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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아테네가 위대해진 이유는?

by 김민식pd 2022. 8. 17.

여러분은 부자의 기준을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저는 많은 것을 남겨준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평생 아무리 큰 부자로 살았어도 말년에 다 까먹고 쫄딱 망해서 후대에 물려줄 게 없다면 진짜 부자는 아닌 듯... 고대의 아테네는 부자였어요. 후손에게 물려준 게 참 많거든요.

그중 압권은 역시 파르테논 신전... 아테네가 남긴 유산은 민주주의, 철학, 의학, 신화 등 참 많습니다. 자, 그렇다면 오늘의 질문. '아테네가 그토록 위대해진 까닭은 무엇일까?' 2500년 전 그리스에는 100개가 넘는 폴리스가 있었어요. 스파르타나 테베, 메가라, 크레타 등등. 그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폴리스 국가는 아테네지요. 무엇이 이 작은 도시 국가를 유럽 문명의 기원이 되게 한 걸까요?

그리스 여행 막바지에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갔는데요. 고대 아테네의 황금기를 조명한 전시를 둘러보다...

이런 설명을 만났어요. 영어 독해 공부하는 느낌으로 찬찬히 읽어봅니다.

Solon instituted important measures which provided relief to the poor farmers ; cancelled the debts which had led them into a form of slavery ; restricted the privileges and power of the aristocracy; granted politcal rights to a much broader range of the population and laid the foundations for the economic development of the city.

하도 인상적이라 현장에서 일일이 스마트폰 키패드로 입력한 영어 문장입니다. 

'솔론은 가난한 농부들을 구제하는 중대한 조치를 취했다. 빚 때문에 노예가 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귀족들의 특권과 권력을 제한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적 권리를 줌으로써, 도시의 경제적 발전을 이끄는 초석을 놓았다.'

그리스 여행하며 읽은 <그리스인 이야기>의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솔론이 제안하고 시민집회가 가결한 법은 획기적이었다.

부채를 변제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의 신체로 변제하는, 즉 채무자는 채권자의 노예가 된다는 기존의 법을 폐지하는 법이었다. 도시국가 아테네의 시민집회는 귀족과 평민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시대에는 아직 평민이 국가 요직에 선출될 권리가 없었지만 선거권은 있었고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법은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것이었기에 귀족들이 불만을 가졌을지 모르지만 귀족과 평민 사이의 다툼을 해소할 필요성을 인식한 쪽은 당시 넓은 시야를 가진 그들 귀족이었다. 솔론은 착실하게 개혁의 첫걸음을 뗐다.

<그리스인 이야기 1 : 민주주의가 태동하는 순간의 산고> (시오노 나나미)

솔론의 개혁, 이게 대단한 건요. 귀족과 부자들이 이런 개혁 조치를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그 전에는 농부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일 것 같으면 몸으로 때우라고 노예로 삼았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걸 못하게 된 거에요. 요즘 같으면 '솔론 저 빨갱이 놈이 사유재산권 침해한다!'고 거품을 물었을 일이지요. 

아테네가 위대해진 건 이 순간입니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양보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 그 순간, 노예로 전락할 사람들이 시민으로 남을 수 있었고요. 세금을 내는 인구가 늘어나자 국가 재정이 풍족해지고요. 덕분에 페르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군수 물자와 병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거예요.

우리 나라는 비교적 짧은 시기에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경제 강국이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수출입국이 한 몫을 했습니다.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던 나라가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아테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대에는 항아리가 생활필수품 중 하나였어요. 그리스인은 항아리에 많은 것을 담았습니다. 포도주와 올리브유, 밀, 콩류 등등. 무엇이든 보관하려면 항아리가 필요했어요.

생활필수품인 항아리를 만들려면 숙련된 노예가 필요했어요. 숙련된 기술자 노예를 사려면 일당의 500배를 내야 할 정도로 몸값이 비쌌지요. 항아리 장인이 생산량을 늘리려면 빚을 내어 투자를 해야 했는데요. 자칫 빚을 냈다가 사업이 망하면 자신도 노예가 될 수 있어 다들 몸을 사렸어요. 솔론의 개혁 이후, 기술자들이 용기를 내어 빚을 내 투자를 하고 사업을 확장합니다. 그 결과 아테네의 항아리 제조 기술이 급성장합니다.

아테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고고학 박물관에 가면 항아리 전시가 있습니다. 기원전 6세기 후반, 아테네에서 생산된 항아리는 지중해 시장을 석권했어요. 항아리의 장식에는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이나 페르시아 전쟁의 장면이 묘사되는데요. 그 미적 감각은 다른 나라가 흉내낼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런 항아리를 만들어낸 게 바로 솔론의 개혁으로 숫자가 늘어난 평민 계급이지요. 그들은 사유재산이 있는 귀족과 달리 매일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꾸려갈 수 없기에 열심히 일을 했고요. 더 비싼 항아리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했어요.

생필품인 항아리를 사치재로 만든 겁니다. 이런 항아리를 살 수 있는 건 왕이나 귀족이었겠지요. 아테네의 항아리는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엄청나게 비싼 값에 지중해 곳곳으로 팔려나갑니다. 그 결과 아테네는 경제 부국으로 우뚝서게 된 겁니다. 이 모든 게 솔론의 개혁에서 시작되었어요.

(페르시아 병사와 싸우는 아테네 전사의 모습을 그린 항아리.) 

코로나 이후, 전세계적으로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어요. 나라에서는 세금을 깎아준다고 하는데요. 세금은 누가 낼까요. 부자가 냅니다. 자산에 대해, 수입에 대해 매겨지는 게 세금이거든요. 세금을 내고 싶어도, 집이 없고, 일이 없어 못내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 이들을 나라가 보살피는 방법은 보편적 복지인데요. 그걸 위해 나라의 곳간을 채우는 일이 세금 징수입니다. 

부자가 더 잘 사는 것보다, 가난한 사람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게, 나라 전체가 잘되는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세금을 깎는 것도 좋지만, 임금을 올리는 건 어떨까요? 복지 혜택을 늘리는 건 어떨까요? 자산의 가치가 올라갈 때, 노동의 가치도 그에 발맞추어 올라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전세계가 인플레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임금을 올려야 일하는 사람이 더 잘 살 수 있어요.

솔론의 개혁, 그 핵심은 부자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것을 막는 일이었어요. 빈부격차를 줄이고 중산층을 늘린 결과, 아테네는 지중해의 패권 국가가 될 수 있었어요.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돈이나 자산도 좋지만 정치적 유산도 중요합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든 세대라는 평가를 후손에게 듣는 것,

그게 우리가 이룬 정치적 성과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스 여행기,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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