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의 우천 초등학교에서 일하시는 김기양 사서 선생님께서 블로그 방명록에 글을 남기셨어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저자 특강을 해달라는 말씀에 강원도 횡성으로 달려갔어요.
아담하고 예쁜 학교네요.
학교에 플래카드도 붙어 있네요. 아웅, 부끄럽고, 고맙습니당!
강의 전, 일찍 도착하면 동네 산책을 다닙니다.
흰둥아, 안녕?
동네에는 작은 도서관도 있네요.
저는 그날 강의를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합니다. 강의 제목이 <내 인생 최고의 선물, 도서관>이고요.
우와아! 참 예쁜 도서관이네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공간입니다.
저를 초대하신 김기양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제 소개도 정성껏 해주셨고요.
아이들과 미리 제 책을 함께 읽고, 책을 읽은 소감, 저자에게 쓰는 손편지까지 받아주셨네요. 아이들의 편지글을 읽으며 설렙니다. 아웅, 오늘은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할까?
강의 중,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요즘 재미나게 보는 게 있나요?" 아이들의 답을 듣고는 제가 재미나게 보는 걸 얘기해줘요.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그리고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아이들에게 물어보죠,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나요? 한 친구가 제가 바라는 답을 해요. "성장형 캐릭터요!" 그렇죠.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요. 만화 <드래곤볼>의 손오공이나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처음에는 평범한 인물이었는데, 갈수록 능력치가 점점 상승해요. 성장형 캐릭터가 만화속에만 있을까요? 현실에도 있어요.
"나의 능력치를 키우고 싶을 때, 내가 찾아가는 장소는 도서관입니다. 만약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도서관으로 가 글 잘 쓰는 법에 대한 책을 찾아 읽습니다. 요리를 잘 하고 싶다면 요리사가 쓴 책을 읽으면 되고요. <원피스>의 루피처럼 갑자기 능력치가 급상승하지는 않겠지만, 책을 매일 읽는 사람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아지기를 희망할 수 있어요."
질의 응답 시간을 한 시간 정도 진행했어요. 제 책을 미리 읽은 아이들이라 다양한 질문이 나오더군요. 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과 한 시간 동안 이렇게 재미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줄은 몰랐어요. 아이들에게 미리 책을 읽히고, 질문을 준비해주신 선생님 덕분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김기양 선생님!
아이들에게 물었어요. "횡성에서는 무얼 하면 좋을까요?" "횡성 한우 육회 비빔밥을 드셔야 해요." "루지를 타보셔야 해요!" 라고 답을 주네요. 그날 육회 비빔밥은 못 먹었어요. 특강이 끝나고 선생님들과 학교에서 점심 급식을 같이 먹었거든요. 세상에, 요즘 초등학교 급식이 그렇게 맛있는 줄 몰랐어요. 어지간한 식당밥보다 더 좋더라고요.
밥을 먹고 횡성 루지 체험장을 찾아갑니다.
1회권 12000원, 2회권 21000원.
아이들이 "2번은 타보셔야 해요. 1번 타면 아쉬워요."라고 했기에 2회권을 샀어요.
전기차를 타고 탑승장으로 이동합니다.
육상 썰매로도 불리는 “루지”. 동계올림픽 종목 중 하나인 루지썰매에 바퀴를 달아 사계절용으로 변신한 무동력 레저스포츠랍니다. 기계장치가 없이 노면에 착 달라붙기에 속도감이 있고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지요.
원래 이 도로는 조선시대 서울 강릉을 오가던 유일한 관동옛길(국도42호선)이었어요. 옆에 터널이 뚫리고 새로운 도로가 나 폐쇄된 후, 방치되었던 길인데요. 이걸 횡성군에서 루지체험장으로 만든 거죠. 단일코스로는 길이 2.4km로 세계 최장 길이! 실제 도로를 이용하여 조성된 코스로 운전과 비슷해요.
초중생 아이라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내리막 경사로를 직접 운전하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저처럼 늙어도 철들지 않는 어른 아이들은 더 신나겠지요. ㅋㅋㅋㅋㅋ
제가 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어, 남이 타는 모습을 찍어서 올립니다. 완전 신나요. 아, 요즘은 전국의 지자체들이 볼 거리 놀 거리를 참 많이 만들어요. 좋아요, 100세 시대, 가 볼 만한 곳이 점점 늘어나서.
루치 체험 티켓을 사면 3천원은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줍니다.
그 덕에 루지 카페에서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갑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횡성 호숫길입니다.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선생님들께 여쭤봤어요.
"물 맑고 공기 좋은 횡성에서 산책하기 좋은 코스는 어디일까요?"
"횡성 호수길 제5구간이요!"
아, 정말 좋네요. 강원도 산자락에 이렇게 넓은 호수가 있고, 그 호수를 낀 숲속 산책로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이래서 자꾸 다녀봐야 해요.
그날 아침 7시에 서울에서 차를 몰고 출발해 9시 횡성 도착, 10시부터 저자 특강, 12시 점심. 차로 15분 이동해서 루지체험장. 오후 2시 루지 체험. 30분 정도 걸렸고요. 끝나고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호수길 5구간까지 가서 주차 후 2시간 넘게 걸었어요. 여유롭게 산과 호수의 정취를 즐기시려면 근처에서 식사나 차를 하셔도 좋구요. 서울로 돌아오니 저녁 8시 정도가 되었네요.
아이들 진로 특강이나 저자와의 만남을 위해 저를 섭외하시려는 선생님께서 혹시나 이 글을 보시고 오해하실까 염려되네요. '어쩌지? 우리 학교 주변에는 작가님이 좋아하실 만한 관광지가 없는데?' 괜찮아요. 어디를 가든 그곳이 최고의 여행지라 생각하며 다닙니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를 보시면 알 수 있어요. 산티아고 대신 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여기가 세계 최고의 트레킹 코스라 여겼어요. 2023년에도 불러주시면 전국 어디든 달려갑니다~^^
아이들을 만나 제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나누고,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어 행복한 하루였어요.
삶은 하루하루가 다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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