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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최악의 상사 구분법

by 김민식pd 2023. 1. 6.

제가 요즘 붙들고 사는 화두는 ‘노후의 외로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외로움을 벗어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을 읽는데요. 남의 말을 잘 듣고, 내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기만 해도 외롭지 않아요. 퇴직 후 전업 작가가 되는 걸 꿈꾸며 글쓰기 공부를 할 때 만난 스승님이 계셔요. 바로 강원국 선생님입니다. 김우중 회장,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역임하며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등 3부작을 내셨지요.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글쓰기를 배웠어요. 라디오 프로그램 <강원국의 말 같은 말>을 진행하신 선생님은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를 펴내셨어요. 말을 바꾸면 삶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께서 새 책을 내셨습니다. 얼른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했지요.  

<결국은 말입니다> (강원국 / 더클)

말 잘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해야 하는 말은 하고, 해선 안 되는 말은 안 하는 겁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참는 것도 어렵고요. 해야 할 말은 이성과 논리를 따르지만, 해선 안 되는 말은 감정과 기분에 영향을 받거든요. 해야 하는 말은 생각을 많이 하고 하지만, 안 해도 되는 말은 생각 없이 내뱉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후회를 하지요. 

'최선은 해야 하는 말은 하고, 해선 안 되는 말은 안 하는 것이다. 차선은 해야 할 말은 못 하더라도, 해선 안 되는 말이라도 안 하는 것이다. 최악은 해야 하는 말은 못 하고, 해선 안 되는 말만 지껄이는 것이다.'   

(200쪽)

자, 여기서 최선과 최악의 상사 구분법이 나옵니다. 최선의 상사는요. 해야 할 말만 하고, 해선 안 되는 말은 안 하는 사람입니다. 최악의 상사는요, 정작 해야 할 말은 못하면서 해선 안 되는 말만 남발하는 겁니다. 상무님이 우리 부서에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려요. 그럴 때, 부장이 나서서 “이건 저희 부서 업무가 아니라 총무과 일인 것 같은데요?”하고 직언을 해야 하는데요. 윗사람 눈치 보느라 그 말은 못하고 아랫사람만 갈구죠. “야, 회사에 네 일 내 일이 어디 있어? 토 달지 말고 좀 해라, 엉?” 위에다 입바른 소리를 못할지언정 아래에다 화풀이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최악의 상사가 되는 걸 피할 수 있어요.


노인 세대가 되면 크게 네 가지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질병, 빈곤, 외로움, 역할 상실. 질병과 빈곤은 의학 발전과 복지 확대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고요. 역할 상실도 노인 일자리 창출로 대처할 수 있지요. 문제는 외로움입니다. 핵가족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젊은 세대와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노인층의 소외와 고독은 갈수록 깊어집니다.

노인의 외로움을 덜기 위한 소통법도 있을까요? 강원국 선생님은 7가지를 알려주십니다.
첫째, 어른 세대의 말을 잘 받아주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감탄사입니다. “아!” “와~” 상대 말에 감탄하는 것입니다.
둘째, 중요한 말은 복창하는 겁니다. 상대 말을 그대로 받아서 읊조리는 것이지요. “아드님이요?” “그렇게 높은 자리에?” 이렇게 말이죠.
셋째, 다음 말을 궁금해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이어서 빨리 듣고 싶다고 호응하는 겁니다.
넷째, 상대 의견에 동감하고 동조하는 겁니다. “지금까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그 말이 옳은 것 같네요.”
다섯째, 요점 정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다는 말씀이죠?”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주면, 잘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혹 있을지 모를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습니다.
여섯째, 상대 얘기를 듣고 나와의 공통점을 찾아서 ‘우리’로 묶기도 합니다. “얘길 들어보니 어르신 생각이 제 생각과 많이 닮았네요.” 찾아보면 공통부분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거든요.
끝으로,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감정 상태를 마음으로 듣는 일. 공감해주는 것이죠. 특히 억울하거나 슬픈 사연, 화나는 얘기에 적극적으로 반응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얼마나 화가 나셨어요 그래? 제가 다 이렇게 열 받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말을 재미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말은 어찌 보면 재미가 전부다. 재미없는 말에는 사람들이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전달되지 않는다. 
재미있는 말을 하려면 말하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한다. 말하는 게 재미있고 사는 게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떤가.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보면 “저 친구 되게 실없어”라고 한다. 재미없는 사람이 재미있는 사람에게 ‘웃기는 녀석’이라고 비웃는다.’

(172쪽)

저는 코미디도 연출하고 드라마도 연출했는데요. 우리의 말글살이에는 사람을 웃겨주는 코미디는 홀대하고 사람을 울리는 드라마를 추켜세우는 면이 있어요. 누가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코미디 하냐?’라고 하고요. 멋진 선택을 하면, ‘그 친구는 인생이 드라마야.’라고 말합니다. 코미디 피디로서 참 억울했어요. 사람을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게 더 귀한 일 아닙니까?

2023년 새해가 밝았어요.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더 잘 말해야 합니다. 책을 읽고 3가지를 결심했어요.

올해는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잘 구별하며 살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잘 듣고 호응하며 살고 싶습니다.
재미나게 말하기 전에 우선 나 자신이 더 재미나게 살고 싶습니다.

인생은, <결국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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