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

자유란 용기와 고립의 다른 말

by 김민식pd 2022. 12. 12.

2020년에 명예퇴직을 선택하고 집에서 놀고 있자니 마음의 부담이 컸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 있어요.

<부부가 둘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 몽스북)

아니, 혼자 노는 것도 겁나는데 부부가 둘 다 놀고 있다니요? 책을 펼쳤습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지적한 대로 자본주의는 ‘그만하면 충분히 벌었으니 이제 그만하라’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업계는 늘 위기였고 다니는 회사마다 사정이 안 좋았다. 갑을 관계가 분명한 업계의 속성 때문에 불합리한 일도 많았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야 하는 스트레스, 촉박한 스케줄, 원래 의도대로 나오지 않는 결과물 등 괴로운 일이 많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점차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힘든 건 그동안의 공력이 있어 그런 대로 참을 만했지만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들은 켜켜이 쌓여 그대로 마음속 상처가 되었다. 전혀 행복하지 않았고 이대로 계속 회사를 다니면 계속 불행할 것만 같았다.'

저도 그랬어요. 40대 후반이 지나 회사를 다니며 참 힘들었습니다. 이유가 뭘까? MBC라는 회사가 처한 매체 환경이 변했어요. 드라마를 생산하는 피디인데, 회사의 드라마 제작편수는 날이 갈수록 줄었어요. 어느날 결심했어요. 그래, 30년 동안 일은 할만큼 했으니, (저는 1992년 치과 외판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어요.) 이제는 좀 쉬면서 새로운 삶을 모색해보자. 회사를 다니며, 다른 직업을 찾는 것도 가능한데요. 때로는 회사를 그만두고 놀아야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편성준이라는 저자도 그래요. 회사를 그만두고 부부가 둘다 놀면서 새로운 길을 찾습니다. 



카피라이터로 다니는 회사는 그만두었지만, 무언가를 생산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습니다. 편성준 저자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생산하며 삽니다. 물론 예전처럼 또박또박 월급날마다 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고요. 큰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기에 삶의 의미가 생기지요.

'생각해 보면 성공이란 것은 돈을 버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 인간은 음식 없이 40일, 물 없이 3일을 살 수 있지만 의미 없이는 35초를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그저 편하게 놀 생각이었다면 아내든 나든 며칠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책의 제목이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이지만 사실 우리에게 의미 없이 노는 시간은 거의 없다. 겉으로는 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늘 뭔가 새로운 생각을 하고 기획을 하려 애쓴다. 그러다 보니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바쁠 때도 많다. 하지만 전처럼 힘들지는 않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닐 때는 무기력하게 살았어요. 송출실에서 근무할 때는, 보기 싫은 뉴스를 억지로 봐야하고, 꼴보기 싫은 회사 임원을 보고 웃으며 인사를 해야 했지요. 퇴사와 함께 자유를 선택했습니다. 자유란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보다 더 중요한 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고요. 그걸 얻는 방법은 노는 걸 선택했을 때만 옵니다.  

“진짜 삶을 산다는 것은 매일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태어날 준비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편성준 저자가 책에서 소개한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중에 나오는 글입니다.

새로운 모험에 나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