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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위기는 어떻게 타개하는가?

by 김민식pd 2023. 3. 22.

평소 저는 소설을 많이 읽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소설 리뷰는 잘 하지 않습니다. 소설의 경우, 줄거리를 공개하면 책을 읽는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게 조심스럽거든요. 딱히 교훈을 끌어내기 쉽지 않은 책도 있고요. 그냥 재미로 읽는 소설도 있어야 해요. <로마의 일인자>는 좀 다릅니다. 책 한 권에서 두 편씩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요.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기원전 105년 로마에 위기의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게르만족이 슬금슬금 갈리아 지방으로 남하해요. 그들이 보기에는 500년째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는 로마의 수도가 약탈하기 딱 좋은 최고의 보물처럼 보였겠지요. 변방에서 구원 요청이 답지하자 로마는 10만명의 군대를 출정시킵니다. 문제는 원로원 내에서 신구 세력간의 알력다툼으로, 두 명의 지휘관을 선출하는데요. 각자 자신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을 하나씩 내보낸 거죠. 전통의 명문가 출신의 장군 하나, 벼락출세한 신진 세력 출신 장군 하나. 적을 코 앞에 두고 둘이 불화를 일으키고요. 귀족 출신의 장군은 평민 출신의 장군에게 지휘를 받는 걸 거부합니다. 지휘계통의 혼선으로 10만명의 로마 대군은 게르만족에 의해 몰살을 당합니다. 로마에서는 회의가 소집되고요. 한 사람이 나섭니다. 

"진정한 로마인은 그 무엇보다 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법 앞에서는 사회계급도 무의미합니다. 법은 그 누구도 스스로 동료보다 우월하다고 여기지 못하게끔 고안된 견제와 균형의 장치입니다."

로마의 위기는 언제 올까요? 제국이 분열할 때 시작됩니다. 변방의 분열보다 더 무서운 건 지배층의 내분입니다.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원로원 질서의 최대 약점이 드러납니다. 출신은 미천하지만 뛰어난 능력과 행운을 타고난 사람이 고귀한 혈통의 로마 귀족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 인민을 다스리고 로마군을 지휘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말입니다. 



이제 진짜 영웅이 나설 차례가 왔어요. 바로 우리의 주인공 가이우스 마리우스. 마침 그는 아프리카 정벌에서 대승을 거두고 곧 로마로 입성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기존의 장군들이 로마의 시민들 중에서 군대를 모병했다면, 마리우스는 최하층민 출신 군대를 모읍니다. 그리고 최하층민도 시민군 못지 않게 제대로 싸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내지요. 최하층민 군대 덕분에 아프리카를 정벌한 마리우스는 이런 안을 내놓습니다. 

"나는 국가에서 최하층민 병사들에게 이번 전쟁 후에 제공될 전리품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퇴역병사들이 정착할 수 있는 땅을 줘야 한다는 말일세. 그렇게 해서 적당한 부를 누릴 수 있는 시민이 되도록 돕는 것이지."

로마의 영토를 나눠준다면 기득권층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생각해, 마리우스는 이번에 정복한 아프리카의 땅을 병사들에게 나눠주자고 합니다.

"그들은 로마를 위해 두 가지 일을 해줄 거야. 첫째로 그들은 향후 아프리카에서 전쟁이 일어날 때 언제든지 소집될 수 있는 예비군 구실을 할 걸세. 둘째로 속주에 로마의 사상, 전통, 언어, 생활방식을 전파하는 역할을 맡게 되겠지."

우와, 진짜 큰 그림을 그리지 않나요? 마리우스라는 남자 역시 보통이 아닙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그는 기득권층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신분과 계급을 따지지 않고 모든 인민의 헌신을 끌어내야 한다고 믿습니다. 최하층민을 어떻게 로마의 기존 질서에 통합시킬 것인가? 그는 호민관을 만나 설득 작업에 들어갑니다.

"로마가 훌륭한 군대를 유지하려면 최하층민에게 군인이 매력적인 직업이 되어야 합니다. 나라가 위급할 때 애국심에 떠밀려, 혹은 나라가 평온할 때 재미 삼아 군인이 되는 걸로는 부족하오. 약소한 봉급과 승전할 때마다 나눠주는 전리품만 보고 군인이 되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퇴직한 뒤에 정착하거나 되팔 수 있는 땅을 지급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죠. 하지만 이탈리아에 있는 땅을 나눠줄 수는 없는 일이오. 굳이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말입니다."

가이우스 마리우스, 그는 최하층민 군대를 모아 게르만족의 침략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그 흥미진진한 얘기는 3권에서 계속되겠지요. 다음 책 읽으러 갑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총 21권짜리 대장정인데요. 2권이 벌써 이렇게 재미있으면, 나중에 시저가 갈리아 원정에 나서는 절정은 얼마나 재미날까요? 읽을 책을 쌓여 있어 행복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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