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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외로움이 괴로움이 되는 이유

by 김민식pd 2023. 2. 10.

이런 기사 보신 적, 있나요?

'외로움이 하루 15개비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해롭다.'

저 이 기사 보고 엄청 스트레스 받았잖아요. 아니, 오래 살려고 술 담배 커피도 안하고 버텼는데 외로움이 건강에 해롭다고? 저 건강 챙기려다 은근 외로웠거든요? 군대에서 다들 담배 피우며 수다 떨 때 나는 혼자 빠져서 영어책 외웠고요. 남들 회사에서 2차 가서 술 마실 때 도망쳐서 책 읽고 새벽에 글 썼는데, 외로움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니? 나도 사람들과 어울려 담배 피고 술을 마셔야 했나?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이런 기사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건강에 해롭겠는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로움이 건강에 해로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외로움은 스트레스 유발 인자에요. 왜 그럴까요? 우리가 수십만년 동안 수렵재집을 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냥이냐 채집을 통해 식량을 구할 때, 운이 따릅니다. 운좋게 사냥에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할 수도 있어요. 빈손으로 돌아왔을 때 누군가 자신이 잡은 고기를 나눠준다면 나는 굶주림을 면할 수 있지요. 다음날 내가 운좋게 맛좋은 열매를 잔뜩 따게 된다면 그걸 나눠줄 수도 있고요.

인간의 생명을 연장해준 최고의 도구는 100년 전에 나온 냉장고인지도 몰라요? 냉장고 덕분에 우리는 먹을 걸 쟁여놓고 삽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사냥이나 채집을 통해 마련한 식량은 놔두면 썩어버려요. 우리의 경쟁자는 미생물과 벌레들이었어요. 어차피 벌레먹고 썩을 거... 남는 음식은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편이 나았지요. 이런 협업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듭니다. 사회적 동물이 되고 생존이 유리하게 해지고요. 여럿이 힘을 합쳐 우리보다 크고 사나운 동물까지 사냥을 해요. 수십만년 동안,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인간, 만약 그중 누군가 공동체로부터 쫓겨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살아남기 힘듭니다. 남는 음식을 나눠주는 사람도 없고, 맹수가 나타났을 때 힘을 합쳐 싸워줄 사람도 없고. 우리의 몸은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을 할 때, 행복이라는 보너스를 주고요, 생존과 번식에 불리한 행동을 할 때, 고통이라는 벌을 줘요. 혼자 있는 게 고통스러워야 얼른 다른 사람을 만나 무리를 지을 수 있지요. 외로움이 담배 15개비 만큼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이유, 생존과 번식을 도모하는 유전자 때문이에요. 외로움이 통증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 사회가 외로움에 더 취약한 이유가 있어요.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회문화 탓입니다. 수천년 동안 쌀농사를 지었고, 가족의 유대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권에서 살아왔어요. 한국의 노인 자살율이 유독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쌀농사를 지을 땐, 노인의 지혜가 생산성을 높이는데 필수였어요. 농사를 지은 풍부한 경험이 공동체에 도움이 되었지요. 그래서 다들 노인을 공경했어요. 이제는 정보화 사회입니다. 스마트폰을 치면 온갖 정보가 다 나와요. 노인이 먼하늘의 구름을 보고 '큰 비가 올 것 같으니 추수를 서둘러야겠네.'라고 해도 젊은 사람은 '에이, 일기예보에는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고 하는데요? 이대로 추수하면 벼가 덜 익어서 안 되요.' 노인들의 지혜보다 스마트폰 속 정보가 더 대접받는 세상입니다. 손주들은 할머니에게 옛 이야기를 조르는 대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살지요. 예전에는 노인이 가장으로 집안의 어른으로 군림했거든요? 이제 핵가족화가 되고, 연애, 결혼, 출산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요. 고령화가 되면서 황혼이혼도 늘고요.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집니다.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거예요. 이런 세상에서 외로움을 통증으로 여기면, 노후의 건강에 적신호가 옵니다.  

이제는 외로움이 생존에 불리하지 않으니 굳이 고통으로 여길 필요가 없습니다. 수렵채집이나 농사 지어 먹고 사는 시대가 아니에요. 식품회사나 요리사와 협업을 하는 시대입니다. 밀키트도 있고, 배달음식도 있고, 간편식도 많아요. 혼밥하는 식당도 많고요. 요리를 할 줄 몰라도 혼자서 먹고 살 수 있어요. 

우리는 이제 외로움을 새롭게 정의해야 합니다. 괴로움이 아니라 즐거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해요. 그래야 고령화 시대, 모두가 외로워지는 시대에 행복할 수 있습니다.

<외로움 수업>을 내며 저의 소망, 독자 여러분이 모쪼록 외롭지 않기를 바랍니다.

혹 외롭더라도, 그것이 고통이 되지는 않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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