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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시민들의 광장 아고라

by 김민식pd 2022. 8. 3.

아테네 여행기를 다시 이어갑니다.

8시에 아크로폴리스에 올랐는데, 1시간만에 파르테논 신전까지 돌아보고 내려왔어요.

아침 9시, 아레이오스 파고스 언덕입니다. '아레스 신의 언덕'이라는 뜻의 아레이오스 파고스는 아테네에서 가장 오래된 법정입니다. 엥? 그냥 바위산이 아니라 법정이라고? 아레스 신이 자신의 딸을 납치하려 했던 포세이돈의 아들 할리로티오스를 죽입니다. 포세이돈은 아레스를 신들의 법정에 고발하고, 신들은 이곳에 모여 재판을 했대요. 아테네의 역사에는 이렇게 현실과 신화가 혼재하고 있어요. 실제 있었던 일인지, 그냥 구라인지 알쏭달쏭. ^^

오전 9시 30분. 로마 시대의 아고라입니다.

아테네는 세계 최초로 민주주의를 실험한 나라였어요. 물론 15만명의 시민들이 다스리는 도시 국가라 규모는 작았지만, 모든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했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지요.

우리에게도 아고라는 익숙하지요. '다음 아고라' 바로, 민의의 광장이라는 뜻입니다. 저 이름을 지은 분은 역사 공부를 좀 하셨나봐요. ^^

9시 45분, 하드리아누스의 도서관입니다. 입장료가 6유로인데요. 콤보권을 사면, 30유로에 아크로폴리스, 로만 아고라, 고대 아고라, 하드리아누스의 도서관, 케라메이코스, 리케이온 등등 다 볼 수 있어요.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는 아테네를 사랑했어요. 아테네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담은 건축물을 남깁니다.

하드리아누스의 도서관. 언제 어디서나 도서관은 문명의 중심이지요. 책이 있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면, 선대의 지식은 후대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지식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도 참 편리하지만, 저는 여행을 오면, 느긋하게 책 한 권을 들고 앉아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려고 합니다.   

폐허가 된 유적지에 책을 쓴 사람들과 책을 읽는 사람은 없어요.

이곳을 지키는 건...

고양이들입니다.

무너질 위험이 있는 유적지라 사람이 들어갈 수 없도록 울타리를 친 곳도...

길냥이들은 유유자적, 산책하고 있어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 로봇>의 시즌 1, <세 대의 로봇> 편을 보면, 인류가 멸망한 후, 폐허를 관광하는 로봇들을 맞이한 게 고양이들이었죠. 아마 그 에피소드의 작가도 그리스 여행을 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

오전 10시, 아테네의 아고라 (고대의 아고라)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아테네의 아고라, 민주주의의 탄생지.

<나의 그리스식 웨딩 2>를 보면 그리스 이민자 할아버지가 우기는 장면이 나와요. 모든 건 다 그리스에서 시작했다고. 

소설 <소피의 세계>에는 아테네의 아고라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우리가 앉아 있는 이곳은 옛날 아테네 광장의 가장자리야. 지금은 이렇게 쓸쓸해 보이지만 예전에는 멋진 신전들과 법원, 다른 공공 기관들과 상점, 음악당, 그리고 커다란 체육관도 있었단다. 이런 모든 건물이 이 정사각형 모양의 넓은 광장을 에워싸고 있었지……. 이 조그만 지역이 전 유럽 문명의 토대를 이룬 곳이란다. ‘정치’, ‘민주주의’, ‘경제’, ‘역사’, ‘생물학’, ‘물리학’, ‘수학’, ‘논리학’, ‘신학’, ‘철학’, ‘윤리학’, ‘심리학’, 그리고 ‘이론’과 ‘방법’, ‘이념’과 ‘체계’ 등등 그 밖의 많은 용어가 이 광장을 중심으로 생활하던 한 작은 민족에게서 유래했단다."

<소피의 세계 : 소설로 읽는 철학> (요슈타인 가아더 저,장영은 역)

어때요? 그리스 할아버지가 자부심을 느낄 만 하지 않나요?

오전 10시 15분 헤파이스토스의 신전.

파르테논과 달리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어서, 비교적 현대에 지어진 건가? 하고 보니까... 

기원전 460년에 만든 건물... 시간의 스케일이 다르군요, 아테네 유적은. 

줄을 지어선 석주의 위용도 대단하지만...

천정을 장식한 조각도 예술입니다.

오전 11시, 많이 덥습니다. 6월 6일 오전 11시, 아테네의 기온은 벌써 33도입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 시에스타를 즐길 시간입니다. 3시간 산책으로 포스팅 4편을 올렸네요. 갈 길이 멉니다.

아테네에서 크레타, 산토리니, 미코노스, 델피, 메테오라까지 한참 더 가야하는데... 

꾸준히 올려보겠습니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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