 말하는 것은 개인의 경험을 사회 자산으로 만드는 일이고요. 인생을 살면서 가시밭길을 걸으며 고생을 많이 한 분들이 더 많이 말을 해야 합니다. 그런 삶에서는 배울 점이 많거든요. 남들 앞에 서서 말하는 걸 부담스러워하신다면 이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셔도 좋겠지요. 선생님은 강의와 강연을 이렇게 구분하십니다. 

‘강의는 지식과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강연은 설득과 공감을 목표로 한다. 나는 강의의 본질은 동기 부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기 부여는 누군가의 경험을 들을 때, 그런 경험을 자신도 하고 싶을 때, 나아가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을 닮고 싶을 때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본다. 이론이나 지식을 듣고 실습하는 것으로 동기 부여가 잘 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남의 경험이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행동의 변화를 가져다준다.’

노후에 강사가 되어 강의를 다니잖아요? 자신의 경험을 음미하고 반추하며 성찰하는 삶을 살고요. 그런 경험을 더 쌓기 위해 시도하고 도전하게 됩니다. 좋은 강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저는 3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합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잘 할 수 없고, 잘 하지 않으면, 남에게 그 일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퍼스트 커리어에 최선을 다해야 강사라는 세컨드 커리어가 열립니다. 최선을 다해도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랬어요. 드라마 피디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직장 생활 말년에는 시련이 많았어요. 괜찮아요. 최선을 다한 사람의 실패담에도 배울 점이 있어요. 좋은 강연의 소재가 됩니다. 어느 분야의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한 사람은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남이 하는 강의를 자꾸 들어봐야 합니다.
저는 도서관 저자 특강을 쫓아다니는 게 취미였어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하고 깨달았어요. ‘아, 나처럼 다른 사람의 강연을 듣는 걸 즐기는 분들이 참 많구나.’ 재미로 남이 하는 강의를 자꾸 들어봐야, 강의를 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강의를 신청해서 들어도 좋고요. 유튜브에 올라온 강의를 들어도 좋아요. 말하는 사람이 되기 전에 우선 잘 들어주는 사람으로 살아봅시다.

셋째, 내 삶의 경험을 글로 써야 합니다.
글쓰기 강의, 영어 공부법 강의, 진로 특강, 도서관 인문학 특강, 노동조합 강의, 저는 온갖 주제로 다양한 강의를 합니다. 비결은 다작입니다. 10년간 블로그에 매일 한 편씩, 3000편의 글을 썼고요, 1년에 한 권씩 책을 냈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말하기의 소재가 풍성해졌어요. 말을 잘 하려면 글부터 써야 합니다. 글을 써야 생각이 정리되고요. 논리정연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쓴 글을 모아 책을 냅니다. 한 권의 책을 쓴 사람은 한 시간 동안 강연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머릿속에 들어있어요.

말만 잘해도 우리는 인생을 더 잘 살 수 있고요. 노후의 삶이 더 풍성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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