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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글은 가볍게, 인생은 즐겁게

by 김민식pd 2023. 2. 13.

페이스북에서 요즘 제가 즐겨찾는 저자가 있어요. 바로 편성준 님이지요.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편성준 지음 / 북바이북)을 보면, 이런 글이 나와요.

문학잡지 <AXT>에 실린 소설가 정유정의 인터뷰를 보면...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던 정유정은 가정 형편 때문에 간호대학에 간 후에도 국어국문학과 친구들의 강의를 대신 듣거나 과제를 대신 써주며 미련을 달랬다. 그러던 어느 날 '교양 국어' 중간고사 때 칠판에 '얼굴'이라고 쓰인 문제를 읽고는 50분 만에 백지 앞뒷면을 빽빽하게 채웠다. 놀란 교수님이 그를 부르더니 습작노트를 가져오라고 했고, 이를 검토한 뒤 국문과로 전과할 마음이 없느냐고 물었다. 포기하지 말라는 교수님의 말씀은 긴 세월을 지탱해주는 응원이 되었다. 작가가 되어 찾아갔을 때에는 그 교수님은 이미 작고하신 후였다.'

글에 대한 열망은 책을 읽는 사람은 조금씩 있지요.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즐겨해 문과를 가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만류로 공대를 갔어요. 그 시절 글쓰기에 대한 나의 갈증을 달래준 건, '민시기의 글밭'이라는 개인 문집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게 '공짜로 즐기는 세상'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글쓰기를 배운 적은 없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독자에게 편성준 저자가 알려주는 아주 손쉬운 글쓰기 팁 하나. 

 

1. 아무 책이나 골라서 펼쳐라.

2. 5분 정도 뒤적인 뒤 마음에 드는 구절 하나를 찾아라.

3. 그 구절에 대한 짧은 생각을 자유롭게 써라. 

이때 주의할 점은 실마리는 책의 구절에서 찾았지만, 결론은 조금 다른 쪽으로 내는 것이라고요. 맞아요. 책과 똑같은 내용을 그대로 주장한다면, 굳이 새로 글을 쓸 이유가 없지요. 나만의 생각을 보탤 때, 나만의 글이 나옵니다.  

저는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보면 메모하고, 여행을 다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보면 사진을 찍습니다. 저의 블로그는 그 구절이나 사진에 대한 한 줄 설명에서 시작해요. 글을 읽었을 때 나의 느낌, 더불어 떠오른 나의 과거 등등. 처음에는 그냥 한 줄 설명이지만, 글을 꾸준히 쓰다보면 조금씩 길어집니다. 

'나는 사람들과의 연결망을 확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게 글쓰기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나는 온라인상에 글을 쓰고 책을 내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넓어졌다. 글을 주고받다가 나중에 책을 통해 가까워진 사람들과는 더 깊은 우정을 나누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니까 내게 글을 왜 쓰냐고 묻는다면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다.'

대학 시절, 좋아하는 여학생을 만나면 뭔가 그럴듯한 말을 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았어요. 하고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돌아온 날이면 밤에 글을 썼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글을 썼어요. '당신 눈에 보이는 그 초라한 시골 남자가 다가 아니에요. 실은 책도 많이 읽어요. 여행도 많이 다녀요. 나 생각보다 그렇게 찌질하지 않아요...' 라고 어필하고 싶었나 봐요. 네, 저도 살기 위해서 씁니다. 더 멋진 나를 꿈꾸면서요.



편성준 저자가 생각하기에 글쓰기에 있어 꼭 필요한 자세가 있답니다. '내가 항상 재미있거나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것'이랍니다.

'잘 쓴 글만 온라인에 공개하겠다는 생각은 완벽주의로 변해 아무 글도 쓸 수 없게 만든다.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면서 사는 게 인생인데 왜 글쓰기에서만 그걸 허용하지 않는단 말인가.'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건, 아마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기만 하는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를 보면, 편성준 저자는 목에 힘 빼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너무 정색하고 가르치는 톤이 아니라 그냥 실실 웃으면서 책장을 넘기다 어느 순간 이마를 탁 치게 되는 거죠.

살짝 웃기는 책이 좋은 책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정말 좋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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