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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지도자의 자질은 무엇일까?

by 김민식pd 2023. 2. 6.

<로마의 일인자> 3권을 읽었습니다.

로마 시대에도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곤욕을 치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진범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사람을 기소한 거죠. 스카우루스가 잘못 기소한 사람이고요, 사투르니누스가 누명을 쓴 사람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발견한 스카우루스는 사과를 합니다.

'스카우루스는 모든 증거를 입수한 다음 사투르니누스에게 두 번이나 공식 사과를 했네. 한 번은 원로원에서, 한 번은 평민회에서 말이지. 굴욕을 느낄 법도 했을 테지만 결코 존엄을 잃지 않았어. 사람들은 진심을 담아 우아하게 사과하는 자를 아끼는 법이라네. 사투르니누스는 스카우루스를 단 한순간도 원망한 적이 없다고 말했어. 진짜 악당들이 얼마나 교묘한 수를 썼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다고 말했다네. 그러니 사투르니누스도 존엄을 잃지 않았지. 사람들은 진심이 담긴 사과를 우아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자를 아끼는 법이니까.' 

(169쪽)

말을 잘하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2가지를 제때 하는 사람입니다. 사과와 감사. 잘못했을 때는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는 고맙다고 바로 인사를 합니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이 2가지를 잘하기 쉽지 않아요. 저도 그랬어요. 드라마 감독으로 촬영현장을 지휘할 때, 내가 잘못한 일이 있어도 그걸 인정하는 순간 리더십에 손상이 올까봐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했어요. 누가 나를 위해 일을 해도, '응, 저 일을 하는 게 저 사람 업무인데 뭐.'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 인색했지요.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진짜 어른은 사과와 감사의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구나. 우아하게 사과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게 지도자가 대중의 지지를 얻는 길 아닐까요? 

스카우루스는 로마의 명망 높은 지도자인데요. 아들은 변변치가 못해요. 그 아들이 게르만족과의 전쟁에 나섰다가 몰려오는 적군을 보고 그만 기절해버립니다. 부대를 통솔해야 할 귀족 출신 장수가 그 지경이니 부대는 몰살당할 위험에 처하는데요. 다행히 병사들이 기지를 발휘해 지휘관도 살리고 무사히 귀환합니다. 다만 그 못난 아들을 스카우루스는 용서하지 않습니다. 

"가서 아들에게 이렇게 전하게. 나는 그놈과 인연을 끊겠지만 우리 가문의 이름을 빼앗지는 않겠다고. 내 아들은 비겁자요, 겁 많은 똥개지만, 로마인 모두가 그놈을 우리 가문의 이름을 가진 겁쟁이로 알겠지. 내 평생 다시는 그 놈을 만나지 않을 거라고 전하게. 문앞에 거지로 나타난다 해도 이 집안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할 거라고. 그놈에게 전하게! 내가 살아 있는 한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294쪽)

결국 아들은 아비의 냉정한 말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원로원 최고참 의원인 스카우루스는 자기가 뱉은 말을 그대로 지켜요. 죽은 아들을 보는 것조차 마다하고요. 원로원에 나가 평소의 기백과 정력을 담아 아들의 비겁한 행동과 자결에 대해 보고합니다. 몸을 사리지도 않고 비통함도 보이지 않아요. 이 대목에서 저는 혀를 내둘렀어요. 로마가 명문가 지배를 500년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귀족의 자제라 해도 전쟁이 일어나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고요. 패배하면 자신의 목숨으로 값을 치러야 했어요. 



<로마의 일인자>는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 율리우스 카이사르 탄생 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만 그 부모의 신혼 시절 모습이 나오는데요. 당시 귀족들은 자신들끼리 모여사는 걸 선호하는데, 경제적으로 유복하지 않은 젊은 부부는 체면 대신 실리를 선택합니다. 그래서 '수부라'라는 가난한 동네에서 신혼 살림을 차려요. 인술라라는 저택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나오는 세를 받아 집안을 꾸려가지요.

아우렐리아(훗날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어머니)가 남편에게 인술라의 주민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맨 꼭대기 두 층에는 대부분 그리스 출신의 해방노예들이 살아요. 옛 주인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간신히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 같았어요. 얼굴에는 주름이 잔뜩 패었고, 아내보다 남자친구가 있는 사람이 더 많더군요. 중간층에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있어요. 직공 가족, 도공 가족 등인데 모두 로마인이에요. 양치기 가족도 살아요."

여러분은 지도자의 자질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공감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비슷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다보면,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어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훗날 로마의 위대한 지도자가 된 배경에는 수부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다양한 계급과 어울렸던 것이 크게 역할을 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다면, 적어도 다양한 책을 접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고의 다양성을 키우고, 나의 생각의 틀을 넓혀가는 것, 그게 독서의 즐거움 아닐까요?

이제 저는 <마스터스 오브 로마> 2번째 책 <풀잎관>을 읽으러 갑니다. 총 21권짜리 시리즈니 아마도 2023년은 로마인들과 함께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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