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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건강검진은 모의고사다

by 김민식pd 2022. 10. 21.

어느 날 대학 후배를 만났습니다. 노화의 종말 편 꼬꼬독 영상을 봤나 봐요. "선배, 제가 살다 살다 선배가 다이어트 하는 영상을 볼 줄은 몰랐어요. 선배는 평생 살 뺄 걱정 안 하고 사는 사람인 줄 알았지요." 맞아요. 제가 심한 비만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40대에 건강검진을 받으면 매년 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이라고 나왔어요.

지방간은 성인 3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국민 질환'입니다. 40대 남자의 경우, 알코올성 지방간이 많지요. 지방간이라는 검진 결과를 보고 술을 딱 끊었습니다. 간에 무리를 주는 건 피로와 알코올입니다. 드라마 피디로 일하며 과로는 피할 수가 없어요. 술이라도 줄여야죠. 술을 끊고도 건강검진을 하면 계속 지방간이라고 나왔어요. 지방간은 그냥 두면 간경변증으로 가고요. 간경변증이 10년 정도 지속되면 네 명 중 한 명꼴로 암이 된다고요. 


전 건강검진이 모의고사라 생각해요. 모의고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무엇을 틀렸는지, 어떤 과목이 약한지 파악한 후, 약점을 보완해서 수능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도록 노력해야지요.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고 ‘응, 다행히 큰 병은 없네.’하고 넘길 게 아니라 다음 건강검진에서는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방간은 약이 따로 없고 체중을 줄이는 게 답이라고요. 매일 회사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어요. 왕복 2시간. 주말에는 5시간씩 산을 탔어요. 우면산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 서울 둘레길을 완주하고 서울시에서 주는 완주 증명서까지 받았습니다. 

자,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했으니, 지방간은 사라지겠지요? 건강검진 해보니 체중도 그대로고, 지방간도 그대로였어요. 심지어 코로나가 터지고, 재택근무하니까 체중이 73킬로까지 확 늘었어요.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나이 50이 넘어가니까, 체중을 줄이는 건 쉽지 않은데 늘어나는 건 순식간이구나! 2020년 가을에 자전거를 타고 열흘간 전국 일주를 하면서 간헐적 단식을 실천했습니다. 그때 열흘 동안 8킬로를 뺐지요. 

나이 50에 간헐적 단식을 하고 얼굴이 홀쭉해지잖아요? 사람들이 걱정을 합니다. “형, 혹시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제가 2021년 가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요. 초음파 결과 간이 정상이라고 나왔어요. 10년 가까이 저를 괴롭히던 지방간이 사라졌어요. 2022년 올해에도 건강검진을 받았고요. 결과지를 보면 키는 172.8에 체중은 62킬로그램입니다. 간 초음파 결과 지방간은 사라졌고요. 지방간 치료에는 운동보다 다이어트가 답이었던 거죠. 오늘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책 한 권 소개합니다.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 (하비 다이아몬드 지음 / 강신원 김민숙 옮김 / 사이몬북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이의철 선생님이 쓰신 추천사에 책에 대한 핵심 요약이 나옵니다. 

‘수분이 많은 자연 상태의 채소와 과일을 가장 우선적으로 먹어라. 그리고 에너지의 대부분은 자연 상태의 탄수화물 식품을 통해서 섭취하라. 탄수화물 음식을 먹을 때는 단백질 음식을 먹지 말고, 단백질 음식을 먹을 때는 탄수화물 음식을 먹지 마라. 그리고 낮 12시 이전엔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만, 먹는다면 과일과 채소만 먹어라.’ 

술을 끊고도 왜 지방간은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저는 채소를 잘 먹지 않고요. 단 것을 좋아합니다. 드라마 피디로 일하며 밤샘 촬영을 많이 하는데요. 졸릴 때마다 달달한 커피를 마시거나 군것질을 합니다. 뚱뚱하진 않지만 간에 지방이 쌓여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온 거죠. 이 책을 읽으면 채소를 더 열심히 먹을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달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지구표면의 70%가 물로 덮여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는 그 몸의 7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의 70%가 수분이라면, 최상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 상태에서 수분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생존을 위해서는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니까요. 자연적으로 수분함유량이 아주 높은 음식 2가지가 바로 과일과 채소입니다. 


수분은 2가지 역할을 합니다. 음식에 있는 영양분을 몸의 모든 세포에 전달하는 역할과 독성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영양소, 즉 생존에 필요한 모든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아미노산, 효소, 탄소화물은 과일과 채소에 함유되어 있어요. 물을 마신다고 이런 영양소가 채워지진 않습니다. 오직 과일과 채소에 있는 수분만이 효소와 각종 원소를 몸 곳곳으로 운반하지요. 

저는 채소를 잘 안 먹고 대신 과일을 즐겨 먹습니다. 아침밥을 먹은 다음에는 사과, 점심을 먹은 후에는 수박, 저녁을 먹은 후에는 참외, 이렇게 늘 제철 과일을 배불리 먹는데요. 과일은 언제 먹느냐가 중요하답니다. 식사 후에 먹는 것보다는 빈속에 먹는 게 좋다고요. 과일은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음식이에요. 수분함유량이 많고 소화에는 적은 에너지만 필요합니다. 몸의 독소를 제거하고 거대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과일도 다른 음식을 먹은 다음 먹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과일은 위장에서 분해될 필요가 없기에 바로 소장으로 갈 준비가 되어 있어요. 하지만 샌드위치를 먹고 사과를 먹는다면, 사과가 위장에 도달했을 때, 이미 방금 먹은 음식이 위장에서 썩고 발효되어 상하기 시작했어요. 위장에서 소화액을 만난 단백질은 부패하고, 탄수화물은 발효되기 시작하거든요.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들어가기 전에 과일을 먼저 먹어야 합니다.

저는 이제 아침을 든든하게 먹지 않습니다. 든든한 아침을 먹으면, 소화시키느라 몸이 피곤해집니다. 졸려요. 이미 8시간을 잤는데도 아침 먹고 회사에 출근하면 피곤합니다. 그래서 모닝 커피가 당기는 거지요. 저자는 낮 12시 전에는 과일과 채소만 먹으라고 권합니다. 그래야 위장에 부담도 줄고 졸리지도 않고 일의 효율도 오른다고요.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고 유럽의 각 나라는 지구 곳곳으로 탐험선을 보냈지요. 먼 곳을 향해 떠난 선원들 중 절반 이상이 항해 도중 죽었어요. 분노한 원주민이나 적의 전함이나 향수병 때문에 죽은 게 아니에요. 괴혈병이라 불리는 의문의 질병 때문이죠. 16세기에서 18세기 사이에 괴혈병으로 사망한 선원만 무려 2백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고 어떤 치료법도 소용이 없어 선원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갔습니다. 

1747년 영국 의사 제임스 린드가 이 병에 걸린 환자들에게 대조실험을 했어요. 환자들을 여러 집단으로 나누고 각기 다른 방법으로 치료해봤어요. 한 집단에는 괴혈병에 흔히 쓰이는 민간요법인 감귤류를 먹으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러자 환자들이 급속히 회복되었어요. 당시에는 감귤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몰랐지만, 오늘날 우리는 알죠. 그것이 비타민 C라는 것을. 당시 배에서 먹던 식품에는 비타민 C가 부족했어요. 장거리 항해를 하는 선원들은 비스킷과 말린 쇠고기로 연명했고 과일이나 채소는 거의 먹을 수 없었거든요.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은 린드의 연구를 보고 선원들에게 과일과 채소를 먹일 방법을 고민합니다. 배에 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대량으로 실어 매일 먹게 하고, 탐험대가 육지에 상륙할 때마다 선원들에게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지시했어요. 그 결과 쿡 선장의 배에서 괴혈병으로 죽은 선원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그걸 보고 영국의 모든 해군은 쿡선장의 해양식단을 따라 합니다. 수없이 많은 선원과 승객이 이 덕분에 목숨을 건졌죠. 괴혈병의 효과적인 치료법이 발견된 덕분에, 영국은 세계의 대양을 지배하고 지구 반대편에 군대를 보내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된 비결, 바로 과일과 채소입니다. 이제 저는 매일 아침 과일과 채소로 시작합니다. 
 
‘다이어트에 절대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낮 12시까지 신선한 과일과 과일주스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 과일은 소화에 아무런 에너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잘 씹기만 하면 더 소화할 필요가 없다.’

아, 나는 굶는 건 싫어. 운동을 해서 살을 뺄 거야.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지요? 다이어트에서 운동은 보조 역할입니다. 음식이 90%라면 운동은 10%. 운동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식단 조절 없이 운동만으로는 살을 뺄 수가 없습니다. 운동을 한다면 즐거운 운동을 하세요. 끌고 가면 운동이고, 끌려가면 노동입니다. 지속 가능한 운동은 끌려가듯 하는 게 아니라 즐겁게 끌고 가는 운동이고요. 즐거운 운동의 행태는 수영, 테니스, 조깅, 자전거 타기, 활기차게 걷기 등이 있지요. 좋아서 매일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세요. 저는 어려서부터 춤추는 걸 좋아했기에,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줌바를 합니다. 이번에 굿라이프 문화센터에서 줌바 댄스 교실도 열었습니다. 50대 아재가 춤으로 망가지는 코믹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꼭 한 번 찾아보세요.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을 읽고 평생 만든 식습관을 한 번에 싹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될까요? 딱 2주만 해보세요. 이 책의 저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2주 만해도 99%의 사람들이 삶의 엄청난 변화를 온몸으로 겪었다고요. 2주 만에 10 킬로그램이 빠지는 사람도 봤답니다. 이것은 고난의 행군도 아니고 배고픈 다이어트도 아니에요. 2주만 꾸준히 실천하면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요. 여러분, 100세까지 사는 게 목표라면, 그중 2주는 찰나와 같이 짧은 시간입니다. 딱 2주를 투자해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건강에 대해 평생 공부하며 살고 싶습니다. 매년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고, 모의고사 오답 노트를 공부해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라는 수능 대박을 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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