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기 위해, 몸에 좋다고 하는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될 때가 있습니다. 허리가 아파 시작한 운동이 디스크 탈출증을 유발하기도 하고요. 어깨나 무릎 통증을 치료하려고 매일 하는 운동이 관절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운동만 꾸준히 해도 나을 수 있는 병인데, 그냥 방치하다 병을 키워 수술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건강에 꼭 필요한 운동,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요? <백년 허리>와 <백년 목>, 두 권의 책으로 목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많은 분에게 건강을 선물해주신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정선근 교수님이 운동 바르게 하는 법을 가르쳐주시는 책이 있습니다.
<백년 운동> (정선근 / 아티잔)
저자가 전공의 수련을 하던 1980년대 말에는 척추와 관절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일이 드물었답니다. 요즘은 어때요? 시내버스와 지하철마다 척추와 관절 질환과 관련한 광고가 수두룩해요. 의학이 발달했는데 척추와 관절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더 늘었어요. 왜 그럴까요? 생명과학이 발달하면서 평균수명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절에는 마흔이 넘어 허리가 아파도 별로 걱정하지 않아요. 아픈 거 참으면서 살다 보면 조만간 더 큰 병에 걸리고, 그리 오래지 않아 생을 마감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죠. 웬만하면 구순을 넘기는 요즘은 상황이 달라요. 쉰이 넘어 생전 처음 허리가 아파도 덜컥 걱정이 앞서죠. 아픈 허리로 40년을 더 버틴다고 생각하면 앞날이 까마득하거든요. 졸업 50주년 해외여행 가서 친구들이 관광 다닐 때 나는 버스에 처량하게 앉아 있어야 할지도 몰라요.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척추와 관절 통증으로 고생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건 장수의 역설입니다.
정선근 선생님은 진료실에서 척추와 관절 문제가 해결된 분들께 '졸업장'을 드린답니다. '치료가 끝났으니 병원에는 그만 오셔도 되고 혹시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하시라'는 내용이 적힌 인쇄물이지요. 졸업장을 받고 진료실 문을 나서다 다시 들어와 물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운동해도 되나요?" "골프 쳐도 되나요?" "탁구 쳐도 되나요?”
정선근 교수님이 <백년허리>라는 책을 낸 후, 기자에게 전화를 받았답니다. “교수님, 윗몸일으키기는 나쁜 운동이지요?” 윗몸일으키기는 복근을 키우는 데 필수 운동입니다. 허리 힘을 강화해주는 좋은 운동인데요, 문제는 디스크 환자에게는 나쁘다는 겁니다. 그 운동을 할 때 찢어진 디스크가 더 찢어질 수 밖에 없거든요. 누가 그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고, 같은 사람이라도 언제 하느냐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쁜 수도 있습니다.
그럼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척추와 관절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아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증’이라는 신이 내린 경보시스템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아플 때는 일단 쉬는 게 제일입니다. 아픈데도 억지로 운동을 계속하면 다친 부위의 치료가 더뎌집니다.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뒤로 걷는 분들도 있는데요. 정선근 박사님은 책에서 앞으로 걸으나 뒤로 걸으나 다리의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은 신통할 정도로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십니다. 쓰는 근육이나 관절이 비슷한데 굳이 뒤로 걸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거죠. 뒤로 걷다 보면 넘어질 위험도 있어요, 다른 사람이나 나무에 부딪힐 우려도 큰데요. 재수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이 있지요. 의학적으로 볼 때 뒤로 넘어져 코가 깨지면 천만다행입니다. 뒤로 걷다가 뒤로 넘어지면 머리가 깨집니다. 뇌출혈이라도 생기면 사망 내지는 큰 장애가 오니까요. 앞만 보고 씩씩하게 걸어도 운동 효과는 충분합니다. 위험하게 굳이 뒤로 걷지 마세요.
헬스클럽에 있는 러닝머신, 트레드밀에서 걷는 건 어떨까요? 걷기 운동 효과는 지면이나 트레드밀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트레드밀 걷기는 지면 걷기보다 무릎관절에 부담을 덜 줍니다. 트레드밀의 푹신한 발판이 충격을 흡수하니까요. 무릎이 약한 분에게는 트레드밀 걷기를 추천하십니다.
트레드밀을 걸어도 무릎이 아픈 사람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헬스클럽에 있는 실내자전거를 타셔도 좋습니다. 다만 허리가 구부러지는 자세로 타는 자전거는 피해야 합니다. 허리 디스크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허리를 뒤로 젖히고 발로 페달만 젖는 실내자전거가 좋습니다. 원래 야외에서 사이클을 허리를 구부리고 타는 이유는 공기 저항을 줄여 속도를 많이 내기 위해섭니다. 속도는 많이 나는데 그 자세로 오래 달리면 허리 디스크에 무리가 가니까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자전거 참 좋아해서 매일 2시간씩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가끔 자전거 전국 일주하고 막 그러는데요. 요즘 저는 꼿꼿하게 허리 세우고 천천히 탑니다. 거만하게 가요. 젊은 분들이 빠르게 달려와서는 저를 추월하기도 하는데요. 그러거나 말거나 허리를 펴고 천천히 페달을 젖습니다. 저는 이제 빨리 가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오래오래 타고 싶습니다, 자전거.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정선근 선생님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시는 분들도 꽤 있답니다. 특히 필라테스를 하다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다고요. 책을 보면 좋은 동작과 나쁜 동작을 구분해 두셨는데요. 무조건 좋고 나쁜 동작이 아니라, 디스크가 찢어진 사람에게 나쁜 동작이니까요. 더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20대에 대학원 다니며 학교 체력 단련실에서 운동을 하는데 누가 ‘아령 운동을 할 때 숨을 제대로 쉬지 않으면 늑막염에 걸린다’는 말을 하기에 겁이 덜컥 나서 운동을 그만둔 적이 있거든요. 책을 보니까 의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가짜 뉴스라고 하시네요. 허탈합니다. 아마 그 시절에 저는 운동하기 귀찮았는데 마침 좋은 핑계가 생겼네, 하고 그만둔 것 같아요.
기구 운동하다 쉴 때는 어떻게 할까요? 한 세트 끝나고 기구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쉬는 사람이 많은데요. 바람직하지 않대요. 세트가 끝나면 기구에서 일어나서 왔다 갔다 하면서 숨쉬기 운동을 하거나 TV 앞에 가서 뒤꿈치들기 동작을 하면서 호흡을 고르라고 하시네요.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인 것처럼 당신이 퍼질러 앉아 있는 그 기구는 졸린 눈을 부릅뜨며 체육관을 찾은 이들이 그토록 열망하던 기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저자의 말씀을 가슴에 새깁니다.
올해 저의 목표는 근육량을 늘리는 것인데요.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할 때 살짝 부끄럽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울끈불끈 근육을 자랑하며 운동을 하고 가면 저는 같은 기구에 앉아 무게를 낮춥니다. 처음에는 내가 여기서 근력 꼴찌구나. 에효... 자존감이 낮아지면 운동을 하기 싫어지죠. 이럴 때는 멘탈 관리가 필요합니다. 저는 근력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요. 그나마 근육량이 줄어드는 50대에 시작해서 더욱 힘든 상황입니다. 저같은 운동 초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드리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운동 오래 한 분들이 저를 보고 뿌듯해하기를 바랍니다. 저는요? 저는 거울을 보며 뿌듯해합니다. 비록 젊은 몸짱들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분명 근력운동을 마치고 거울을 보면 어제의 나보다는 더 좋아진 게 보이거든요. 이제 저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아요. 어제의 나와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남들 눈치 보여서 조금이라도 높은 중량의 기구를 들고 싶은 유혹도 있는데요, 문제는 너무 무거운 기구를 들면 정확한 자세가 나오지 않아요. 억지로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다 중심이 뒤로 넘어가서 허리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요. 책을 보니 정선근 선생님은 근력운동을 할 때 반복최대와 반복불능을 알아야 한다고 하시네요.
반복최대는 특정 운동 동작을 정확히 유지하면서 즉,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동작의 범위도 줄어들지 않으면서 그 횟수만큼 반복할 수 있는 최대 저항이나 무게를 뜻하고요. 그 횟수를 넘기면 정확한 자세로 더 이상 반복할 수 없는 것을 반복불능이라 합니다. 근력 운동할 때 딜레마는요. 무게를 높이되 반복 횟수를 줄이는 고중량 저반복 운동으로 갈 것이냐, 무게를 낮추고 반복 횟수를 높이는 저중량 고반복 운동으로 갈 것이냐 하는 것이죠.
성공적인 근력 운동을 위해서는 최대 근력의 70에서 85%의 힘으로 8회에서 12회 반복하는 저항성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런데 고중량 저반복 운동의 문제는 근육이나 관절에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요.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거운 기구를 들고 10회 운동하는 것이나 가벼운 기구를 들고 20회 반복 운동하는 것이나 운동의 효과는 비슷하답니다. 낮은 중량으로 운동해도 반복 횟수를 충분히 늘리면 근력 운동의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 홈트레이닝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푸시업을 하거나 스쿼트를 할 때, 정확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순간까지만 하고요. 자세가 무너지기 전에 미리 스스로 중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억지로 한계점까지 밀어붙이면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아, 조금 더 하면 자세가 풀리겠구나 싶을 때 스스로 중지를 선택하시는 게 백세까지 운동을 하는 비결입니다. 젊은 사람들의 근력 운동과 나이 든 사람의 근력 운동은 달라야 합니다.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운동하시기를 소망합니다.
'짠돌이 독서 일기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세 인생을 사는 비결 (13) | 2023.04.21 |
---|---|
말만 바꿔도 인생이 바뀝니다 (12) | 2023.04.14 |
삶을 즐겨야 하는 이유 (15) | 2023.03.24 |
외로움을 설렘으로 바꾸는 방법 (17) | 2023.03.20 |
행복한 노후를 위해 무조건 걸으세요 (13) | 2023.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