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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반갑다, 산토리니!

by 김민식pd 2022. 9. 7.

크레타에서 배를 타고 산토리니로 갑니다. 아테네에서 크레타로 갈 때는 느리게 밤새 달려 10시간이 소요되었는데요. 이번 배는 쾌속선이라 크레타에서 산토리니까지 2시간에 주파합니다. 페리 승선료는 114000원. 국내선 비행기보다 비싸네요.

오전 11시, 산토리니에 도착했어요. 선착장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피라 터미널로 갑니다. (버스비, 2유로)

12시에 숙소로 향합니다. 체크인은 오후2시부터인데요. 더운 날씨에 배낭 메고 걸어 다니기 싫어 일단 숙소로 향합니다. 물어보고 체크인이 안되면 짐만 맡기고 나오려고요.

12시 30분에 호텔 도착해서 리셉션에 물어보니 흔쾌히 체크인을 받아주네요.

산토리니는 숙박비가 꽤 비쌉니다. 나름 열심히 저가의 숙소를 찾았는데도 1박에 94,000원.

짐을 풀고 피라 마을 중심지를 향해 걷습니다.

사진으로 익숙한 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화산 폭발로 섬의 절반이 날아가고요. 이런 낭떠러지 절벽에 동굴을 파서 살았어요.

그런 집들이 한 채 두 채 모여 동네를 이루었고요. 동굴 위로 천정과 벽을 만들고요. 하얗게 매년 페인트칠을 합니다. 수직으로 이루어진 마을 풍광이 독특한 곳. 

지중해 섬, 산토리니. 예쁘긴 참 예쁘네요. 카메라를 갖다대면 다 앵글이 나옵니다.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곳.

참고로 여기는 피라 마을이에요. 산토리니의 행정수도 같은 곳이지요. 우리가 아는 산토리니는 이아 마을인데요. 그곳은 숙박비가 비싸, 저는 피라에 숙소를 정했어요.

산토리니의 주연은 이아, 조연은 피라. 조연도 이리 이쁘니, 주연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셀카 한 장 찍습니다. 평생 제가 찍은 드라마의 주인공은 배우들이었는데요. 은퇴 후 인생 제2막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나입니다. 혼자 떠난 여행은 특히 더 그래요. 타인의 욕망을 돌볼 필요가 없기에, 무대를 독차지하고 마음껏 솔로 버스킹을 하는 기분이에요.

저 아래 작은 항구가 있어요. 구불구불 계단이 많은 이 길을...

당나귀들이 줄을 지어 옵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할 때도 본 적이 있어요. 일렬로 줄을 서서 사람이나 짐을 나르기에 네팔에선 동키 트레인, 당나귀 열차라고 부릅니다.

좁은 길목에서 마주치면 겁이 살짝 나는데요. 순한 아이들이라 놀라지 않아도 되어요. 다만 지나갈 때 냄새는 좀 납니다. ^^ 

원래 말이나 노새의 뒤로 가는 건 위험합니다. 뒤에 누가 오면 놀라 발길질을 하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길이 좁아 피할 방법이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의 뒤로 걸어가는데 이 아이들은 얌전하니 그냥 가네요. 한편으론 안쓰럽습니다.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할까요? 본능을 누르고 산다는 것... 

문득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이 떠오릅니다.
"대장, 본능에 충실해요!"

평생 본능을 억제하며 살았어요. 이제 은퇴하고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삽니다.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쉬고 싶을 때 쉬어요. 그게 여행입니다.

슬슬 배가 고파지네요. 밥을 먹을 시간입니다. 식욕에 순종하라! ^^

밥먹으러 갑니다. 그런데 식당 물가가 크레타와 비교하면 엄청 비쌉니다. 메뉴 단품 하나에 10유로가 훌쩍 넘어가요. 케밥이 22유로라고?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아 사진까지 찍어뒀어요. 혼밥 한끼에 2만원이 넘어가네요. 여행 중 가끔 특식을 먹는 거야 괜찮은데 오자마자 이건 부담스럽습니다. 가뜩이나 1박에 94,000원하는 숙박비가 비싸 식비로라도 경비를 줄이려고 했더니... 할 수 없이 맥도날드를 찾아갔어요. 반값에 한끼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빅맥 세트메뉴가 8유로. 그런데 줄이 장난이 아닙니다. 나처럼 비싼 산토리니 물가에 놀란 배낭족들이 맥도날드로 왔나봐요. 게다가 여기는 한국이 아니에요.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이 남부 유럽 붐비는 식당에 오면 기다리다 숨넘어갑니다. 안되겠어요. 나와서 맥도날드 옆 빵집으로 갑니다. 두툼하고 길쭉한 샌드위치가 3유로. 그래 이게 낫지요. 어차피 콜라와 프렌치 프라이를 먹는 건 좀 부담이었어요. 요즘 설탕과 기름진 음식을 줄이려고 하거든요. 

산토리니에서 5박6일을 지냈는데요. 물가가 크레타보다 비싸서 혼났어요. 크레타는 넓어요. 크레타는 제주도의 4배고요, 산토리니는 제주의 10분의 1 정도 되는 작은 섬입니다.

울릉도만한 섬에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와요. 그러니 숙박비도 비싸고, 음식값도 비쌀 수 밖에 없지요. 부동산이 비싸니까. 산토리니 여행 기간 밥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짠돌이 배낭족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저녁은 맥도날드로 해결했어요. 

저의 짠돌이 여행기를 보시고, 가족 여행의 예산을 짜시지는 마세요. 혼자 여행 다니니까 마음껏 아낄 수 있는 겁니다. 가족 여행이나 커플 여행 가서 이렇게 다니면, 쫓겨납니다. ^^

혼자 다닐 땐 마음껏 아끼고요, 가족 여행 때는 마음껏 씁니다. 그래야 마음의 평화가 있어요. 

커플 여행에서는 바다가 보이는 이런 식당에서 정찬을 즐길 필요도 있는 거지요.

은퇴자의 삶에서 중요한 건 지속가능성입니다.

적은 돈으로 더 많은 곳을 보기 위한 방법,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짠돌이 배낭족은 산토리니에서 어떻게 즐길까? 다음 시간에 본격적으로 보여드릴게요.

오늘은 산토리니 맛보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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