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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통증 예방엔 근력 운동

by 김민식pd 2022. 10. 7.

1800년대 초반 유럽에서 콜레라가 창궐해 수백만 명이 죽었어요. 당시에는 질병이 어떤 이유로 퍼지는지 논란이 심했어요. 독가스에 의해 발생한다는 주장과 무엇인가에 의해 전파된다는 전염론이 맞섰지요. 영국 공무원으로 콜레라의 감염 경로를 조사하던 에드윈 채드윅이 1842년에 보고서를 냅니다. “전염병을 예방하는 지름길은 식수 및 하수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라고요. 이를 계기로 공중위생이라는 개념이 대중에 널리 알려지고요. 먹는 물을 조심하게 된 후 전염병의 전파가 줄어들면서 세계는 인구 폭발을 맞이하게 됩니다.

코로나19의 원조 격인 스페인 독감은 100년 전에 5억명의 환자와 5천만에서 1억명 사이의 사망자를 냅니다. 당시 세계 인구가 18억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지요. 참고로 코로나는 2022년 8월 현재 5억 9천만명의 환자와 645만 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예방주사와 치료제의 개발 덕분이고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한 덕분입니다. 집단지성과 우매한 군중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판단을 하면 집단지성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우매한 군중이 되는 거죠.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질병과 건강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배우고 배운 것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일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평생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며 의사 제자를 양성한 강의왕이 있어요. 고려대 의대 나흥식 교수님, 이제 정년퇴직하시고 일반 대중을 위한 교양서를 쓰고 건강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고 계십니다. 오늘은 교수님의 새 책을 소개합니다.

<내 몸이 궁금해서 내 맘이 궁금해서> (나흥식 / 이와우)

고려대 의과대학에서 평생을 몸담으며 고려대 우수 강의상인 ‘석탑 강의상’을 열아홉 차례 수상하신 나흥식 교수님. 의대생들에게 가르쳐주시던 내용의 핵심을 이제는 책으로 펴내십니다. 생리학자로서 과학이란 도구를 통해 내 몸과 내 마음 그리고 세상에 대한 물음에 하나하나 답을 합니다. 과학과 인문학, 철학 등을 융합해 세상만사를 설명해주십니다. 책을 읽다 보면 왜 이분이 강의왕에 등극했는지 알 수 있어요.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요.

인간은 언제 ‘행복감’을 느낄까요? 우리 몸에는 행복 호르몬 4인방이라고 불리는 엔도르핀,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이 있습니다. 운동과 명상을 하고 한껏 웃는 일상에서 마구 뿜어져 나오는 이 행복 호르몬 4인방 덕에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죠. 그런데 이들 호르몬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뿜어져 나옵니다. 아픔을 완화시키는 진통제 역할을 하거든요. 우리 몸은 매운 음식이 몸에 들어오면 이를 일종의 통증으로 인식한다. 아픔을 완화시키기 위해 행복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떡볶이, 매운데 자꾸 먹고 싶어져요. 매운맛엔 중독성이 있어요.”


기왕에 중독된다면 매운 음식보다 운동에 중독되는 것은 어떨까요? 운동을 하면 아픈 곳이 생깁니다. 근육의 미세한 손상에 의해 염증이 생기고 이게 통증을 유발하거든요. 운동은 통증만 주는 게 아니라, 반대로 만성 통증을 치료하는 작용도 합니다. 병 주고 약 주고? 운동은 뇌, 근육, 면역계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만성 통증을 줄여줍니다. 운동 후 뇌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과 같은 내재성 아편은 통증을 완화시킵니다.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 역시 통증을 줄여줍니다.

운동의 진통작용에 관여하는 또 다른 장기는 근육입니다. 예전에는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통해 몸을 움직여주는 장기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이오카인이라는 호르몬군이 근육에서 분비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근육의 중요성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하면 마이오카인이 분비되어 암이나 당뇨병을 예방하고 뇌를 자극해 인지 기능이 개선되는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마이오카인 중에는 항염증작용을 하는 인터루킨-6(식스)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만성 통증이 염증 반응과 관련이 깊으므로 염증을 억제하는 인터루킨은 만성 통증을 줄여줍니다. 통증 완화 물질인 인터루킨과 엔도르핀, 둘 중 어느 것의 작용이 더 나을까요? 엔도르핀은 통증을 완화하는 물질이고 인터루킨은 염증을 억제하는 물질입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상만을 땜질하듯 처리하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면 재발의 여지가 줄어듭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골격근에서 분비한 인터루킨-6(식스)가 뇌에서 분비한 엔도르핀보다 나아 보입니다.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해서 골격근을 키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책의 제목이 <내 몸이 궁금해서 내 맘이 궁금해서>인데요.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용도 있어요. 책에서 저자는 ’왜 여성의 쇼핑 시간은 길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은 몸에 비해 큰 머리를 갖고 있습니다. 머리가 크면 지능이 높아지지만, 문제는 아이를 낳을 때 태아의 큰 머리 때문에 분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머리가 크고 좋은 아이를 낳기 위해 여성의 골반은 커졌어요. 좁은 어깨와 큰 골반의 S 에스 라인이 여성들이 바라는 체형이지요. 반면 남자는 어깨가 넓고 상대적으로 골반은 좁아 팔이 일직선으로 떨어집니다. 칼이나 창 등을 이용해 사냥을 할 때는 남성의 쭉 뻗은 팔이 유리하고요. 골반이 커서 무게 중심이 낮으면 빨리 달리지 못하기에 사냥감을 쫓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남자는 사냥에 전념하고 여자는 집 주위에 있는 과일, 나물, 버섯을 채취하며 분업을 하게 되었어요. 수십 만 년 동안 수렵채집을 하며 살아온 탓일까요? 현대에 와서 대학생 설문을 해보면, 남자는 자동차를 갖고 싶어하고, 여자는 핸드백을 선호합니다. 사냥에 대한 유전 본능이 운송 기구인 자동차로 나타나고, 채취에 대한 여자의 본능이 과일이나 채소를 담을 수 있는 핸드백으로 표현된 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여자들이 채집을 할 때는 과일, 나물, 버섯이 익어서 맛과 영양이 충분한지, 벌레 먹은 것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독나물이나 독버섯이 있는지도 살펴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반면 남자가 물건을 고를 때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결정합니다. 남자들이 사냥하는 동물은 종류에 상관없이 움직이면 먹어도 됩니다. 빨리 움직이는 동물일수록 건강해서 고기의 맛과 질이 좋습니다. 당연히 독도 없습니다. 사냥감은 과일이나 나물처럼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기에 사냥 여부를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백화점에서 쇼핑을 할 때, 내 남친은 성의가 없어, 내 여친은 시간을 너무 끌어, 하지요? 남녀의 마음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이해하면 쇼핑몰 가서 다투는 일이 줄지 않을까 희망해봅니다.

동물들 중 인간만이 눈에 흰자위가 있습니다. 유인원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흰자위가 없어요.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거무칙칙한 눈은 상대방에게 시선과 감정을 들키지 않아 사냥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사슴 같은 사냥감도 흰자위가 없어야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아 유리합니다.

반대로 인간은 흰자위가 보이는 눈이 사냥에 유리합니다. 인간은 사냥을 할 때 흰자위를 통한 시선과 표정을 통해 서로 협력하는 전략을 짤 수 있거든요. 요즘도 우리는 말없이 어떤 감정이나 정보를 전하려 할 때 조용히 눈짓을 하잖아요?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선글라스를 쓰거나 허공을 본다면 무시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지요. 상대방의 시선을 확보하지 못해서 그래요. 소통의 상당 부분은 눈을 통해 이루어지며 눈 맞춤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얼굴 표정으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얼굴에 있는 털까지 싹 없애버렸습니다. 소통은 눈 맞춤에서 시작합니다. 젊어서 연애할 때 입맞춤에 공을 들였다면, 나이가 들어 함께 살 때는 눈 맞춤이 중요합니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지 마시고 앞 사람이 말을 할 때는 눈을 맞춰주세요.

의대생들에게 기초의학인 생리학을 평생 가르치신 교수님이 퇴직하고, 온 국민의 건강 지식 함양을 위해 집필과 강연을 시작하신 것 같아 반갑습니다. 내 몸에 대해, 내 마음에 대해, 의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도 알고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도 책으로 인생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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