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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책벌레 아빠의 꿈

by 김민식pd 2023. 3. 17.

지난 주말, 대학생 딸아이랑 밥을 먹다 민지가 북스타그램을 한다는 걸 알았어요. 민지가 읽는 책이 궁금해 팔로우를 했더니, 아이의 반응. “아빠도 인스타해? 완전 젊게 사네~” ㅋㅋㅋㅋㅋ 블로그에서 매일 댓글 다시는 섭섭이짱님이 권하셨어요. “피디님, 블로그랑 페북만 하지 말고 인스타도 하세요. 요즘 작가님들은 다 인스타 해요.” 저는 인스타가 어려워요. 사진 한 장으로 딱 직관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기술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아직은 블로그가 편해요.

‘사랑. 먹을 것과 잘 곳이 확보된 뒤에도 사회적 위계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길 바라는 것은 그곳에서 물질이나 권력보다는 사랑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돈, 명성, 영향력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기보다는 사랑의 상징으로서 그리고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 더 중시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불안 #알랭드보통
#책 #북스타그램 #도서추천 #철학 #베스트셀러

철학 전공하는 아이답게 깊은 사유를 다룬 글을 좋아하는군요. 민지의 추천책도 찾아읽고 싶어요.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 발밑의 가장 단순한 것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

#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 #룰루밀러 #책 #북스타그램 #도서추천 #독서 #생물학 #베스트셀러



제가 읽고 권하고 다니는 책을 아이도 읽었다는 게 반갑고요, 아이가 공유한 글을 보며 다시 생각할 수 있어 좋네요. 

‘“기억은 재능이야. 넌 그런 재능을 타고났어.”

할머니는 어린 내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란다. 그러니 너 자신을 조금이라도 무디게 해라. 행복한 기억이라면 더더욱 조심하렴. 행복한 기억은 보물처럼 보이지만 타오르는 숯과 같아. 두 손에 쥐고 있으면 너만 다치니 털어버려라. 얘야, 그건 선물이 아니야.”’

#쇼코의미소 #최은영 #책 #문학동네

딸의 북스타그램을 보면서 혼자 빙긋이 미소를 짓고 있어요. 아, 너는 참 좋은 책을 찾는 사람이 되었구나. 그 좋은 책에서 좋은 글귀를 만나면 좋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사람이 되었구나. 아기였던 민지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던 그 오래전 시간이 떠오릅니다. 이런 날이 오기를 바랐던 건 아닙니다. 저는 그냥 아기에게 책 읽어주는 아빠로 살고 싶었을 뿐이에요. 아이가 책을 좋아할지 말지는 온전히 아이의 선택입니다. 

‘우주는 실은, 무한정 넓게 펼쳐진 허무의 공간이란다. 입자에게 우주는 너무나 광활해서 결코 단 하나의 입자와도 서로 마주치는 일이 없지. 서로 닿을 수도, 도달할 수도 없는 텅 빈 세계 속에 입자는 언제나 홀로 존재해. 입자의 내부는 텅 비어 있고, 오직 서로를 밀어내는 힘으로 가득 차 있어. 유일하게 입자가 서로와 닿는 순간은 충돌하는 순간이야. 핵을 망가뜨릴 정도로 강한 자기력에 유도되어 산산이 부딪혀 조각나는 순간에야 비로소 입자는 서로의 내면을 확인할 수 있어. 마치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날그곳에서 #이경희
#책 #북스타그램 #도서추천 #문학 #한국소설 #문구 #글귀

이경희 작가, 민지가 흠모하는 작가님입니다. 어려서 저는 SF를 좋아해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 소설을 번역하기도 했는데요. 대학생인 큰딸 민지도 SF를 즐겨 읽습니다. 천선란 작가의 ‘노랜드’를 제게 빌려주거나 이경희 작가의 ‘그날 그곳에서’를 추천해주고 그래요. 

https://www.instagram.com/bookdust_j/

bookdust_j
민지의 인스타그램 아이디인데요. 이걸 보고 또 혼자 빙긋 웃습니다. book dust 책 먼지. 책에서 나는 먼지일까요? 어린 시절 친구들이 부른 민지의 별명이 먼지였어요. ‘아니, 이쁜 이름을 두고 왜 먼지라고 불러?’ 아빠는 몰래 속상했는데, 아이는 그 별명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였네요. 같은 사안을 가지고, 상처받을 수도 있고요, 웃으며 넘어갈 수도 있어요. 부디 아이가 앞으로 살면서, 상처는 조금 덜 받고, 웃는 날들이 많기를 소망합니다.

독서일기 연재하는 블로거 아빠와 북스타그램하는 딸.

책에서 배운 걸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삶, 그 안에 소소한 기쁨과 꾸준한 성장이 있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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