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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산토리니 걷기 여행

by 김민식pd 2022. 9. 14.

산토리니에서 가장 유명한 풍광은 절벽에 수직으로 늘어선 이아 마을입니다. 

옛날에 포카리스웨트 광고에서 본 바로 그곳이에요. 천공의 섬 라퓨타처럼 공중에 떠 있는 요새 마을처럼 보이기도 해요.

이아 마을의 케이브 호텔. 지붕에 수영장이나 바다로 향한 선베드가 있어요. 아, 다음에 오면 이런 숙소에 머물러도 좋겠네. 얼마나 할까? 가격을 검색하다 제 눈을 의심했어요.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은 거 아냐?'

1박에 1000유로라고 나와요. 1,350,000원, 헐! 3박이면 방값만 4,000,000원입니다. 2011년 한 달 간 인도 네팔 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한 달 여행 총경비가 100만원이었거든요? 여기서는 그 돈이 하룻밤 숙박료로 날아가네요. 산토리니, 예쁘긴 하지만 물가가 만만치는 않은 곳... 지금 제가 묵는 숙소는 1박에 10만원이에요. 너무 비싸다고 투덜거렸는데 사장님께 싼값에 방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절이라도 해야 할 판...

저는 스노클링을 무척 좋아합니다. 탄자니아 잔지바르던, 오키나와 섬이든, 사이판이든 어디를 가든 꼭 하루는 스노클링 투어를 하죠. 산토리니 스노클링은 어떨까? 여행 상품을 검색해보니 카타마란 투어라고 쾌속선 보트를 타고 근해로 나가 스노클링을 하는 상품이 있는데요. 4시간 코스가 120유로, 16만원이에요. 음... 과연 이 비용을 들여 스노클링을 하는 게 맞을까? 영어로 산토리니 스노클링을 검색해봅니다. 

미국인이 쓴 블로그를 보니, '산토리니 와서 스노클링하는데 굳이 돈 쓰지 마라. 여기는 그냥 화산섬이라는 육지 풍광이 신기한 곳이지, 바닷속에 예쁜 산호초가 있는 곳은 아니다.' 라네요. 아, 이런 정보, 좋아요. 돈을 아껴주는 정보... 은퇴자는 이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에요. 평생 모은 돈을 잘 아껴야 오래오래 잘 놀 수 있어요. 

산토리니는 유럽의 부자들이 휴양삼아 오는 곳이에요. 비싼 숙소나 놀 거리는 그들에게 양보하고, 한국에서 온 짠돌이는 나만의 놀 거리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걷기 여행입니다. 어디든 혼자 걸어서 다니는 투어는 돈이 들지 않아요. 입장료도 없고, 가이드비도 없고, 비싼 식당 옵션도 없거든요. 

이아 마을을 걷다 이런 표지를 봤어요. 오홀, 숙소가 있는 피라까지 걸어서 3시간! 아침에 운동삼아 걷기 딱 좋네요. 숙소가 있는 피라에서 이아까지 걸으려고요. 

구글 지도로 피라에서 이아 가는 길을 검색하면 최단거리인 차도로 안내합니다.  인도와 구분이 없는 2차선 왕복도로라 위험해요. 도보 산책 코스가 따로 있어요. 

https://www.earthtrekkers.com/hike-fira-to-oia-or-oia-to-fira-santorini/

 

How to Hike from Fira to Oia, the Most Beautiful Walk on Santorini

Walking from Fira to Oia is one of the best things to do in Santorini. Here's how to do it.

www.earthtrekkers.com

저는 위 사이트를 참고했어요.

오전 6시 반에 숙소를 나옵니다. 한낮은 너무 더우니 일찍 움직여야 해요. 

볼칸 시네마. 피라 마을 오른쪽 끝에 있는 야외 극장인데요.

'맘마미아'와 '나의 그리스식 웨딩'을 상영하네요. 그리스 여행자라면 다시 봐도 좋을 영화들이죠. 그런데 영화 시작 시간이 밤 9시. 야외 스크린이라 해가 저문 다음에 시작되는데... 음... 저는 밤 9시면 잠자리에 드는지라 패스... 다른 분들 참고하시어요~^^

골목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이런 표지가 나와요. 피라 1킬로, 이아, 10킬로. 10킬로, 아침 반나절 걷기 딱 좋은 거리죠.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라 먼지도 없고 참 좋네요.

마을 변두리에는 이런 흉물스런 폐가도 있는데요.

산토리니 동굴집cave house의 원형을 보여주네요. 예전에는 절벽에 다들 저렇게 토굴을 내어 살았어요. 산토리니의 독특한 건축양식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말씀드릴게요. 

마을을 벗어나 걷는데

노새로 짐을 나르는 분을 만났어요. 산토리니판 워낭소리인가요?

산토리니의 골목은 좁고 경사가 심해요. 예전에는 다 노새로 짐을 날랐겠지요. 이제는 관광객을 태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은근 가파르고 험한 길이 이어집니다.

아침 8시, 벌써 햇살이 따갑네요. 

가볍게 걷는다고 물을 조금만 가져왔는데요. 후회 막급입니다. 500짜리 생수 한 통은 들고 왔어야해요.

목이 말라도 물을 살 수 있는 가게가 없어요. 우짜지?

어제 책에서 읽은 글을 떠올려봅니다. 수렵채집시대에는 수시로 물을 마실 수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은 물없이도 몇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어요. 갈증을 참는다고 죽지는 않아, 라고 되뇌이며 걷습니다. (그래도 산토리니 걷기 여행 하실 분은 물은 넉넉하게 챙겨서 가세요. ^^)

교회당이 나옵니다. 그늘이 반갑네요. 잠시 쉬었다 갑니다.

저 멀리 이아가 보입니다.

오전 0940 이아에 도착했어요.

이아 마을은 석양이 유명해 저녁이면 좁은 골목에 빼곡이 사람들로 가득한데요.

아침의 이아는 한산하네요. 학교 아이들 떠드는 소리만 들려요. 이제 다시 버스타고 돌아갈 시간입니다. 피라 터미널까지 버스비 1.6유로입니다. 

산토리니 여행기, 다음편에서 화산섬 투어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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