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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외로움 수업>이 나왔습니다

by 김민식pd 2023. 1. 11.

2020년 11월 신문에 쓴 한 편의 칼럼이 거센 파도가 되어 제 삶을 덮쳤습니다. 살면서 그토록 많은 욕을 한꺼번에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네요. 뒤늦게 저의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했지만, 이미 제 글로 인해 상처를 입은 분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늦었습니다. 사과문에 다시 비난의 댓글이 달리는 걸 보고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속죄할 수 있을까?

가톨릭 교회에서 처하는 최고의 형벌은 '파문'입니다. excommunication. 공동체로부터의 추방.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주어지는 최고의 징계는 퇴학이고요. 직원의 경우, 해고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징벌이 교도소 수감이라면, 그 감옥에서조차 또 잘못을 저지르면 독방행입니다. 즉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것이 인류가 생각해낸 최고의 형벌인 것입니다.

사죄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저는 스스로를 '파문형'에 처했습니다. 24년을 다닌 사랑하는 회사에 사표를 냈고요. 10년째 이어오던 블로그 글쓰기를 폐했습니다. 수년째 연재하던 신문사 칼럼도 접었고요. 유튜브 채널마저 포기했습니다. SNS 앱을 지우고 사람들의 연락마저 끊고 철저하게 외로워졌습니다. 

반성의 과정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쓴 글을 읽는 건 너무 괴로웠습니다. 나의 잘못이 너무나 명백했기에, 반박할 수 없는 잘못이기에, 더욱 괴로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니, 미운 건 나 자신이었어요.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아, 이러다 나의 반성은 자책이 되고, 자학이 되겠구나...

외로움은 괴로움이 됩니다. 괴로움은 타인을 향한 원망이나 세상을 향한 염증이 되고요. 사람을 더욱 외롭고 비참한 지경으로 몰아갑니다. 저의 외로움을 밑거름삼아 반성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었습니다. 모임이 사라지고 만남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은 외로워졌어요. 한국은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어요. 100세 시대란 기나긴 노후를 지나는 동안, 모두가 외로워지는 시대입니다.

이제 외로움을 다르게 해석하고 싶었습니다. 외로움이 괴로움이기만 한다면, 개인은 불행해지고, 사회는 척박해집니다. 외로움을 즐거움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을 거듭하면 책을 썼습니다.

<외로움 수업> (김민식 지음 / 생각정원)

고독해지니 비로소 내가 보였어요. 아, 내가 참 불쌍하구나. 사람들이 미워하고 원망하는 나를, 나까지 원망하면 너무 가여웠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챙겨주기로 했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매일 반복했어요.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걷고 싶은 길을 걸었어요. 다행이에요. 도서관에 가면 늘 읽고 싶은 책이 있고, 길을 나서면 매일 새로운 풍광이 나를 반겨줬습니다. 


외로움이 찾아오면, 반갑다고 해주세요. 이제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겁니다. 다른 사람 눈치 살피고, 세상의 평가에 휘둘리느라 나를 잊고 살았는데, 그런 내가 나를 찾아온 겁니다. 이젠 나를 좀 돌봐줘.

1년간 칩거하며 책을 읽고 길을 걸었습니다. 조금은 쓸쓸했고 외롭기도 했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 수없이 되묻다 보니 훌쩍 지나갔네요. 이제 100세 인생이라는데, 그만큼 외로움의 시간이 더 길어지면 어떻게 견뎌야 할까. 그렇게 혼자 묻고 답한 내용을 책으로 묶어냅니다.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외로움이 저에게 가르쳐준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사람이 될까 봐 여전히 두렵지만, 반성을 통해 성장하는 삶을 꿈꾸기에 다시 용기를 내어봅니다.

손을 내밀어주시는 여러분이 모두 은인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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