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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괜찮은 어른의 조건은 무엇일까?

by 김민식pd 2023. 1. 23.

저는 녹내장을 앓고 있습니다. 언젠가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병인데요. 안타깝게도 이 병에는 치료나 수술법이 없습니다. 그냥 안약을 넣고 안압을 관리하며 사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지요. 난타의 연출가로 유명한 송승환 배우님은 현재 두 눈의 시력을 거의 잃으셨어요. 하지만 아직도 그 분은 귀로 들으면서 대본을 외우고, 수십 번씩 리허설을 하며 연극무대에 섭니다. 

‘송승환은 한 인터뷰에서 “눈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도 일상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은근히 재미있다”고 표현했는데, 시력 상실이라는 비극 스토리에 ‘재미’라는 단어가 나와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사람들 입에서 종종 ‘희망, 극복, 회복’은 들어 봤어도 ‘재미’는 낯설기 때문이다.
“내일 죽어도 저는 호상이에요. 더 살아도 지금보다 더 재밌게는 못 살아요. 여러분도 힘들어도 어쨌든 그 가운데서 재미를 찾으세요. 일도 재밌게. 휴식도 재밌게.”’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김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42쪽)

어릴 적 저는 어른이 되는 게 싫었어요. 어른들의 삶은 재미가 없어 보였어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돈을 벌고, 보기 싫은 상사들에게 시달리며 출근을 하는 삶, ‘나는 너희들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희생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삶의 의미를 위해 재미를 희생하며 사는 삶. 그런데요. 재미없는 삶은 결국 의미도 없어요. 사는 재미를 희생하며 추구하는 의미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저자인 김혜민 피디는 YTN 라디오 피디로 일하며 좋은 어른을 많이 만납니다. 좋은 생활인, 좋은 부모,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늘 고민합니다. 어른으로서 자신과 타인, 공동체를 어떻게 대해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좋은 어른을 만나 질문을 던져요.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저자의 깨달음과 배움이 가득한 책입니다. 

라디오 피디 지망생들을 위한 강의를 몇 년째 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피디가 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줬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라디오 피디가 될 수 없어요.”라는 말을 하기 위해 강의에 나간대요. 1년에 한 번, 그것도 한 두명만 뽑던 라디오 피디직은 이제 그나마도 뽑지 않거든요.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 모인 라디오 피디 지망생 모두 라디오 피디가 될 수 없어요. 모두 1등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라디오 피디가 되기 위해 여러분들이 준비했던 일들, 책을 보고, 글을 쓰고, 뉴스를 찾아보고, 타인의 어려움에 집중하고 공감하고, 약자를 향한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들은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예요. 다른 자리에서 또 다른 꿈을 꾸면 돼요. 꼭 꿈 안 이뤄도 돼요. 꼭 라디오 피디 안 해도 돼요. 괜찮아요.”

(168쪽)

저 역시 학생들을 만나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인생이 꼭 뜻한 바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아요. 그래서 감사합니다.” 목표한 대로 모든 일들이 이루어진다면 저는 그 결과 오만한 사람이 되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공감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끊임없이 시련과 좌절에 부딪히고 넘어지는 과정이에요. 그 시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성장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내 삶의 절반 정도를 언론인으로 살면서 1인자 자리에 앉았다가 추락한 사람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지켜봤다. 그들 중 상당수는 자아가 아닌 욕망이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 갔다. 결국 마지막 승자는 끝까지 왕좌를 지킨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지킨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을 지킨 사람은 소명과 욕망을 구분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과 내게 필요한 것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을 구분하기도 어렵지요.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소비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욕망에 끌려다니기도 하고요. 

더 괜찮은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요? 오늘도 책 속에서 답을 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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